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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리톡 CEO 박병종 Jan 04. 2017

정유라 JTBC 그리고 양자역학

덴마크 정유라 체포작전이 덴마크 물리학자를 깨우다

양자역학 학설 중에는 ‘코펜하겐 해석’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학설을 펼친 양자역학의 거장 닐스 보어의 고향이 덴마크 코펜하겐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덴마크 올보르에서 벌어진 정유라 체포작전과 이에 개입해 특종을 터뜨린 JTBC 기자의 보도윤리 논란에도 '코펜하겐 해석’이 필요할 듯 합니다.


덴마크에 숨어 있던 정유라는 JTBC 기자의 신고로 체포됩니다. 경찰이 들이닥치기를 기다리고 있던 기자는 체포 장면을 촬영해 보도합니다. 논란의 발단은 ‘기자는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관찰자로 남아야 한다’는 취재원칙을 어겼다는 것. 과연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관찰자로 남는다’는 명제가 가능할까요.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양자의 세계에서 객체의 물리량은 객관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관측 행위의 영향을 받아 시시각각 변합니다. 객관적 사실을 알아내려는 관측 행위가 오히려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를 언론의 취재 과정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기자들이 정유라의 행방을 뒤쫓아 독일과 덴마크로 급파됩니다. 정유라가 취재진을 의식해 숨어지냈다면 기자들은 이미 사건에 개입한 것입니다. 어떤 기자도 투명인간이 아닌 이상 사건에 개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개입 자체를 잘못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개입을 통해 기자가 이득을 보는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종을 잡아 개인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원칙을 어겼다는 것입니다. 해당 기자는 오히려 국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했다고 반론할 것입니다.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을까요. 기자의 취재활동은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건에 개입한 '행위 자체'를 따지기 보다 '행위의 의도’를 따지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 같습니다. 덴마크 경찰에 정유라를 신고한 행위는 국가 공동체를 위해서였을까요. 기자 개인의 성과를 위해서였을까요.


기자 시절 크게 당면했던 문제여서 따로 써봤습니다. 제가 찾은 결론은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의 양심을 따라가면 된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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