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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여름 Jul 01. 2021

임대업자라는 직업이 과연 좋은가

내가 만나본 집주인들


 원룸 방을 뺐는데 집주인이 돌려주기로 한 월세의 일부를 돌려주지 않았다. 부동산 사장님은 분명 방을 뺀 날 돌려준다고 했는데, 그 다음날이 될 때까지 들어오지 않기에 직접 전화를 해 보았다. 전화를 받은 집주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비아냥 댔다. 왜 웃으시냐고 묻자, 슈퍼도 아니고 보증금이랑 월세를 방빼고 바로 돌려주는데가 어디 있냐고 한다. 방을 빼는 날 보증금을 돌려 달라 한것이 화가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방을 빼는 것과 그에 관련된 비용을 돌려주는것은 동시이행관계다. 즉, 내가 방을 빼는 날 모두 돌려주는 것이 맞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그 아저씨는 자신의 사무실에 가서 정산을 해야줄 수 있다며 화를 내고는 끊었다. 나는 불안한 예감이 적중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정도는 약과다. 방을 빼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얻으려 혈안이 된 집주인을 나는 너무나 많이 봤다. 모든 과정에서 깔끔하게 처리했던 집주인은 딱 2명 뿐이었다. 이 외에 남은 기간보다 빨리 빼달라고(당연히 그동안의 돈은 돌려주지 않고) 당연하다는 요구하는 집주인, 퇴거시 청소가 의무가 아님에도 반짝반짝 청소를 요구하는 집주인, 서랍장을 달아도 되지만 갈때는 반드시 두고 가야한다는 집주인을 겪으면서 이미 임대업자에 대한 이미지는 바닥을 쳤다. 또, 내 사례는 아니었지만 내 지인의 경우 계약기간 내에 집을 뺀 후 다음 세입자가 입주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고 이중 월세를 받아먹으려고 한적도 있었다.


  내가 겪은것만 그랬겠는가? 내 주변에서도 어떻게든 1원이라도 더 이익을 보려고 온갖 애를 쓰는 집주인들의 사례를 수없이 들었다. 사람들은 건물주가 최고라고 하는데, 내가 만나본 건물주들은 전혀 우아하지도, 행복해 보이지도 않았으며 그저 심굴궂은 스크루지같은 느낌 뿐이었다.






  


 돈은 분명 좋은 것이지만, 그 돈들이 다 평등하지는 않은것 같다. 돈을 얻는 과정은 살벌하기도, 온화하기도, 사랑에 넘치기도, 그리고 구차하고 치사하기도 하다. 그리고 월급이라는 것 또한 노동의 가치에 비례해서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돈을 버는 일의 정당한 가치는 쉽게 잊혀진다. 한창 꿈을 꿀 초등학생들까지도 건물주가 최고라고 하니, 우리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돈이란게 정말 무엇인가 싶다.


 나는 임대업자를 꿈꾼적은 없지만, 수 없이 많은 임대업자를 만나보며 썩 좋은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작은 돈이라도 더 뜯을까 고민하는 직업이 어찌 좋은 직업일까.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와 내 주위의 사례를 보았을 때 '상당수'라고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정말 좋은 집주인을 대학가 근처에서, 정말 딱 한번밖에 못 만나보았다.


 오늘 저런일을 겪고 나니, 돈을 버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돈을 쓰는 일에 더욱 신중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돈은 그냥 돈이 아니다. 무서운 불같다. 언젠가 들었던, 재벌이나 연예인처럼 돈이 많은 사람들은 일반인들이 상상도 할수 없는 고민을 갖고 있다는 말도 떠오른다. 돈에는 묘한 힘이 들어 있구나. 함부로 탐하면 안되는구나. 일확천금이, 꼭 좋은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 어디선가 듣긴 했지만, 마음속으로 훅 파고 들며 진심으로 느끼게 되는 하루. 앞으로 돈을 좀 더 신중하고 가치있게 대해야겠다. 그리고 아무리 돈이 좋더라도 인간성까지 잃어버리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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