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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kyou Sep 16. 2015

참치집

그저 한끼식사 ..그이상의 이야기




참치집에서 데이트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꺼야 ...


스물한살..대학교 삼학년때의 일이다

호프집도 아니고 치킨집도 아니고 ..
참치회집이라..

정갈하게 차려입으신 어르신들
조용히 드시고 나가시는 모습에 비해
요란한 우리모습이 좀 웃기기도 하고 ..

더 신나는 곳에 갈줄 알았다가
뜬금없는 참치집에..
좀 서운하기도 하여 ..

말없이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하는데..

그는 눈치도 없이
궁금하지도 않은 참치의 여러부위를
조근조근 설명해준다
그중에서
이름도 기억안나는 ..
빨가면서 핑크빛이
살짝 감도는 네모난 덩어리를  
또 ..김에싸서 초장도 아니고
참기름에 찍어 먹여준다

그냥 차가운...생선맛!!!

도대체 여긴 왜 데려온거야 ...
잔뜩 기대한
두번째하는 데이트인데..말야




이십년후...


토요일 오후 ..
아버님께서
내일 정심을 같이먹자며 카톡을 하셨다

올림픽공원 옆에 ..

잘하는 참치집이 있다고
애비랑 애들데리고 그리 나오라며
친히 주소까지 보내주셨다
갑자기 무슨일이 있으신가 싶어
여쭈어보니
우리 결혼기념일을 챙겨주고 싶으시다고 ..

참치집에서 내가 한턱 쏘마 !!!

하신다

정갈하게 차려입으신 두분이 먼저와서
기다리시고 .. 우린 아이들과 시끌시끌
입장한다






단아하게 차려낸 상에
우리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

담긴다


빨가면서 핑크빛이 살짝도는
이십년전에 그네모난 덩어리가
보인다



훗...
하고 나도모르게 웃어버렸다

나를 궁금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아버님께 ..

대학교때 ..오빠가 참치집에
자주데려왔었거든요 ..

아버님도 의미심장하게 웃으신다


그리곤 김에 참치를 싸서 참기름에 찍어
손녀의 입에 넣어주신다

또... 웃음이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어제 소요산에서 주워왔다
아가들 주려고...

도토리를 손녀의 두손가득
동글동글 올려주시고 ...


할아버지랑 지하철한바퀴 탈까?

하시니..
물어봐 뭐하냐는 듯이
아들놈은 순식간에 할아버지
손을 잡아끌고...

오늘은 청춘행기차타고 춘천 ..가자요 !!!!

이상한 어법으로 자신의 기쁨과 흥분됨을..
표현한다



할아버지랑 세상구경하고 올께요!!!


멀리 둘은 사라진다

차를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슬쩍 물어본다

오빠.. 그런거였어?

갑자기 무슨? 하는 표정의 남편에게

참치집 ..말야
그게 그런의미였구나 ..그런의미였구나 ...
하고 나는 또 ..점쟎고 바른남편을
놀려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해본다

감사합니다


늘 정신없고 ...서툴고 ...

할줄아는거 라곤

그림그리고 글쓰기가 전부인

부족한 나에게

이리 후한 대접을 해주시는

똑 ...닮으신 두분께 ...



이담에 저도 아끼는사람이 생기면 ..
꼭 참치집에 데려갈꺼예요

그게
딸아이의 짝이든..
아들녀석의 짝이든...간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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