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애 나눔 농장 이야기 9/25
모종으로 심은 큰 무가 이만큼 자랐습니다. 이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어른 팔뚝만큼 되겠지요. 김장철이 되면 큰 무 수 십개 채 썰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늦가을이 되면 배추 한 100포기 정도 담겼던 것 같네요. 배춧속에 들어갈 그 많은 무를 밤새 혼자 채 썰고 쉬지도 못하고 새벽에 장사를 나가셨지요.
배추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속이 차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기다릴 테니 속이 꽉 찼으면 좋겠습니다. 농약을 전혀 하지 않아서 병충해에 약합니다. 그렇다고 일일이 손으로 잡아줄 수도 없고요. 그저 잘 자라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호박이 말년에 효도하네요. 꽤 큰 호박이 여러 개 열렸습니다. 작은 것은 남겨두고 몇 개 땄습니다. 말려서 겨울에 반찬으로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계속 열리고 있고 앞으로 몇 주 정도는 호박 사진이 올라올지 모르겠습니다.
잘 자라고 있는 가을 농작물을 보면서 삶의 엄숙함을 느낍니다. 지금 자라고 있는 이 농작물들을 갖고 겨울을 보내야 합니다. 더 이상 농작물이 자랄 햇볕이 없습니다. 마지막 햇볕을 모아 필요한 식량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가을 햇볕을 놓치면 안 됩니다. 심고 거두고 심고 거두는 봄, 여름의 햇볕과는 다릅니다. 삶은 진지하고 햇볕은 강렬합니다. 노동은 엄숙하고 결과는 냉정합니다. 모든 것이 긴 겨울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가을 농장에는 엄숙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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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 없으면 매주 일요일 교회에 가서 예배 후 오후에 밭일하고 사진찍는데 9월 25일에는 사정이 있어 교회를 못 갔고 농장에도 못 갔습니다. 9월 27일 오전에 잠시 들려 사진만 찍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