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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un 06. 2016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신기한 책

뇌 운동 디지털 우리 가요. 서 효수 지음


뇌 운동 디지털 우리 가요 1

서효수 저 | 북랩


95년도 봄, 나는 한진해운 인천지점에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지점장이 이 책 저자 서효수 부장님이었다. 같이 근무한 기간은 반년 정도 된 것 같았다. 95년도 5월에 난 독일 함부르크로 발령이 났고 이후 서효수 부장님과 같이 근무할 기회가 없었다. 몇 년 후 그분은 정년퇴직했고 우리는 가끔, 아주 가끔 둘이서 또는 서너 명이 만나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옛이야기를 하곤 했다. 아주 평범하고 조용하게 만나고 그렇게 헤어졌다.


그런데, 어느 날 서효수 부장님께서 책을 냈단다. 아주 특이한 책을 출판했다고 연락이 왔다. 뭔 일인가 싶었다. 자서전인가? 이상한 소설책은 아닌지, 읽기 힘든 시집은 아닌지 궁금했다. 인터넷에서 구매해서 읽어보니/넘겨보니 정말 특이한 책이다. 세상에서 처음 보는 책이다. 발상이 신기하다. 어떻게 이런 책을 기획했을까. 저자의 말이다.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에서 직장생활을 하였다. 젊은 시절 워낙 음치여서 노래방 가기가 두려웠는데, 요즈음은 틈만 나면 노래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 악보를 열심히 외우다 보니, 기존 노래 악보를 외우기 쉬운 모양으로 변형할 생각을 했고, 노래를 정확히 부르려는 노력은 치매예방을 위한 최상급 뇌 운동 방법이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음치들을 위한 노래책이란다. 이해가 안 간다. 이 분, 참 노래 못하는 분이다. 노래는 물론 춤도 못 추고 유머 감각도 없다. 한 마디로 샌님 스타일이다. 같이 근무할 때 큰 소리치시는 걸 들어 본 적이 없다. 인상 쓰는 것도 본 적이 없다. 평생 그렇게 조용히 살아오신 분이다. 아마 그러다가 뒤늦게 ‘깨우치신’ 모양이다. 즐겁게 살자고. 그래서 노래방에 여러 번 가다 보니 나름 아이디어가 떠올랐나 보다. 본인과 같은 음치들의 인생이 불쌍했나 보다. 그래, 책 내서 음치들을 구제하자. 뒤늦게 노래방에 가고 싶은 음치들을 구제 하자고 굳은 결심을 하고 출판을 하셨다. 출판사에서 작성한 책 소개를 들어 보자.


이 악보집은 음악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일반 대중이 보기 편하고 외우기 쉽도록 특별히 고안해 만들었다. 음표 자리에 가사를 표기하고, 음영을 주어 돋보이게 하였으며, 음의 길이는 가사 밑에 숫자로 표기했다. 제목 그대로 기존 도형 악보를 디지털화한 것이다. 악기 연주용으로 노래에 직접 필요하지 않은 음표나 기호는 생략했다. 악보가 단순해져 보기 편하고 곡의 흐름이 앙상한 겨울나무처럼 훤히 보여 악보의 이미지화가 쉬워진다. 가사와 음자리의 일치로 악보의 인지 속도가 빨라져 악보를 외우는 시간이 단축됨은 물론이다. 저자는 보다 단순해진 디지털 악보를 활용해 노래를 좋아하는 한국인이 노래를 쉽게 읽혀 삶이 풍요로워지고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음표 자리에 노래 가사가 있다. 음 길이는 가사 밑에 숫자로 표시되어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몇 번 보게 되면 나름 익숙해질 것 같다. 나 역시 음치이지만 노래방을 좋아하지도 않고 별다른 불만도 없어 이 책을 자주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 노래부를 기회가 있으면 꼭 참고하고 싶다. 음치들에게는 권해보고 싶다.



저자는 이 책 출판을 계기로 다시 삶의 활력을 얻은 것 같다. 광고 전단지도 직접 만들어 노래 교실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홍보도 하고 SNS 도 본격적으로 하신단다.



좋은 일이다. 좋은 책 널리 알리시고 돈도 좀 벌었으면 좋겠다. 나중  막걸리라도 얻어 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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