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어색했고 지금은 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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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작가님 소개로
퇴근 후
혼자 공연을 봤다.
처음 가본 문화비축기지는
밤에 와서 왠지 더 좋았을 듯하고
공연자체는 좀 심오했지만
그 분위기에 집중은 분명 원 없이 하고 나왔다.
거문고와 피리 베틀 짜는 여인까지
나는 장르불문 이런 콜라보가 참 좋다.
너무 추워서
엉덩이도 손도 얼굴까지도
너무 추워서
근처라고 들었던
마침 생각이난
불광천 어느 작은 오마카세스타일 심야식당에서
혼자 꼬막찜에 맥주 한잔을 마셨다.
언젠가 한번 오라고 하셨던
주인장은 없고
다른 셰프가 정성스럽게 준비해 준
늦은 저녁을 잘 먹었다..
다해봤자
한 일곱 명 정도 앉을 수 있으려나?
작은 심야식당
옆테이블에
시끄러운 무리가 있었는데
여자 셋에 남자하나
그들은 오늘의 셰프와 친구
딱 봐도
나보다 어린 친구들 같다. 분명
장난스레 언니는? 몇 살? 하고
나이를 묻길래 몇이다 이야기하니
술잔을 떨어트리며 헐.... 진짜 언니네 한다.
언니 언니 하면서
자꾸 말을 걸며 흥을 나누려 한다.
사연은 그중 제일 취한 친구가
유방암 말기라고 알았는데
오진으로 판명되어 너무 기뻐
친구들끼리 축하파티란다..
나는
ㅎㅎㅎ 기꺼이 같이 건배해 주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좀 취한 그녀를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 그녀를
안아주기까지 했다..
혼자 술 드시러 오셨어요? 하길래
아뇨.... 춥고 배고파서 밥 먹으러 왔어요.
그러니 술을 막 권하다가
조금
주춤하기도 한다..
옆에 바짝 붙어 앉더니 그녀가
계속 질문이다 ㅎㅎㅎ 조금 귀엽기도 하고
또 그냥 내 친구들 같기도 하고.
초면에
노래방까지 끌려갈뻔하다가
ㅎㅎ
택시 불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택시가 도착해서 막 나가는데
그녀가 뛰어나오더니
언니..... 또 봐요. 한다..
뒷따라 나온 그녀의 친구들은
죄송해요 언니... 이 친구가 이런 애가 아닌데
오늘 너무 실례하네요..
아니에요. 즐거웠어요.
하고 택시 문을 닫았다..
아.... 배불러
진짜 배불러..
나처럼 낯을 가리는 소심한 사람도
나이가 드니 모든 게 자연스러워지나 보다.
홍상수감독의 영화 같았던 하루.
제목: 그때는 어색했고 지금은 익숙한
이라고 해두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