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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May 21. 2016

예술, 인간으로부터 시작된 창조

예술의 역설 : 근대 미학의 성립

예술의 역설 : 근대 미학의 성립 

오타베 다네히사 저/김일림 역 | 돌베개 


3년 전에 어느 출판사와 미학에 관한 책을 내기로 했고 선금도 받았다. 집필을 위해 여러 책을 구매했고 읽으면서 본격 작업에 들어갈 때쯤 거절하기 힘든 지인의 부탁을 받고 오랜 기간 도와주다가 때를 놓쳐 출판이 물거품 된 적이 있었다. 나로서는 좋은 기회를 놓친 셈이다. 그 이후로 미학에 관한 글을 쓸 기회도 없었다. 그때 구매해 놓은 책들만 개봉 안된 채로 오랜 기간 서재에 꽂혀 있었다. 책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서 기회 있을 때마다 한 권씩 읽기로 했다. 


부제에 나와있는 것처럼 근대 미학이 성립하게 되는 과정을 추적한 책이다. 근대 예술의 탄생을 추적하기 위해서 창조, 독창성, 예술가, 예술작품, 형식 등의 개념이 고대/중세에서 근대로 이월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의미 변화가 이루어졌는지 철학/미학/예술 전공자들의 저서를 통해서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여러 사람들의 저서를 아주 꼼꼼하게 읽으면서 그들의 문장 속에서 근대 예술의 개념을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저자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예술’이라는 개념이 유럽의 예술 이론에서 확립된 것은 18세기 중엽부터 말엽에 걸쳐서다. – 예술이라는 개념은 다름 아닌 ‘근대’의 소산인 것이다. P 17 


물론 고대에도 예술은 존재했다, 고 주장할 수 있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근대에 성립된 예술관 위에서 고대의 예술을 논할 수 있다. 고대의 예술을 논하기 위해서는 예술의 탄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 예술의 탄생 시기가 근대 이후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예술창조에서 규범은 자연이 아니라 예술가의 ‘존재의 중심점’, ‘내면’에존재한다는 A.W. 슐레겔의 이론이 근대적인 창조 개념의 근간을 이룬다. P 66 


창조하는 행위를 신에게서 인간으로 옮겨야 예술이 탄생할 수 있다. 먼저 창조의 의미를 인간화시켜야 한다. 창조는 결국 오래된 신화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신화에서도 존재한다. 새로운 신화는 자연이 아니라 정신에서 출발한다. 정신은 관념이고 독창성이다. 여기서 창조가 시작된다. 이 창조는 새로운 신화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신화는 오래된 신화에 비해 어설퍼 보일 수밖에 없다. 뭔가 포장을 해야 한다. 이때 등장한 것이 독창성이다. 보편에서 특수로 넘어가는 과정을 미학적 브랜드가 바로 독창성이다. 독창성은 당연히 모방이 아니라 예술가의 내면에서 추구된다. 신에게만 주어졌던 ORIGINAL 한 것이 예술가에게로 이행하기 시작했다. 독창성은 지리상의 발견에서 시작된 측면도 있다. 고대인을 넘어서는 지점이 그곳에 있다. 고대인은 보지 못한 곳을 근대의 예술가는 볼 수 있다. 고대인과 근대인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것을 창조할 수밖에 없다. 서로의 독창성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독창성은 고대 또는 신으로부터 근대 또는 인간에게로 넘어온다. 


