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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kyou Oct 31. 2015

초속 5쎈티미터

사라져가는 첫사랑의 추억에 관하여



어제 출근길 아침이였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쳐 다니던
오래된 아파트단지앞에서
발걸음이 멈춰졌다


철거날짜가 임박하여

이주를 서두르라는 현수막이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자신감이 더 생겼는지
어깨에 힘이 흠뻑들어간체로
거세게
펄럭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좀 서운한 맘이 내발길을 잡았나보다


지금은 저리 춥고 쓸쓸해보이지만
해마다 봄이면

수많은 사람의 기다림속에
벗꽃축제를  하던
동네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오래된 길이였다

삼십년이상을 한동네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골목마다 쌓여있는 추억을
다큰 어른이 되었어도
그리울때마다 슬쩍씩 꺼내볼수 있는
비밀스런 행운이였는데..

이제 하나둘 의리번쩍하고 세련된
브랜드형 아파트들이
들어서니
여기가 저기같고 저기가 여기같아
조금은 서운한맘이 들기도 했다




1992년
점점 희미해져가는
첫사랑의 기억
그것또한 저 아파트의 철거와 함께  전부
사라지겠지?

어설퍼
얽혀버렸던

순수해
잡지못했던
인연  이였어도


떠올리면 ...

이제는 따뜻한 미소가 지어지는 기억


머리위로 떨어지는
벗꽃잎들을
후두둑 털며 깔깔거리다가
작은 우산하나를  가져와
함께 쓰고서 밤새 돌아다니던
저기
저곳 너의 집


이제 사라진데 ....





나는

풋풋한 청소년들의 사랑이야기를

가슴 한구석 먹먹하게

담아네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좋아한다

디비디까지 구입하여

생각날때마다 꺼내보는

그중 가장좋아하는 작품이

바로


초속 5쎈티미터

이다







벗꽃잎이 마치 겨울 눈처럼

후두둑 떨어지는 골목길을

책가방하나 달랑메고서

수줍게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은


볼때마다 설레이는  순간이였고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먼곳으로 소녀아키라를 만나러 가는

소년 타카키가 타고있는 열차


하염없이 내리는 눈때문에

계속 시간이 지체되어

가다가 멈추고 또 가다가 멈추고...


그때마다

툭 떨구어지는 소년의 머리와

철렁 내려앉은 가슴


그장면에선


'어떻게.....어떻게......' 혼잣말을 하며

나또한 심장이 터질것같았다






이미 약속시간을 훌쩍넘긴 새벽녘에


드디어

기차가 정거장에 들어서고

소년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몇년을 참아온 그순간속으로

문을 연다


작은 기차역 차가운 대합실에

작은 소녀가 그보다 더작은 난로 옆에서

달달 떨고있다가


소년의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다


나는 그순간에 눈물이 터졌더랬지 ..


얼마나 그렇게 쪼그리고 있었던지

소녀는 일어날 힘도없다


가까이 다가온 소년의 코트끝자락을

떨리는 손으로 작게 움켜쥐고서


흐느껴 울뿐이다






소년과 소녀는 밖으로 나가

내리는 눈을  ...떨어지는 벗꽃을 ...

하염없이 맞으며

밤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헤어지게 된다





많은 사연으로 엇갈리며

또 그만큼 의 시간도 흘러 ...

서로에게 희미한 추억으로만 남을 즈음에 ...


물리적으로

굉장히 먼 곳에 있었던

두사람은


우연히  ....기찻길에서 마주치게된다








순간 서로를 알아본다







지금 돌아보면, 분명 그 사람도

돌아볼 거라는 걸

소년은 아니  남자는 강하게 느낀다


떨리는 마음으로 돌아서는 그순간



.................

그순간

야속하게도

십수년전 마음을 졸였던 그때 그 기차처럼


여자와 남자 사이로


쌩..... 하고 들어와  순간의 절심함을 막아버린다






기차가 순식간에 지나갔어도

그때처럼 남자는 이 몇초가 몇시간으로 느껴졌을텐데 ..


드디어 확!!!!!

기찻길 건너의 모든것이

시야로 들어오는 그순간에


이 영화의 주제가가 흘러나오고


나는 또 하염없이 울었다








어린시절의 소녀도 없고


단 몇분전 그녀도 없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다






벗꽃만 가득하게 날릴뿐이다

남자는

그냥 담담하게 한참을 바라보고 ...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삼십년도 더 넘은 저곳 ...

저곳을 나도 소년처럼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소년에게도

소녀에게도 ....


더이상 아픔이 아니라

예쁜 추억이였기를..."





그시절
저곳에
살았을 ...
모든 첫사랑들에게
오늘 아침

따뜻한 인사 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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