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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여름 Sep 19. 2020

시골에서 집 구하기

단독주택, 아파트, 원룸...  어디서 살아야 할까?


 '어디서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은 삼십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이때쯤이면 번듯한 집 하나 구해놨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멋모르던 이십대 초반의 생각일 뿐, 지금은 마흔에 내집을 마련해도 감지덕지다. 그래도 다행인건, 서울에서는 집을 산다는 생각조차 못했지만 여기서는 어렴풋한 계획을 세워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이 생기고부터는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봤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는 터라 아직 시내에 있는 아파트를 살 지 주택을 살 지, 혹은 아예 면 단위에 있는 농가주택을 살 지 선택하진 못했다. 그래도 3~4년정도 더 모으면 내 집을 가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기분이 좋다. 아파트는 70%까지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지금 당장이라도 살 수 있지만, 성급하게 정하기 보다는 천천히 알아볼 생각이다.


 그렇다면 시골의 집값은 얼마나 할까?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내 고향과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의 경우 괜찮은 아파트나 시내 주택은 2억원이면 비벼볼 수 있고, 농가주택은 1억 2천~2억이면 넓은 마당이 딸린 꽤 상태좋은 집도 구할 수 있다.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은 대부분 이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듯 하다. 그리고 시내와 면 단위의 땅값은 보통 5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면단위의 주택을 구입하면 시내에서 1억가까이 갈 법한 집도 5천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금만 손봐서 당장 입주할 수 있는 농가주택은 최소 5천만원 이상은 줘야하는 것 같다) 아파트는 대부분 시내에만 있다고 봐도 무방하며, 신축은 30평대가 2억에서 2억 6천만원, 20년 이상된 아파트는 5천만원~1억원 선이다.

 

언젠가 이런 집을 직접 짓고 사는 것이 꿈이다. 이정도 되는 집을 지어도 서울의 24평 아파트보다 저렴하다.



 만일 내가 기혼에 아이들도 있다면 농가주택이나 시내 주택을 고려하겠지만, 아무래도 여자 혼자이다보니 아파트로 마음이 기운다. 17평이나 24평도 괜찮겠지만 이왕이면 30평짜리에 살고 싶다. 인터넷에 떠도는 넉넉하고 예쁜 집들처럼 세련된 인테리어를 해놓고 여유롭게 지내고 싶다. 아, 이런게 말도 안되는 꿈이 아니라니! 이게 현실 가능한 이야기라니! 생각만으로 행복해진다.


 임대하는 집의 가격도 높지 않다. 아파트나 빌라 전세도 집값의 70% 수준이니 부담스럽지 않다. 원룸은 20~30만원대, 좀 더 큰 투룸은 비싸면 45만원까지 가지만 웬만해서는 50을 넘지 않는다. 게다가 반지하나 옥탑방은 아예 취급을 안할 정도로 대부분의 방이 넉넉하고 깔끔한 편이다. 사실 원룸은 광역시와 시군이 큰 차이가 없으며, 수도권과 지방 차이만 크다. 지금 살고 있는 원룸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인데 서울에서 반지하나 좁디좁은 방에서 살았던 나로써는 이 정도도 감지덕지다. 한달 35만원이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확실히 주거환경 만큼은 마음 깊숙이까지 확 닿을 정도로 지방이 압승이다.


  집값이 합리적인 덕분인지 지방에는 일찍 결혼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20대에 결혼하는 경우도 무척 흔하다. 수도권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으니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덜하다. 여기에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분위기도 거든다. 나처럼 결혼생각이 없어진 사람이야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상관없지만, 만일 결혼을 생각하는 30대라면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안정적인 생활을 꾸리기에 훨씬 유리할 것이다.


  청년층이 수도권에 몰려 취업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고, 이는 결국 초저출산에 따른 가파른 인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조영태 서울대 교수도 “서울 못지않게 각종 삶의 자원이 집적된 지방 도시들을 키워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꼭 출산율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 국토 균형발전은 장기적으로 봐도 꼭 필요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수도권의 치열한 경쟁이 의미없는 자원소모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꿈처럼 느껴졌던 내집마련이 이제 멀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쁘다. 3~4년만 더 열심히 하면 30평대의 좋은 아파트도 구할 수 있을 듯하다. 내가 가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온전한 내집'은 시골로 내려오면서 내 손에 쉽게 잡힐 수 있는 존재가 됐다. 그 점은 정말 행복하다. 시골은 정말이지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다. 사람다운 삶이 이렇게나 쉽다.


 

+덧붙이는 글

 귀농을 꿈꾼다면 문제가 조금 더 쉬워질 수 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귀농인의 집'이 무료 혹은 저렴하게 제공될 수 있고, 촌집을 아주 싼 가격에 임대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시골로 온다고 주택을 구입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임대로 살면서 천천히 알아보는 것을 권한다. 귀농붐이 일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지자체마다 귀농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메뉴얼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농귀촌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지자체마다 마련된 귀농귀촌센터에 가서 상담 받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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