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덜 깬 눈을 부릅뜨고 시어머니를 돌아봤다. 어머님 나갈 때 같이 나가야지~~ 5분, 그리고 10분이 또 지났다. 바깥에서는 아침을 알리는 소, 닭들과 사람들의 분주한 소리가 점점 커져만 갔다. 내 마음은 조급해졌으나, 그 작은 방은 고요했고 평화로왔으며 시어머니의 코 고는 소리만 우리의 존재를 바깥으로 알리고 있었다. '혼자 나간다 or 나가지 않는다' 나의 눈치싸움은 얼마간 계속되었고 많은 내적 갈등을 일으켰으나 결국에는 나도 다시 모른 척 눈꺼풀을 덮기로 했다. ^^;;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시할머니가 아침밥을 모두 차려둔 후였다. 그렇게 밤길을 달려온 서울 식구들은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밥상머리에 겨우 앉았다. 시할머니가 차려주는 아침식사라니.... 밥이 제대로 넘어갈 리 없었다.
길고도 짧았던 아침시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명절 준비가 시작되는 분위기였다. 두리번두리번 시어머니는 또 없었다.
큰 아버님이 내 옆으로 오셨다. "새 며느리야. 너희 시어머니 별명이 뭔지 아느냐?"
"글쎄요" 난 고개를 저었다. "뭔데요??"
"니 시어머니 별명은 바리스타다."
"아??? 어머님이 커피를 좋아하세요?"
"허허허 아니. 명절날 내려와서 아무것도 안 해. 그냥 커피만 타. 지금도 자러 갔다. 얼른 가서 커피라도 좀 타라고 해라."
역시나 신여성!! 우리 시어머니였다. 시댁에 와서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당당하고 뻔뻔했다!! "명절에는 좀 쉬어야죠. 우리 어제까지 일하다 왔어요. 못하는 거 억지로 하면 병나요. 커피 드실 분?? 손!!!"
옆에서 듣고 있던 큰어머님이 다가오셔서 한마디 붙이셨다.
"아이고 내가 작은집 며느리는 어떨까 해서 봤는데 지 시어머니랑 똑같네. 똑같은 며느리를 데리고 왔어"
그렇다. 나는 아침식사 시간 순간의 선택으로 눈치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며느리, 지 시어머니랑 똑 닮은 뻔뻔한(?) 며느리로 찍혀버린 것이었다.
그 이후로 3번의 명절이 더 있었고, 시어머니와 나는 며느라기들의 본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외길을 걷고 있다. 나는 2호 바리스타 며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