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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리톡 CEO 박병종 Sep 09. 2018

저출산, 여자 문제 아니라 취업 못한 남자가 문제라고?

청년실업 증가와 전세가격 폭등으로 결혼이 감소한 것이 원인!

2017년 합계출산률이 1.05명이고 올해 2분기는 0.97명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부부들은 아이를 너무 안낳는다며 걱정을 한다.


충격적이게도 최근 한국 부부들은 평균 2명 이상 아이를 낳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결혼한 여성의 출산지표인 유배우 출산률은 2016년 기준 2.23명이다. 출산률 통계의 분모가 결혼한 여성이 아니라 15세 이상 가임기 여성이기 때문이다. 98%의 아이가 결혼한 어머니로부터 태어나는데도 통계지표가 이 모양이니 다들 착각을 한다.


자연스레 정책의 초점은 결혼한 부부가 애를 많이 낳도록 다자녀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간다. 헛다리 제대로 짚었다. 결혼한 부부는 이미 2명 이상 아이를 낳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한다는 것이다. 아래 자료는 2003년 이후 통계청 자료로 서울시의 혼인건수와 서울시 합계출산율이다. (출산률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지역이기 때문에 서울을 표본으로 분석한다.) 2012년을 기점으로 혼인건수와 함께 합계출산률이 곤두박질 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가임기 여성 중 결혼 안하는 비율이 늘어나면 그만큼 합계출산률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혼인건수가 줄어들었을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핵심은 청년실업률 증가와 천정부지로 오른 전세값으로 추정된다. 아래 통계청 자료를 보자.



정확히 2012년부터 청년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2000년 이후 노동시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25~29세 대졸 남성의 고용률 하락이다. 그 수준은 2000년 78%에서 2016년 70%까지 떨어졌다. 반면 고졸 남성과 여성의 경우 고용률은 오히려 상승 추세에 있다. 기존 대졸 남성들이 많이 진입했던 정보기술, 금융 등 전문직, 준전문직의 고급인력 수요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간한 '청년실업률은 왜 상승하는가?'에 따르면 정보혁명의 초기에는 막대한 투자로 많은 인력이 흡수됐다. 반면 성숙기에 접어든 요즘은 산업 혁신의 둔화로 인력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서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초혼연령이 올라간다.



1~2년 간의 취업준비 기간을 거쳐 겨우 취직을 하고 나면 이번에는 폭등한 전세 가격이 기다리고 있다. 청년들의 결혼을 막는 또 다른 큰 요인이다.


지난 10년간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불과 8%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거의 75%나 올랐다. 일반적인 신혼부부가 전세로 집을 마련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거의 2배로 올라버린 집값은 결혼자금의 급격한 증가를 의미한다. 결혼 필요자금이 많아지면서 이를 모으기 위해 초혼연령도 올라간다. 여성의 가임기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결혼을 안해 초혼연령이 올라가면 출산률은 낮아진다. 자금 부담으로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도 생긴다.



그렇다면 전세가격이 왜 이렇게 올랐을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완화적 금융정책을 쓰면서 한국은행도 발맞춰 기준금리를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2009년 2%대까지 낮췄던 금리는 이후 경기회복에 따라 다시 올리는가 싶더니 다시 1%대까지 낮아졌다. 전세 보증금의 이자수익이 낮아지면서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다. 수요 대비 전세 공급이 줄어들자 전세 보증금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답시고 전세자금 대출 지원을 크게 늘리면서 전세금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2012년은 전세가격을 위시한 결혼자금의 폭발적 증가가 임계점에 도달해 실제 혼인건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합계출산률이 1명에도 못미치는 것은 결혼을 못하기 때문이다. KDI는 끊임없는 기업 혁신이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다. 정부가 혁신의 판을 깔아줘야 한다. 신혼부부들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확대도 필요하다. 다만 하루 아침에 결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어렵다면 결혼하지 않고도 애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프랑스식 동거 활성화와 결혼 가정에 준하는 사회 보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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