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열흘 쏟아져 내리는 홍수 속에서 봄은 자취를 감추고
장마
봄이 지난 자리에 찾아오는 것은
여름이 아니라 빗줄기다.
한 열흘 쏟아져 내리는 홍수 속에서
봄은 자취를 감추고 꽃잎은 지고 만다
낮은 하늘 속에서 시작된 장마
시간이 정지되고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면
비로소 떠오르는 태양
작열하는 계절
절정의 순간이 있다
여름은
모든 것이 사라진 순간
더는 아무것도 없는 그 시간
비워있는 공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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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 열흘 비가 왔으면 좋겠다. 그냥 폭포처럼 쏟아지는 장대비가 왔으면 좋겠다. 기차 소리 들리는 역 주변 막걸리 집에서 빗소리 들으면 밤새 마셨으면 좋겠다. 기차소리와 빗소리를 밤새 듣다가 새벽이 오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 새벽 속으로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