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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리톡 CEO 박병종 Oct 16. 2018

1일1닭으로 자기주도적 조직 만들기

결과 대신 목표를 평가한다.

회사가 돈으로 직원의 성과를 높이겠다는 시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성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보상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대부분 회사의 인사평가 주기가 1년이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1년이라는 시간은 상당히 길어서 평가자가 직원의 업적을 잊어버리고 평소 인상에 기반해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평가를 상사가 하든 동료가 하든 이런 경우 A등급을 제외한 모두가 불만을 갖기 마련이다. 평가에 대한 불만은 조직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업무 의욕을 떨어뜨린다. 일의 능률을 올리려고 도입한 성과급 제도가 오히려 부작용을 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달 단위의 평가 싸이클

콜버스는 지난 7월부터 '모티베이션 알파'라는 성과 보상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회사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서 조직을 재정비 할 여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조직문화를 심는 것이 목표다. 조직문화는 무형의 것이지만 '제도'라는 유형의 토양 위에 싹튼다. 결국 제도가 좋아야 조직문화도 좋은 방향으로 성장한다. 성과보상 제도는 조직원들의 행동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틀이기 때문에 보다 세심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콜버스 성과보상 제도의 특징은 매달 평가한다는 점이다. 평가주기가 1년 정도로 긴 대기업들은 업적을 평가하기 보다는 평소 그 사람의 이미지를 평가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한번 저성과자로 찍힌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콜버스가 매달 성과를 평가하고 성과급을 월급과 합산해 지급하는 이유다.(사실 한달 주기로 돌아가는 싸이클은 2주 단위의 애자일 스프린트 프로세스를 그대로 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콜버스는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개발팀도 끊임없이 치고 들어오는 이슈를 처리해야 한다. 업무 싸이클을 1달로 여유 있게 잡고 개발 계획을 실행하는 이유다.)


결과 대신 목표를 평가

결과 대신 목표를 평가한다. 매달 1일 콜버스 팀원들(Pathfinders)은 모두 '성과노트'를 작성한다. 개개인 별로 한달 자신이 달성할 성과목표를 제안한다. 보통 정량적인 핵심성과지표(KPI) 목표치 혹은 스스로 낸 아이디어에 기반한 개인 프로젝트 등이다. 성과노트가 작성되면 다음날 CEO는 각 팀원들의 성과목표가 달성됐을 때 회사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창출해 낼지를 추론해 최대 월급의 10% 내에서 성과급 배당률을 결정한다. 한달 동안 목표를 달성하면 약속대로 성과급을 받지만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서에 명시된 기본급만 받는다. 일을 끝낸 후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시작하기 전 목표를 평가하는 것은 각 직원의 평가 수용성을 극적으로 높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성과급은 목표 달성을 위한 양념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점이다. 기본급 대비 성과급 비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일 자체에서 얻는 성취보다 돈을 위해 일하게 된다. 일의 성취와 보상 간의 주객전도 현상은 자금지출의 비효율을 키우고 조직문화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끼친다. 성과급의 규모가 대체로 성취감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쳐야 하는 이유다. 나는 그 적정선을 월급의 10%로 본다. (월급의 10%는 대략 치킨 20마리 정도 사먹을 돈이다. 약속된 월급과 무관하게 출근하는 날마다 치킨 한마리씩 사준다면 나는 정말 회사를 사랑할 것 같다.)


정기적 피드백은 팀원들의 나침반

이 제도에서 중요한 요소는 2일 배당률 책정과 함께 이뤄지는 '먼슬리 인터뷰'다. 매달 CEO와 팀원이 1:1로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 하는 시간이다. CEO는 해당 팀원의 지난달 성과와 업무 방식 등을 토대로 피드백을 준다. 팀원도 CEO의 업무 방식에 대해 피드백을 주거나 회사에 대한 불만, 건의사항 등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다. 이를 계기로 팀간 불화로 이어질 만한 사항을 중재해 원만히 해결하거나 처우에 대한 불만 등을 수렴해 만족하며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유도한다. 먼슬리 인터뷰는 각 팀원이 가야 할 방향을 경영진과 함께 확인하고 점검하는 '나침반' 같은 제도로 볼 수 있다.

  먼슬리 인터뷰의 다른 기능은 성과목표에 책정된 배당률을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일 책정된 성과급 배당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성과목표를 더욱 높게 잡거나 해당 성과목표 달성이 가져오는 가치가 생각보다 더욱 크다는 점을 어필해 배당률을 높일 수 있다. 협의를 통해 아예 성과목표를 바꿀 수도 있다. CEO는 개별 팀원과의 합의를 통해 정성적 평가로부터 오는 공정성 시비를 없애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평가를 완성한다.


투명하게 공유되는 성과

이쯤 되면 3일에는 무얼 할까 궁금해질 것이다. 3일은 '콜버스 I/O'라는 성과공유 행사를 한다. I/O는 입력(Input)과 출력(Output)을 의미하는 개발자 용어다.(구글 I/O에서 따왔다.) 전 직원이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전달 성과(Output)를 공유하고 이번달 성과목표(Input)을 제안한다. 전월 실적이 목표치에 부합하면 박수를 받고 무얼 배웠는지 공유한다.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면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책을 논의한다. 제안된 성과목표와 세부 실행전략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을 통해 보다 단단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팀원별로 자기가 하는 일과 성과에 대해 홍보하는 시간인 동시에 스스로 고백하는 투명한 평가 시간이기도 하다.

  5일은 월급날인데 콜버스 I/O에서 발표된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합산돼 지급된다. '모티베이션 알파'의 목표는 직원들이 대담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다. 실제로 제도 시행 후 3개월 동안 50%의 매출 성장이 일어났다. 평균 배당률은 8% 정도이고 성공률은 대략 50%다. 따져보면 월 200만원 정도의 추가금으로 직원들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기주도적 조직을 만든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이제 리더인 내가 직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간 자꾸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리더가 돼가는 것 같아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 그런 걱정이 없다. 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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