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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여름 Sep 10. 2019

번외)시골은 텃세가 심한가요?

귀농귀촌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한 소소한 팁



사실 텃세 문제는 케이스바이케스가 많아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쓸까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차피 독자들도 나의 이야기를 하나의 사례정도로 참고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늘어 놓기로 했다.  내가 겪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이 나라에 살고 있으니, 나의 이야기는 한사람의 의견정도로 참고정도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정보들을 습득한 곳은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지역이 아니라, 내 고향 마을에서 보고 겪었던 일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간 친구들이 가장 낯설어 하는것은 '집'이다. 생전 처음 자취를 해보니 힘들기도 하지만, 부모님과 떨어져 산다는 것은 많이 낯선 일이니까. 거기다 그 순진함과 미숙함을 이용하려는 집주인을 만나면 고통은 몇배가 되어버린다.  


  10년 전쯤, 내가 다니던 대학의 커뮤니티에는 종종 집주인의 횡포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에어컨을 설치해도 된다고 허락해 놓고는 이사갈때가 되자 공짜로 넘기라고 한다던가,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며 세입자가 구입한 세탁기를 두고 가라고 한다던가, 보증금을 주지 않는 다던가 하는 등등의  글들. 학생들은 댓글로 자신이 당한 횡포도 추가하며 울분을 터뜨렸지만, 대부분은 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포기했다. 어렸고, 비용이 많이 들고, 겁이 났으니까.


 나 또한 수 많은 월세집을 전전하면서 집주인들의 횡포를 많이 겪었다. 정말 천사같은 집주인 분도 한분(정말 딱 한분)만났지만, 대다수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어가며 어떻게든 이익을 보려고 했다. '서울가면 사기꾼들이 많다더니, 그게 정말이었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의 피해 사례를 듣고 '서울은 사기꾼들만 산다!'라고 단정 지었을까?


 그렇진 않다. 왜냐하면 10년 넘게 살면서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특히 월세를 받는 집주인들이 돈에 예민하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뿐, 나머지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적응할 수 있었다.살아봤으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자신이 직접 겪어보고나면 그제서야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는듯 하다.


 시골의 텃세를 두려워하는 도시인들의 정서를 100%까진 아니라도 80%는 이해한다. 나도 한때 내 고향이 아닌 다른곳으로의 귀촌을 꿈꾸기도 했으니까. 남들이 경고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조심하는 게 맞다. 아니, 조심해야만 한다. 그래야 손해를 안보고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뉴스에서 괴담처럼 들리는 귀농 피해사례. 돈을 엄청나게 요구했다거나, 사기를 당해 땅을 샀다거나 하는 말들. 전부 사실일까? 내가 귀농해도 그렇게 될까? 그렇다. 당신도 당하게 될 확률이 적지않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지방살던 학생이 서울에서 월세집 주인에게 부당한 일을 겪을 확률보단 비교가 안되게 적다.  게다가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센터나 선배 귀농인들이 조언을 해주려고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으니,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동네를 활보하던 강아지.... 귀여우니까 보고 가셔야함 ㅇㅇ


 내 생각에 귀농 피해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뭐든 무턱대고 사지 않는 것이다. 집이든 땅이든 임대부터 시작하는게 안전하다. 요즘은 월세받는 촌집이 꽤 많고, 임대할 수 있는 땅도 많다(더 좋은건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사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 혜택이 정말 많다). 나이가 많거나 주인이 타지에 있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은 임대료 없이 나오기도 하는데, 농사 짓는 땅이나 과실나무는 관리해주지 않으면 망가져버리기 때문에 주인쪽에서도 누군가 관리해주면 고마운 경우다. 다만 농사경험 없는 귀농인에게는 기회가 없고, 몇년 정도 농사를 짓고 인정받아야 시도해 볼 수 있다.


