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여름 Sep 20. 2020

시골에 가게를 낸 청년들을 만났다 1

아... 부러우면 지는건데 부럽더라


 요즘 젊은 사람 중에 '카페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그 중 '시골에 카페를 차리고 여유롭게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꾼 사람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나도 그 중 하나였고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봤으니까!


  꽤 오래전에 시골에서 창업하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젊은 친구들이 문경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는 기사를 봤을때, 출판관계자가 시골에 책방을 냈다는 글을 읽었을 때, 은퇴하고 시골에서 전통찻집을 열었는데 장사가 잘되더라! 하는 기사를 읽었을 때 모두 막연한 느낌으로 그 기분을 상상해 보곤 했다. 시골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저 꿈이기만 했던 삼십대 초반, 그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어쩐지 아주 멀게 느껴졌고 '알고보면 빛좋은 개살구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이후 시골로 내려오고 나서도 어쩐지 창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져 젊은이들이 연 가게를 지날때면 부러움 반, 시기심 반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언젠가 시골에서 가게를 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은 늘 마음안에 품고 있었다.

 

 그렇게 저쪽 구석으로 그 생각을 덮어두고 살던 어느날, 갑자기 그들을 인터뷰 할 일이 생겼다. 마음의 준비는 커녕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상사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모든것이 갑자기 진행됐다.


 - 여름아, 지금 내려와. 인터뷰 하러 가야해


 "네???? 갑자기요?"


 - 응. 빨리 1층으로 와.


  상사의 지시에 허겁지겁 수첩을 챙기고 차를 달려 찾아간 곳은 예쁜 쌀빵집. 일주일 전, 친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고 바로 인스타를 찾아 팔로우를 누른 그 집이었다. 이 가게는 쌀로 만든 맛있는 빵이 메인이었지만 예쁜 인테리어와 세련된 느낌의 꽃들이 나의 감성을 북돋아주었다. 그렇지! 이거다! 이게 다들 한번씩 꿈꾸는 그런 창업 아니냐고!


 

쌀로 만든 빵들. 건강한건 당연하고  비건을 위한 메뉴도 많다.



 올해 4월에 문을 열었다는 이 빵집은 외관부터 예뻤다. 1층엔 밥집, 2층엔 빵집인데 깔끔하고 감각적이었다. 30대 초중반의 자매가 함께 운영하며, 동생분이 대표를 맡고 있다고. 제과제빵은 언니분이 담당하고 꽃판매와 공간대여는 동생분이 담당하는데 자매가 함께 일하면 싸우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렇진 않다고 했다. 언니들과 자주 싸우는 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릴때부터 사이가 좋았다고 차분하게 말하는 것을 들으며 어쩐지 수긍이 갔다.  근데... 자매끼리 같이 가게 여는거, 사실 이것도 내 로망이었던지라 이것마저 부러웠다.


 쌀빵집은 언니분이 아이가 먹을 빵을 직접 만들어 먹이다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10년전부터 베이킹을 해왔지만 전공은 영양쪽이라 이걸 업으로 삼을 줄은 몰랐다고. 동생분은 원래 건축을 전공하고 관련 회사도 다녔는데 잠시 쉬러 시골에 왔다가 언니와 함께 창업을 한거라 하셨다. 부모님이 좋은 커리어를 포기한다고 아쉬워하셨지만, 그래도 응원해 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고 만족한다 했다. 그리고 그 경력이야기를 하다가  빵집 건물의 설계와 도면, 그리고 인테리어를 맡으셨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능력자라는 말은 이럴때 쓰는 것인가... 정말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샐틈없이 부러워서 속이 상할 정도였다.


 

빵집이지만 꽃도 판다. 다른 꽃집들과 꽃 종류가 달라 단골이 늘고 있다고.


  

  정해진 질문을 모두 마치고 빵을 가득 사서 나오는데 많이 아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질문을 더 생각해두었을텐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정말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지 못했다. 사실 매출 부분이 가장 궁금했지만 오가는 손님도 적지 않고, 종종 빵이 일찍 떨어진다는 소문을 들은 터라 나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더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아무래도 그건 어렵겠지. 뭔가 여러모로 아쉬운 인터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터뷰는 나 자신에게 상당히 유익했다. 시골에서 가게를 낸 청년들을 직접 만나보며 나는 창업을 하고 싶은게 아니란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처럼 유약한(?) 사람은 회사를 다니거나 프리랜서를 하는게 맞지 저 분들처럼은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들었다. 창업은 성실하고 마음이 단단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그만큼 강하지 못하다는걸 스스로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지금 하는 일을 더 충실히 하기로 마음 먹었다.



비건 우유나 100% 착즙주스도 맛있다. 나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커피또한 일품이라 한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창업이 아니라, 시골에서 가게를 낸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터뷰를 끝낸 뒤 '시골에서 창업을 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걸 보면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길을 택한 이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거다. 그리고 나만 알고 있는 좋은 가게는 어쩐지 자랑하고 싶지 않나. 그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이곳 쌀빵집의 빵은 기대했던 것만큼(정말 기대가 컸다) 맛있어서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도 벌써 3번이나 다녀왔다. 가게가 많지 않은 시골이라 이런 취향저격 가게들은 단골들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다. 게다가 빵을 맛본 사람들 모두 칭찬 일색이어서, 1년 뒤면 맛집으로 단단히 자리잡지 않을까 싶다. 이런 가게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창업으로 성공하는 청년들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 청년들에게는 서류에서 100개씩 탈락하는 그런 경험 말고, 스스로 주도하고 무언가를 이루어나가는 그런 경험들이 필요하다.


  


 + 덧붙이는 글

 사실 시골에서 창업하면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다. 비싼 임대료나 권리금, 홍보비 같은 것들과 거리가 멀다보니 초기 자본이 비교적 저렴하고, 지자체의 청년 창업 지원사업에 어느정도 의지할 수도 있다. 그리고 도시에 살때는 '시골에 사람이 없어서 손님도 적지 않을까'하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보다 가게가 더 적으니 인구 또한 걱정할만큼의 리스크는 아닌 듯하다. 물론 서울에서처럼 엄청난 대박을 노릴수는 없겠지만 적당히 노력해서 먹고 살기에는 시골이 훨씬 유리한 조건이 아닐까? 게다가 리스크가 작으니 쓸데없이 무리할 가능성도 낮다.

 


 

 


 

 

이전 07화 자연이라는 안정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