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홍열 May 06. 2016

누가 이 책을 읽을까

농업생명공학의 정치경제


누가 이 책을 읽을까


농업생명공학의 정치경제 잭  클로펜버그 2세 (지은이) | 허남혁 (옮긴이) | 나남출판 | 2007-11-15


강의 준비하기 위해 구매했고 꾸역꾸역 - 이 의태어가 참 좋다.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상황이 어떠하든 마지막까지 노력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 - 다 읽었다. 질문이 하나 생겼다. 대체, “누가 이 책을 읽을까?" " 혹시 어떤 기회로 이 책을  구매했다 하더라도  다 읽을 수 있을까 ?" . 알라딘과 예스 24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해 보니 2007년 이후 단 하나의 독자 리뷰도 없다. 인터넷 교보문고 마찬가지다.  십 년 동안 단 하나의 리뷰도 없다!!!  


농업생명공학 + 정치경제 = 보편적 주제, 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책 내용은 좋다. 무겁지만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단지 하나 2016년 독자의 입장에서는 신선미가 떨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유효한 내용이 많아 전체적으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의 분파적 사고에 있다. 문과 이과의 오랜 분리적 사고가 이 책 독서에 있어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농업생명공학 + 정치경제, 둘 다 대학에서 배워야 할 교양과목들이다. 생명공학은 학문과 산업 두 부분에 걸쳐 우리에게 많은 도전과 가능성을 던져 주고 있다. 정치경제는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는 주요 키워드 중의 하나다. 선택지 중의 하나가 아니라 필수 중의 하나라는 의미다. 생명공학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술적 팩트뿐만이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 또한 공부해야 된다. 그것도 균형적으로 해야 된다.


신대륙 정착 이후 아메리카인들이 해외에서 얼마나 많은 종자를, 얼마나 집요하게 가져왔고 개량했고 특허화했고 자본화했는지 그리고 과학적으로 조작했는지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다. 당연히 비판적 관점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시종일관 객관적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데이터와 자료가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사를 다시 읽는 느낌이다. 하워드 진의 느낌이 난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요약하면 세 가지다


“ 분석의 핵심적 초점은 과학적 진보와 세 가지 정치경제적 테마 - 1) 종자의 점진적 상품화 2) 공공과 민간 식물 육종 간의 사회적 노동분업의 정교화 3) 전 지구적 종자 무역과 교환 패턴에서 ‘남반구’의 개발도상국들과 ‘북반구’의 선진 산업국가들 간의 불균형 – 와의 상호작용에 있다. “ P 13


이런 문제제기를 위해 1장 서론2장 과학, 농업, 사회변화에서 저자는 종자와 일반 상품을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 종자 그 자체는 사용되어 없어진다 (아니면 변형된다). 그러나 그 과정의 최종적 결과는 여러 차례에 걸친 원 종자의 대체이다. 따라서 종자는 작물생산과정의 양끝을 서로 연결해주는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 종자는 생산수단이기도 하면서, 곡물로서는 생산물이기도 하다. – 중략 – 종자가 갖는 자연적 특성이 이를 상품화하는 데 생물학적 장벽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 P 43


종자는 자본주의 생산시스템에서 상품과 달리 소모되지 않고 스스로 재생산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기간이 인위적 조작에 의해 축소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 정치경제와는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농업/종자는 산업/상품과 달리 생산과정에 주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종자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미국 농업의 특수성이 여기에 기인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것이 교배종 종자다.


“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생산물로써 갖는 종자의 정체성과 생산수단으로써 갖는 종자의 정체성을 분리한 것이다. 교배종 종자의 자손은 경제적으로 저장되어 다시 뿌려질 가치가 없기 때문에, 곡물로서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만 가질 뿐 종자로서의 가치는 없는 것이다 “ P 44


결국 미국 농업의 역사는 교배종 종자에 대한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과 저항의 역사가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끝에 GMO  가 있다.  


1장. 2장이 제일 읽을만하다. 논쟁적이고 독창적이라서 좋다. 참고로 몇 문장 기록해 둔다.


스테이크도 결국엔 육화된 옥수수가 아니던가? P 29


유머감각이 있는 통찰력적 표현!!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은 소상품 생산이 자본주의 사회의 양 대립 계급으로 분해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P 71


문제 제기의 시작


그러나 가장 중요한 교훈은 식물품종보호법이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 투쟁 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민간기업들이 식물 육종자 권리 법령을 발효시키는데 거의 백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P 265


자본. 참, 집요해요. 인간의 욕망 대단하고요..


미국 대중들이 GM 옥수수와 콩에 대해 적대적이라기보다는 주로 의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던 반면에 유럽 소비자들은 자기 영토에 이러한 작물이 출현하는데 대해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저항하도록 자극을 받았다. P497


중요한 차이이지요.


++


P.S 역자에게. 그래도 언젠가는 읽어 줄 사람이 있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땡큐..

매거진의 이전글 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