 만일 무턱대고 근사한 집을 산다던가, 내 경작지가 있어야 한다고 땅을 사들인다면? 이런 사람들은 시골의 사기꾼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사기치기 좋은 사람이겠는가. 자신의 홈그라운드도 아닌 곳에서 선뜻 돈을 쓸 줄 아는 사람.  내가 사기꾼이라도 그런 사람부터 공략할 것 같다.  쓸데없이 돈냄새를 풍길 필요는 없다. 그건 시골이나 서울이나 다 마찬가지다.


  인맥을 많이 만들면 텃세와 귀농피해의 확률을 모두 줄일 수 있다. 농사는 인맥이라는 말이 있듯, 시골생활도 인맥이다. 시골 사람들이 텃세를 부리는 이유는 당신에게 인맥이 없기 때문이고, 그래서 아주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그 지역에서 아는 사람이 많은 귀농인은 함부로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아까도 말했듯이, 시골사회는 인맥이고 다 얽혀 있으니까.  


 "그럼 어디서 인맥을 키워요..."라고 묻는다면 추천해줄 곳이 있다. 각 지역마다 농업대학 혹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여는 강좌가 있는데, 대부분 무료고 일단 들어두면 지원금 받는데 유리하니 부지런히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기술센터에서 알게 되는 사람들은 제대로 농사를 짓는 이들이 많고, 또 거기서 알음알음 소개받아 넓혀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인맥부자가 될 수 있다.


  "그 동네 분들하고 친하게 지내면 되잖아요" 라는 생각도 훌륭하긴 하나 조심해야 한다. 한 동네의 커뮤니티에 들어간다는 것은, 당신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나만 이방인이고  다른 사람들끼리 다 친한 것 같지만, 실상을 알고 나면 서로서로 적도 많고 관계가 복잡하다. 그저 신입사원처럼  말조심하며 조용히 지켜볼 것을 권한다. 1년 이상  지켜보면서 관계가 파악되면 그때 친목을 쌓아도 늦지 않다. 실제로 고향의 동네를 살펴보면, 이 동네에서 오래 산 젊은이들은 동네어른들과 친할 것 같지만 왕래 안하는 사람도 많다. 회사로 치면 정치질 안하고 자기 일만 하는 타입. 그렇게 지내도 된다. 아니, 그게 오히려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동네에 적응할 일이 걱정된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눈 밖에 나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 준다. 지금 시골은 노령화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이 귀농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티는 안내도 기특해한다. 신입사원이 회사에 적응하듯 튀는 행동만 안하고 예의바르게 처신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아주 소중한 동네의 일원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다면 시골 사람들이 좋아할 행동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일단 무조건 인사를 잘해야 한다. 동네 어르신을 보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무조건 인사를 하는게 좋다. 그냥 회사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보이면 인사하라. 인사만 잘해도 70은 먹고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지 마라. 도시와 다르게 시골은 서로서로 친한 것이 보안의 방법 중 하나다. 때문에 동네사람들 입장에서 누군가 새로 들어온다는 것은 '알수 없는 미지의 위험'하나가 들어오는 것이나 마찬가지. 다른 집들은 이미 '검증된 안전'으로 취급되지만, 이 알수 없는 존재는 위험인지 안전인지 판단되지 않았기에 끊임없이 관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을 쓸데없는 호기심이나 오지랖으로 여기지 말고 '나는 안전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어필을 해주길 바란다. 인사도 안하고, 대문도 꽁꽁닫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전혀 없다면 동네 사람들은 그를 '위험'으로 판단하고 경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뭐든 동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 적응이 빨라진다. 시골은 서로서로 나누는게 일상이기 때문에 자신이 경작한 농작물을 나누고, 그게 없다면 재능기부라도 하는 것을 권한다. 아주 사소하게는 어르신들이 휴대폰 기능을 몰라 물어보러 오실 수 있는데, 그때 친절하게 대해 드려라. 귀찮아도 해 드려야한다. 어르신들은 우리가 안해주면 그걸 들고 시내까지 나가야 해결할 수 있다. 만일 그것도 못해줄 정도라면... 현지인의 입장에서  솔직히 그런 사람은 우리동네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한 팁인데, 동네 마을회관 행사에 꼭 찬조를 해라.  대부분의 동네 마을회관에는 어르신들 중에서도 최고령의 노인분들이 모여 있다. 이장님께 여쭤보고 어르신들을 대접해야 할 행사가 있으면 현금을 찬조하든, 먹거리를 제공하든 정성을 보이는 게 좋다. 그게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주는 부담이라기보다는... 그냥 동네 사람들 다 하는 거니까 하라는 거다.  동네 사람들은 항상 그렇게 해 왔다. 그러니까, 동네 사람들이 하던일을 당신도 하면서 일원이 되는 것이다. 부담가질 필요는 없고 현금이라면 10만원정도, 먹거리는 수박같은 과일이나 어르신들 드실 간식이 좋다. 처음에는 꼭 하는게 좋고 이후로는 적당히 눈치봐가며 하면 된다. 우리 부모님도 옆동네로 집을 옮기면서(원래 집도 그대로 두고), 농사짓는 땅이 있는 동네라 오랫동안 그곳 사람들과 알고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어버이날 찬조금으로 30만원을 내셨다. 그 동네에서는 왜 이렇게 많이 냈냐고 뭐라하셨지만 그게 성의고 정성인거다. 그리고 나중에 다 돌려받는다. 어쩌면 더 많이.