이렇게 예술가. 예술작품, 형식의 개념들을 하나씩 분석해 가면서 근대 예술의 탄생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런 류의 예술론 저서들은 읽기 시작했을 때 계속 읽어야 한다. 중간에 잠시 놓고 시간이 흐르면 다시 읽기가 힘들다. 표상, 관념, 정조, 정동, 모방, 불변성, 원형성, 기술, 예술, 정신, 공감 등 사상가마다 달리 사용되는 개념을 머리 속에 정리해두어야만 도서가 가능한데 일반인들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전공자가 아니라면 완독 하기가 쉽지 않다. 완독해도 머리 속에 체계적으로 저장되기가 쉽지 않다. 글자 그대로 총체적 이해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론 - 예술이라는 개념은 다름 아닌 ‘근대’의 소산인 것이다 - 이 나와 있는 상태에서 글을 쓰는 행위는 그리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아주 잘 써야 한다.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적어도 나에게는 설득력이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았다. 이 책에서 기억이 나는 단어는 지리상의 발견과 현미경뿐이다.  사실 – 내 관점에서 – 그 단어들이 근대의 표상이다. 기술이 과학이 이름으로 보편적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때가 근대다. 그리고 그 충격과 영향이 중세의 관념을 붕괴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너무 형이상학 관점을 유지했다. 형이상학적 논문들만 열거하고 분석하다 보니 정작 근대는 사라지고 역사의 특정 시기 예를 들어, 18세기만 남은 느낌이다.  그러나 그래도 좋다. 책 내용이 성실하다. 


++


서문 
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예술의 탄생 
근대적 개념인 '예술'|'예술'이라는 술어의 성립| 
'고전적' 예술관과 '하비투스'|예술과학 문의 분리| 
기술의 탈하비투스화|이후의 과제 

제1장 창조 
1. 창조의 유비와 가능적 세계 
자연의 규범성|기능적 세계 이론|창조의 유비| 
가능적 세계의 한정과 신화적 세계의 위치| 
예술작품의 의의와 최선관|볼프 학파의 영향 
2. 자연의 규범성 해소 
구상력의 창조성|자연의 규범인 예술가|대지의 역설 

제2장 독창성 
고전적 용례 검토|'권위'를 벗어난 해방과 독창성의 성립 
1. 지리상의 발견과 독창성 
베이컨에 의한 권위 비판|'지리상의 발견'이라는 비유| 
자연의 다양성이라는 원천|타고난 능력의 다양함이라는 원천 
2. 독창성과 범례 성 
범례적인 독창성|잠정적인 가치로서의 독창성|범례 성과 독창성의 대립| 
독창성의 역설 

제3장 예술가 
'제2의 창조자' 혹은 '예술가의 부재' 
1. 표상에서 공감으로 
원상-모상 이론|시화 비교론|시의 비모 방성|표상과 공감 
2. 표상에서 '표상하는 주체'로 
완전성의 미학|혼합 감정 이론|안전성 미학의 변용| 
주체적 숭고와 예술가 
3. 근대의 반성적 지성과 예술가 
주변의 예술가 탄생|반 근대적인 소박함|정감 시인과 반성적 지성| 
장르의 전도 

제4장 예술작품 
1. 근대의 기술관 
아리스토텔레스주의의 기술관|근대적인기술관의 성립| 
자연의 무한성 
2. 자연과 기술의 교차 
구상과 우연의 사이|'인위적인 무한'|미의 균형성 비판| 
비기 계적인 '인위적인 것'|부재하는 예술작품| 
'주체의 자연'|'자연의 은총' 


제5장 형식 
루소의 반형식 주의 
1. 회화의 혼, 색체 
회화의 기초인 선묘|유-종차 혹은 실체-우유성| 
'실체 형상'인 채색 
2. 음악의 자기 완결성 
매체의 상이점과 모상의 가치|성악에서 자연의 '굴곡'| 
'체계'의 기악 
3. 자기 자신과 장난하는 언어 
말장난 혹은 '언어의 진지한 측면'|언어와 그 음악적인 정신| 
의지와 필연의 틈새 

에필로그 예술의 종언 
아르 스토텔 리스의 목적론적 예술 사관| 
전 롱기노스의 [숭고에 대해서]와 예술의 '쇠퇴'|완성과 몰락| 
헤겔과 예술 종언론|규범의 해소와 비절 대성|반복되는 종언론| 
인간의 자율성과 예술작품의 자율성|부정의 변증법에서 독창성 위기로| 
예술사의 종언|예술세계의 역사성|문맥의 재편을 향해 

저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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