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굽과 희랍의 서로 다른 두 시간

시간에 관한 에세이

by 김홍열

저 피라미드 속에서 다시 천년을 보낸다


그리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들의 이야기다. 좀 더 수사적으로 표현자면 인간의 시간 안으로 신들을 초대해서 함께 어울려 노는 이야기다. 인간의 시간 안으로 들어온 신들은 죽기도 하고 늙기도 한다. 태어나기도 하고 오래 살기도 하고 영원히 존재하기도 한다. 인간의 현실과 꿈을 그대로 반영한다. 따라서 신은 없다. 인간의 시간 안으로 들어온 신은 이미 신이 아니다. 인간의 다른 이름이다.


이집트 신들은 항상 저 너머, 인간의 시간 저 너머에 존재한다. 결코 인간의 시간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아주 몇몇 선택받은 사람들만 초대받는다. 영겁의 시간, 시간 너머의 시간, 초월의 시간으로 초대받는다. 자격이 까다롭다. 파라오와 그 주변 사람들만 가능하다. 일단 죽어야 하고 시신은 영원히 썩지 말아야 한다. 죽어 카오스의 세계로 가고 바람이 불 때 다시 미라로 돌아와 지상에서 영원한 삶을 산다. 비로소 시간이 완성된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두 시간이 흐른다. 그리스는 지금 여기에 남아있지만 이집트는 저 피라미드 속에서 다시 천년을 보낸다. 카오스의 세계에 바람이 불 때만 기다린다. 나도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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