 이 글을 읽고도 "아, 모르겠어요. 자신없어요. 시골 가고 싶은데 무섭다구요!!"라고 하신다면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아파트에 살면 된다. 무슨 소리냐고? 당연히 농사지으면 시골 사는게 아니냐고? 응 아니다. 아파트 살면서 농사지으러 출퇴근 하는 사람들 많다. 생각보다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까, 결론은... 시골 사람들이 상경할 때 정신 바짝 차리고 긴장하듯, 도시인들도 귀농할 때 온 정신을 집중하고 준비해야 한다. 나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고 하이에나처럼 어리숙한 사람들을 노리니까. 항상 조심하고, 동네 인심을 꼭 살펴라. 주머니를 먼저 열지 말고 반드시 살아보고 겪어본 후 결정할 것. 이정도만 지켜도 사기 당하거나 텃세로 고생할 확률은 확실히 줄어든다. 그리고 솔직히 회사생활 잘하는 사람이 귀농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사람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니까.



+ 주위에 자문한 결과, 동네마다 어느정도 텃세는 있어도 돈을 요구한 사례는 없었다. 그리고 텃세라는 것도 친절하지 않거나, 내가 더 잘났다고 으스대는 정도....(... 그게 뭐야..) 그마저도 금방 없어지지만..


+뭐 이건 조금 슬픈 거기도 한데, 요즘 텃세가 급속히 줄어드는 이유중 하나가 동네 주민들이 늙어서 텃세부릴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 다들 늙고 몸도 안 좋아지셔서 기력이 없다.


+귀농가구가 많은 동네로 가면 텃세 걱정이 없다고도 하는데, 이 경우는 오히려 원래 살던 분들이 힘들어 하신다고... 귀농한 사람들끼리 몰려다니면서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동네 인심과 분위기를 확인하고 무조건 인심 좋은 곳으로 갈것!


+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농사일을 도와달라고 하면 일단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거절하는게 좋다. 한번 일손이 되기 시작하면 계속 도와드려야한다. 가장 좋은건 자기 농사가 있어서 거절하는 것이고, 그게 안되면 건강이 안 좋다거나 다른 일이 있다는 핑계라도 대라. 품삯으로 생계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일 도와달라고 할 수 없는 사람' 타이틀을 얻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이때도  공손하고  부드럽게,  어쩔수없다는 듯  예의바르게 거절하는걸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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