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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Aug 17. 2016

앙코르와트 없는 앙코르와트 이야기   

앙코르와트, 후지하라 사다오 저, 임경택 역,| 동아시아


힘들게 다 읽었다. 누구 말대로 꾸역꾸역 읽었다. 이건 ‘책’이 아니라 ‘보고서’다. 프랑스에서 앙코르와트 유적/유물에 관한 관심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하나의 학문 분야가 됐는지에 대한 보고서다. 캄보디아 문화인류학에 대한 보조 노트로 활용되면 좋을 내용이다. 그게 다다. 캄보디아 문화인류 학도가 아닌 나로서는 완독이 고역이었다. 일단 읽는 맛이 없다.  


원래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앙코르와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다. 몇 년 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어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제대로 한 번 이해하고 싶었다. 기대는 첫 장을 넘기자마자 배반당했다. 그러나 이미 구매했다. 책 값이 무려 38,000원이다. 10 % 할인이 돼도 비싼 가격이다. 번역은 미려하고 편집도 잘 되어 있다. 내용이 문제였다.


저자는 일본 사람이다. 프랑스로 유학 가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동양 미술사에 대한 관심이 앙코르와트까지 이어진 것 같다. 앙코르와트 관련 책을 번역하다 보니 직접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나 보다. 아주 꼼꼼하게 자료를 찾아서 제대로 읽고 잘 정리했다. 캄보디아를 식민지 통치하던 제국주의 프랑스의 관리들이 앙코르와트를 발견하고 그  유물들을 프랑스로 이송해서 기획, 전시하고 연구하게 된 과정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프랑스 정부에 제공할 보고서로서는 참 좋을 것 같다. 저자가 일본 사람이다 보니 당시 프랑스에서의 자포니즘에 관한 언급도 좀 나오고 일본에서 캄보디아 연구에 관한 이야기도 적지 않게 언급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좋을 듯 싶다. 프랑스와 일본 둘 다 식민지 지배 경험이 있고 식민지의 유물을 강탈해 본국의 문화인류학 연구에 활용한 경험이 있으니 유물 약탈의 처음부터 나중까지의 과정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으리라. 근데 그건 그들의 이야기다. 


출판사 사장이 저자에게 번역을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뒤에 나온다. 출판사 사장에게 경의를 표한다. 정말 이 책 완독 할 사람이 없어 보이는데 – 구매할 사람은 일부 있을지 모르겠다. 제목만 보고 – 조선의 큰 미래를 위해서 투자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강대국이 될 때가 올지 모르니...


부제 중 “역사 활극”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건 허위광고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기억나는 부분은 앙드레 말로가 한 때 도굴범이었다는 사실이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도굴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결과는 실패였단다. 그래, 소설가에겐 그 정도 상상력과 추진력이 있어야지. 신경숙처럼 표절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통해 소설을 잘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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