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기원에 대해 이야기를 해줘

슬아 엄마에게 보내는 아홉 번째 편지

by 김홍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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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해야,


네가 문자로 이렇게 물어봤지. 때로는 슬아 질문이 너무 광범위하고 막막해서 답해주기가 쉽지 않다고.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으냐고. 짧게 해주면 부족한 것 같고 제대로 해주자니 너무 길고 또 지루할 것 같기도 하고. 가끔 난처하다고.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자. 아이들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있는 것이 좋아. ‘기승전결의 스토리’를다른 말로 하면 히스토리 즉, 역사라고 할 수 있어. 오늘 네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역사에 관한 것이야. 그러나 어떤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가 아니라 역사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야.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 어느 정도 역사에 대해 알 필요가 있지만 아이들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특히 필요해. 그렇다고 토인비나 E. H. 카, 하워드 진 등이 말하는 역사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야. 그냥 역사가 필요한 이유, 좀 더 쉽게 서술하자면 일과 사건들은 항상 처음이 있고 그 후 어느 정도 변화 과정이 있고 그다음 소멸되었거나 번창하고 있다는 이야기지. 이제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슬아가 이런 질문을 했지. “왜 동물들은 우리처럼 말을 못 하나요? “ 좋은 질문이고 어려운 질문이야. 물론 어린이가 한 질문이 아니라면 좋은 질문이 아니고 편파적인 질문이야. 질문 자체에 “한다” , “못한다” 가 전제되어 있고 그 기준이 “말 (언어)”이라고 분명히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사용하는 말(언어)을 갖고 인간 이외의 것을 비교/규정하는 것은 ‘공정’ 하지 못한 거야. 왜 그런지 이야기를 해 보자, 역사적으로.


오래전 사람과 동물은 자연 상태에서 서로 비슷하게 살았고 각자의 표현 방식이 있었어. 사자는 사자대로 돌고래는 돌고래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각자 자기 가족과 친구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어요. 예측하기 힘든 자연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구조 신호 등을 보낼 필요가 있었지. 또 짝짓기를 위해서도 어떤 특정한 사인을 보낼 필요가 있었고. 그 사인은 때로는 소리를 통하여, 때로는 분비물과 몸짓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전달이 되는 거야. 즉 개별 생물체의 유기적 구조와 자연환경에 맞게 각자 표현 방식을 터득해 왔고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어. 그중 인간은 진화의 오랫동안 직립하면서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거야. 그러니까 인간의 말(언어)은 다른 동물의 표현 양식과 본질적으로 같은 하나의 표현양식이라고 볼 수 있어.


이렇게 설명해 주면 질문을 재구성할 수 있어. “왜 동물들은 우리처럼 말을 못 하나요? “에서 “생명체들은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요? “ 로 전환시킬 수 있어. 모든 생명체은 각자의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 거야. 우리는 사자의 울음소리가 갖고 있는 의미를 이해 못 하고 돌고래의 소리만 듣고는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어. 그 소리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 동물학자들이 오랜 기간 연구하는 거야. 연구에 의하면 동물들은 자신들의 말(언어)을 상황에 맞게 잘 사용하고 있어. 돌고래들은 지역마다 다른 방언을 사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모든 생물체는 같은 종끼리 잘 소통하고 있는데 단지 인간들이 동물들의 말을 못 알아듣는 거지.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말(언어)이 아니라 생명체 간의 소통이라는 것을 알게 돼요. 인간의 말은 여러 소통 방식 중의 하나일 뿐이야. 예를 들어 청각 장애인의 사례를 보자. 선천적 또는 어떤 사고에 의해 청각 기능이 상실되면 듣지 못하고 듣지 못 하니까 말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돼. 말을 못 하니까 인간으로 살 수 없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지. 수화라는 표현 양식이 있어서 청각장애인 간의 의사소통은 문제가 없고 청각장애인과 비청각장애인은 수화, 문자, 이미지 등을 통해 소통하고 있어. 기술이 발달하면 더 좋은 소통 방식도 나올 수 있고.


다시 돌아가자. “왜 동물들은 우리처럼 말을 못 하나요? “라는 질문에 대해 진화적/역사적 맥락 없이 설명하다 보면 인간과 동물 구별의 기준이 인간들의 말(언어)을 기준으로 하게 되고 말(언어)을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동물들을 우등/열등 개념으로 보게 되는 거야. 또 인간은 말(언어)을 사용하는 존재로 규정하게 되면서 청각 장애인, 지적 장애인들을 차별하게 되는 심리가 내면적으로 형성되는 거지.


진화적/역사적 맥락을 갖고 설명한다는 것은 사건/사물을 편견 없이 이해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야. 각 사건/사물에 대한 이해를 처음 발생 시점부터 이해하게 되면 우리의 사유는 더 넓어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나중 한 번 더 이야기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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