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 '사료 등급'에 대한 재구성
반려인들은 어떤 기준으로 사료를 선택하고 있을까요? 조사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내가 주는 사료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궁금해하지만 이를 파악하기 위한 객관적 척도는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과거의 '사료 등급'이라고 떠돌던 등급표를 살펴보고 이를 최신 정보에 맞춰 재구성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1년간 펫푸드 쇼핑몰을 준비하면서 사료 시장 조사를 하면 그때마다 눈에 띄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사료 등급'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사료 등급'을 검색하면 "홀리스틱 등급 이상의 사료를 먹이세요", "오가닉 등급 사료 좀 추천해주세요"라는 글들과 함께 아래와 같은 등급표가 항상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미지를 토대로 펫푸드 시장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마다 로가닉, 오가닉 포함 여부도 다 다르며, 인증기관도 미국 농무부(USDA)였다가 미국 사료협회(AAFCO)였다가 들쑥 날쑥입니다. 각 용어를 정의했다는 기관을 조사해봐도 그런 정의를 했다는 기록이나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처음 사료 등급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몰라도 지금은 이 정보, 저 정보가 다 합쳐저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료 등급표를 믿고 구분 기준으로 삼으려 하기에, 우리는 새롭게 업데이트된 사료 등급표가 필요하다 생각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사료 품질을 평가할 수 있을까요?
사료의 뒷면엔 항상 사료에 들어간 원재료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사료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는데요. 바로 여기에 적힌 원재료에 사료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힌트가 숨어져 있습니다.
똑같은 닭고기라도 건조 닭고기로 이루어져 있는가, 아니면 생육의 닭고기로 이루어져 있는가에 따라 단백질 공급률이 달라집니다. 대체로 가공이 덜 된 자연에 가까운 재료일수록 영양 공급 원활하며 가공이 많이 된 재료일수록 영양 공급소로써의 역할에 미흡한 편인데요. 건조 닭고기가 생육에 비해 영양 공급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따라서 재료의 좋고 나쁨만 알고 있다면 사료의 등급을 나눈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됩니다.
우리는 Dog food advisor, pet food project, Whole dog journal, 미국사료협회(AAFCO) 등의 자료를 조사하여 영양 공급의 높고 낮은 원재료들을 구분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료 등급을 재구성해보았습니다. 3점을 기준으로 3점 미만은 'Feed'라 할 수 있는 '평균 미만'의 재료들을, 3점 이상은 'Food'라 할 수 있는 '평균 이상'의 재료들로 구성해보았습니다.
원재료 0점: 위험한 재료 위주 사료
대표 재료
합성보존제 (BHT, BHA, Ethoxiquin), 합성비타민 K3 (Menadione), 글리세릴 모노스테아레이트 (Glycerylmonostearate), 프로필렌 글리콜 (Propylene glycol), 감자 부산물(Potato by-product), 등등
위 재료가 포함되어 있다면 위험한 사료입니다. 위 언급된 재료들의 공통점은 소화기관 기능을 저하시키거나 독성, 혹은 발암물질이 검출된 재료입니다. 위 재료가 사용된 사료 라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위 재료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져 위 재료가 들어간 사료는 거의 없습니다.
원재료 1점: 식물성 단백질 재료 위주 사료
대표 재료
옥수수(Corn), 대두박(Soybean meal), 밀(Wheat) 등등
위 재료들의 공통점은 식물성 단백질 재료, 그중에서도 영양소 손실이 높아 개와 고양이에게 불필요한 영양소 공급이 높은 재료라는 점입니다. 특히 옥수수, 대두박, 밀등은 식물성 단백질 재료 중에서도 가장 영양소 손실이 많은 재료이자 알러지 유발 가능성이 있는 재료로 피하는게 좋습니다. 해당 재료들이 주 재료로 사용될 경우 가격이 저렴하고 수급이 쉬워 사료 가격이 매우 저렴해집니다.
