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 '바비'의 개봉일이 다가오며 많은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미리 일부 공개된 OST 역시 영화 개봉 전부터 글로벌한 관심을 받고 있고요.
FIFTY FIFTY 'Barbie Dreams (feat. Kaliii) [From Barbie The Album]'
Charlie XCX 'Speed Drive (From Barbie The Album)'
Nicki Minaj, Ice Spice, Aqua 'Barbie World (with Aqua) [From Barbie The Album]'
PinkPantheress 'Angel (From Barbie The Album)'
Karol G 'WATATI (feat. Aldo Ranks) [From Barbie The Album]'
Dua Lipa 'Dance The Night (From Barbie The Album)'
트랙리스트에서 눈길을 끄는 곡이 있으니, Nicki Minaj, Ice Spice, Aqua 세 아티스트의 이름이 올라간 'Barbie World'입니다. 1997년에 나온 Aqua의 원곡 'Barbie Girl'을, Nicki Minaj와 Ice Spice가 샘플링하며 'Barbie World'라는 새 버전으로 내놓은 것이죠.
Aqua의 'Barbie Girl' 멜로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곡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졌는지는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곡의 후렴은 'I'm a barbie girl / In the barbie world / Life in plastic / It's fantastic! (나는 바비걸이야 / 바비 월드에서 살고 있지 / 플라스틱 인생 / 환상적이야!)' 라는 가사를 담고 있는데요. 이는 플라스틱 재질의 인형 그 자체를 상징할 수도 있지만, 과도하게 성형수술(Plastic Surgery)을 일삼으며 파티걸로 사는 여성을 연상하게도 합니다.
물론 과한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그냥 억측은 아닌 것이, 다음 가사에 바로 'I'm a blond bimbo girl'이라는 텍스트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Bimbo를 영어사전에서 검색해보면, '(보통 머리가 빈) 섹시한 여자'라는 뜻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 해석을 덧대지 않은, 사전 그대로의 해석임을 밝혀둡니다.)
다른 가사는 더 노골적입니다. 'You can brush my hair / Undress me everywhere (너는 내 머리를 빗길 수 있고 / 어디서든 내 옷을 벗길 수 있어)', ' Kiss me here / touch me there / Hanky panky (여기 입 맞추고 / 저기를 만져줘 / 난잡하게 해줘)' - 이 곡이 '바비 인형을 소재로 한 19금 노래'라는 평을 듣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그럴 수 있습니다. 음악에는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있고, 그 표현 방법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아이들이 갖고 노는 바비인형이 소재였다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도 자주 따라 불려졌다는 겁니다. TV에서도 굉장히 많이 등장했는데요. 과거 국내 홈쇼핑 프로그램에서도 이 곡을 자주 들어본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바비인형을 만드는 완구회사, 마텔에서는 당시 이런 가사를 문제 삼아 이 곡을 발매한 MCA레코드에 고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자신들의 제품인, 어린 아이들이 갖고 노는 바비인형의 이미지를 성적 대상으로 훼손했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이 송사는 결국 기각 판결을 받으며 끝이 났습니다. 법원에서는 'Barbie Girl'에 대해 '패러디로서 보호받는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송사는 비록 기각됐지만, 위에서 언급한 가사 때문에 어른이 된 후 이 곡을 다시 들으며 곡이 꺼림칙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꽤 많은데요. 멜론의 곡 댓글 추천순에서도 관련 반응이 주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고소를 진행한 마텔사 역시 이후에는 스탠스를 바꿔 'Barbie Girl'을 살짝 개사해 자신들의 바비인형 CF에 사용했다는 겁니다. 어찌 됐건 'Barbie Girl'은 '바비인형' 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노래가 됐으니, 바비인형 제조사 역시 이에 적응해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 가지. Ava Max가 2018년에 이 곡을 비틀어 만든 'Not Your Barbie Girl', 그리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과거와 지금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두 곡을 연달아 듣는다면 그동안 시대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으니, 이런 감상법도 추천을 해봅니다.
'Not your barbie girl / I'm living in my own world / I ain't plastic / call me classic (네 바비인형이 아니야/ 난 내 세상에 살고 있어/ 플라스틱이 아니야/ 클래식이라고 불러줘)'
Ava Max 'Not Your Barbie Girl'
'바비인형'하면 생각하는 가장 유명한 노래, 'Barbie Girl'은 세상에 이토록 많은 논란과 쟁점을 불러왔습니다. 2023년, 이 곡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온전히 리스너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