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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 Smith의 도발적 매력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Madonna와 함께 'VULGAR'라는 싱글을 공개했습니다. 커버이미지에 있는 S&M이라는 텍스트는 Sam Smith & Madonna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성적 소재인 BDSM의 약어를 중의적으로 뜻하기도 합니다. 커버이미지의 코르셋은 이를 구체화하고 있고요.
Sam Smith는 'Unholy'와 'I'm Not Here To Make Friends'로 대표되는 [Gloria]를 기점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VULGAR' 역시 이 노선에 있는 곡입니다. 곡의 제목은 '저속한', '천박한'이라는 뜻인데, 심지어 이를 다른 사람도 아닌 곡의 두 화자, Sam과 Madonna에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저속한 것은 아름답고, 더럽고, 화려해 (Vulgar is beautiful, filthy, and gorgeous).'
Sam Smith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이후, 팝 신에서 지금까지 성소수자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잡았다는 것은 익히 알고들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그와 함께하는 Madonna는 어떨까요? 오랜 팝 팬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Madonna는 물심양면으로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서포트해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말이죠.
이 관계성을 알기 위해서는 Madonna의 1990년도 히트곡 'Vogue'를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곡의 뮤직비디오, 그리고 당시 Madonna의 무대영상들을 보면 독특한 춤사위가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것이 바로 보깅 댄스입니다.
보깅은 마치 패션지의 사진을 찍는 것처럼 모델 포즈를 흉내 내고, 이 동작을 연결해 춤을 추는 댄스 장르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패션지인 '보그'에서 따왔습니다. 당시 게이 클럽에서 유행하던 춤이었는데, 이를 Madonna가 'Vogue'에서 댄스로 차용하며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질 수 있었지요.
소수자들의 문화를 메인스트림에 정착시켰기 때문에 LGBT 커뮤니티에서 이를 일차적으로 반긴 것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평등한 'Vogue' 의 가사 역시 그들에게 영감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수년간 'Vogue'가 LGBT 커뮤니티에서 하나의 앤섬으로 자리잡은 이유입니다.
'네가 흑인이든 백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차이는 없어/ 음악이 시작되면 그게 너에게 새로운 삶을 줄 거야/ 너는 슈퍼스타야, 그래, 그게 바로 너야 (It makes no difference if you're black or white, if you're a boy or a girl/ If the music's pumping it will give you new life/ You're a superstar, yes, that's what you are, you know it)'
아티스트의 영향력이 이렇다 보니, Sam Smith와 Madonna가 만난 'VULGAR'는 그 의미와 상징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당연하지만 'VULGAR'는 LGBT 커뮤니티의 찬가를 그 방향으로 두고 있습니다. 곡의 공개도 프라이드 먼스(성소수자의 달)인 6월에 맞춰 나왔죠.
이 곡에서 Sam Smith와 Madonna는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한다는 자유로움을 노래합니다. 그것도, 매우 도발적이면서 위풍당당한 가사들과 함께 말이죠. 두 가수 모두 한 업계의 '아이콘'이기 때문에 가능한 화법입니다.
'VULGAR'는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남다른 면모가 있습니다. 노래라기보다는 읊조림으로 일관하는 보컬도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이 곡에는 후렴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예 노래에 'don't need a chorus'라는 가사를 안배하며 이를 명문화하기도 했는데요. 때문에 멜로디보다는 비트 위주의 곡으로 이해하시면 맞습니다. 이어폰보다는 클럽 스피커 지향의 곡인 셈이죠.
그나마 남아있는 멜로디 라인은 중동풍으로 채워 넣어 신비로운 느낌을 더했는데요. 그럼에도 역시 멜로디를 상당히 덜어낸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두 아티스트의 명성에 비해서는 대중적인 성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컬래버의 의미부터 곡의 파격적 구성, 그리고 게이 커뮤니티가 생겨난 장소인 '클럽'을 지향한다는 것까지, LGBT 커뮤니티의 충성도를 또 한 번 드높이기에는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VULGAR'는 '넓고 얕게'보다는 '좁고 깊게'를 택한, [Gloria] 이후의 Sam Smith다운 선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