원재료 2점: 저가 육류 위주 사료
대표 재료
부산물(By-product), 육분(Meat meal), 가금류분(Poultry by-product), 출처를 알 수 없는 불특정 지방(Animal fat, Fish oil, Poultry oil), 어분(Fish meal), 돈지(Lard), 우지(Beef tallow) 등등
위 언급된 재료들의 공통점은 육류 위주의 재료로 식물성 재료보다는 낫지만 영양 공급을 충분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산물, 육분, 가금류분, 어분, 출처를 알 수 없는 불특정 지방 등은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육류의 남은 부위를 모아 여러 동물이 섞여 만들어진 재료로 흡수에 불필요한 재료(예를 들면 뼈)가 포함될 수 있으며 제조과정에 어떤 동물이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저가 재료입니다. 추가로 돈지, 우지 등은 지방에 있어야 할 리놀렌산이 적어 제대로 된 영양 공급 역할을 못하는 재료입니다. 해당 재료들이 주 재료로 사용될 경우 가격이 저렴하고 수급이 쉬워 사료 가격이 저렴해집니다.
원재료 3점: 건조육 위주 사료
대표 재료
건조닭고기(Chicken meal), 건조칠면조(Turkeymeal), 건조돼지고기(Pork meal) 등등
위 재료들의 공통점은 건조육이라는 점입니다. 건조육이란 고기를 말려서 간 분말형태의 육류로 생육에 비해 보관이 용이하고 제조가 쉬워 거의 모든 펫푸드에 들어가는 재료입니다. 생육에 비해 영양 공급소로 역할은 떨어지지만 딱히 문제점이 없는 가장 평균적인 재료입니다. 생육 없이 건조육으로만 이루어진 사료가 해당됩니다.
원재료 4점: 생육 위주 사료
대표 재료
닭고기(Chicken), 칠면조 고기(Turkey), 돼지고기(Pork) 등등
위 재료들의 공통점은 생고기라는 점입니다. 건조육에 비해 수분이 많고 실제 단백질은 적어 건조육과 같은 양의 단백질을 공급하려면 상당히 많은 양의 생고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건조육보다 영양공급이 좋지만 훨씬 많은 양이 필요로 하며 보관과 제조가 어렵기 때문에 생육 위주의 사료는 필연적으로 사료 가격이 상승합니다. 가격과 보관 문제로 순수 생육만으로 이루어진 사료는 거의 없고 생육과 건조육이 함께 사용됩니다.
원재료 5점: 자연산 재료 위주 사료
대표 재료
자연 방목된(Cage free) 소고기, Non-GMO(혹은 GMO free) 닭고기, 유기농(Organic) 닭고기, 인도적 사육된(Humanely raised) 칠면조, 완전 자연산(all-natural) 연어 등등
위 언급된 재료들의 공통점은 최대한 인간의 손을 덜 탄 자연산에 가까운 재료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손을 덜 탄만큼 쉽게 구하기 어려운 재료들입니다. 따라서 가장 비싼 사료들은 이러한 재료가 사용된 사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등급표를 업데이트하면서 단순 논리적인 정보 전달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료 등급 업데이트를 통해 ‘최고’보다 ‘평균’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등급은 ‘5점’이 아닌 ‘3점’이었습니다.
먹거리는 가장 좋은 것을 찾아내는 것보다 나쁜 것을 제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3점’의 기준은 나쁘다고 알려진 원재료가 제외된, 불안 요소가 없는 최소한의 신뢰가 가능한 등급으로 선정하였습니다. 그래서 굳이 3점을 기준으로 ‘평균 이상’, ‘평균 미만’이라는 항목을 작게 넣은 이유입니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분명하다는 가정하에)건조육은 가장 평균적인 원재료입니다. 이를 중심으로 더 좋은 재료가 들어갔는지 혹은 평균 미만의 재료가 들어갔는지 살펴보시면 내가 원하는 수준과 가격을 쉽게 판다하실 수 있습니다. 재구성된 사료 등급표가 어려운 사료 선택 과정에 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긴 글 마치겠습니다.
본 글은 퍼플스토어에 업로드되는 아티클과 동일한 내용이며 작성자는 동일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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