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의 한계

by 조여름


2년전 일을 많이 하다 크게 아프고서야 내가 원하는 만큼 열심히 할 수 없다는걸 알았다. 뭐든 될 수 있다고 믿는 어린아이처럼, 우리는 종종 뭐든 열심히 하면 길이 열린다고 생각하곤 한다.


아주 당연하게도, 체력을 포함한 우리의 모든 자원은 한정돼 있다. 어떤 사람은 운 좋게 타이밍을 잘 만나 자신의 노력에 비해 큰 성과를 얻기도 하고, 아예 처음부터 남들이 갖지 못할 정도의 갖은 자산을 갖고 있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걸 인정하기에 우리는 너무 노력의 비중을 크게 보는건 아닐까. 능력만 좋으며, 그리고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오력하면 뭐든 얻을 수 있을거라는 착각은 좀처럼 떨쳐내기가 어렵다. 우리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노력이라는 마지막 카드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위해 언제까지나 열린 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마흔이 되어서 돌이켜 보면 노력은 결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건 맞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노력할 수 있는것도, 굳은 의지를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이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다 우울증이 걸리기도 한다. 또 마음속 깊이에는 '그렇게까지 해서 성공해야 하나'라는 솔직한 의구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노력은 우물이 아니다. 쓰고나면 어떤 다른 부분에서는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니 어느 분야에서든 잘하려면 그만큼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힘들게 연마하고 남들이 다하는 어떤 것들은 포기해야한다.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작 그 시기가 오면 그렇게 하지는 않으면서, '언제까지나 가능성있는' 나 자신을 갖고 가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한계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걸까? 비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성공하리라는 그 알량한 자존심을 놓아버리면, 실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발가벗은 진실에 마주해야 하니까. 그 증거로 수많은 웹툰과 웹소설은 대부분 '어느날 갑자기 우연한 기회가 생겨 부와 권력, 명예를 얻는 이야기'가 많다. 피나게 노력 하는 과정을 세세히 다룬다거나, 어렵고 힘든 일을 견디는걸 오래 두고보지도 못한다. 모든 사람에게 존재만으로 사랑받고, 약간의 위기가 있지만 회귀나 빙의, 환생으로 척척 이겨내고, 결국은 사랑까지 얻게 된다는 완벽한 스토리여야 만족한다. 나 역시도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좀 더 실패를 용납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20대의 나는 언젠가 성공할거라는 마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젠가는 소소하게 일상을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 두가지 마음속에서 나는 후자쪽으로 자연스럽게 기울어졌다. 그럼에도 가끔은 세상이 끊임없이 말하는 '성공'이나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부'에 무력하게 마음을 뺏기기도 한다. 부질없는 짓이다. 그런것들을 얻으려면 제대로 힘을 다해 얻으려고 노력했어야 한다.


결국, 우리는 복권을 긁으며 매우 낮은 확률에 기대를 걸듯 그렇게 영영 '언젠가는'을 외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어느날은 더이상 그 가능성에 기대살 수 없다는걸 깨닫고 한계에 주저앉게 되겠지. 그러기 전에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또 어디까지 노력하고 싶은지를 알아서 그 속도에 맞춰 살고 싶다. 말뿐인 꿈으로 인생을 허비하고 싶진 않다. 마흔은 그동안 쌓아온 허세를 벗기 좋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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