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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ul 27. 2017

마르크스와 체 게바라의 이중창  

분노와 희망의 네트워크 마누엘 카스텔 지음 

마누엘 카스텔, 42년생, 우리 나이로 76세다. 이 책 개정판 서문은 2014년에 쓰였다. 그래도 73세다. 굳이 나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그의 식지 않은 정열 때문이다. 그는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혁명가다. 늘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그 미래를 만들기 위하여 모든 지적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마르크스의 통찰력과 체 게바라의 열정이 그 안에 다 있다. 존경한다.


이 책의 결론은 이렇다. 


나와 여러분이 이 책에서 공유한 경험인 네트워크 된 사회운동은 앞으로도 계속 싸우고 토론할 것이며, 역사상 모든 사회운동이 그랬듯이 진화하여 결국 현재의 모습은 사라질 것이다. – 중략 –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 결코 실현되지 않은 인류의 오랜 열망인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다. P 253-254 


이 책 10장에 나와있는 한 부분이다. 10장 [분노와 희망을 넘어서]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처럼 명쾌하고 진취적이다. 타협이 없고 회색지대가 없다. 어찌 이렇게 강하고 담대하게 주장하는지 정말 대단하다. 카스텔은 이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 튀니지, 아이슬란드, 이집트, 스페인,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설문 조사하고 분석한다. 이 책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 네트워크 사회운동에 대한 종합 보고서다. 이미 끝났거나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사건들이 바로 사회변화를 야기하는 사회운동은 물론 아니다.  저자는 인터넷을 매개로 일어나는 모든 운동이 사회운동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자율적 공간과 그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목적의식의 사람들이 있어야 네트워크 된 사회운동이고 이 운동이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이탈리아 베페 그릴로의 5성 운동을 분석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5 성운동이 내가 다른 나라에서 관찰한 것과 같은 자율적인 네트워크 된 사회운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운동은, 자신의 블로그의 영향력을 활용하며 운동 실행에 절대적 권력을 지닌 단 한 사람의 지도자 베페 그릴로의 존재를 통해 만들어지고 엄격히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P 226 


동의한다. 네트워크 된 일련의 움직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간의 자율성이 더 중요하다. 개인적 분노들이 연대되고 두려움이 없어지는 순간, 운동이 시작된다. 서로의 분노가 네트워크 되는 순간이 중요하다.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이 믿음은 내재되어 시공간을 초월해 존재한다. 두 개의 공간에 동시에 존재한다. 현재의 공간과 미래의 공간. 결국 미래 지향적이고 현재의 모순을 희망을 갖고 변화시킬 수 있게 된다. 좋은 문장 몇 개 기록해 둔다. 


기술이 사회운동 또는 사회적 행위를 결정짓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터넷과 이동통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정치적 자율의 조직 형식이자 문화적 표현이고 구체적 플랫폼이다. P 100 


중요한 진술이다. 네트워크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사회과학자들이 이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된다. 


대항권력 네트워크가 사회조직 속에 자리 잡은 권력 네트워크를 압도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약간은 유토피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지배하지 않는 지배’라는 가르침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또는 변화시키고자 하는 모든 차원을 재설계 REPROGRAM 해야 할 것이다. P 37 


저자가 혁명가인 이유다. 유토피아, 지배하지 않는 지배, REPROGRAM 등 그의 언어는 그의 사상이다. 


그러나 운동의 근본적인 사회적 형태는 공공장소를 점거하는 것이었다. P 69 


탄핵 촛불 시위가 벌어진 광화문 과장이 생각난다. 


이집트 혁명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소통이 차단될 수 없었다. P 72 


그렇다. 소통은 차단될 수 없다. 


이 책 어딘가에서 중국에 대한 언급이 잠깐 있는데 못 찾겠다. 이런 내용이다. 중국의 인터넷은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지 않다고. 


++


목차

제1장 / 시작하며: 생각을 연결하고, 의미를 창조하고, 권력에 저항하라 

제2장 / 혁명의 전주곡: 여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튀니지: ‘자유와 존엄의 혁명’ | 아이슬란드의 키친웨어 혁명: 금융 붕괴에서 새로운 헌법의 탄생까지 | 남쪽에서 부는 바람, 북쪽에서 부는 바람: 사회를 변화시키는 다양한 문화적 지렛대 

제3장 / 이집트 혁명 
이집트 혁명에서 ‘흐름의 공간’과 ‘장소의 공간’ | 인터넷이 촉발한 혁명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전면 차단 | 시위대들은 누구이고, 시위란 무엇인가 | 혁명 속의 여성들 | 이슬람의 과제 | “혁명은 계속된다” | 이집트 혁명에 대한 이해 

제4장 / 존엄, 폭력, 지정학: 아랍 봉기와 그 종말 
폭력과 국가 | 디지털 혁명일까 | 2014년 후기 

제5장 / 리좀 혁명: 스페인 인디그나다스 
자기 매개(self-mediated) 운동 | 인디그나다스는 무엇을 원하는가 | 운동의 담론 | 사실상의 민주주의 재창조: 총회가 이끄는 리더 없는 운동 | 토론에서 행동까지: 폭력에 관한 논쟁 | 정치 시스템에 저항한 정치운동 | 리좀 혁명 

제6장 / 월스트리트 점거운동: 세상의 소금을 캐다 
분노, 규탄, 불꽃 | 불타는 대평원 | 네트워크 된 운동 | 사실상의 직접민주주의 | 요구 없는 운동: “과정이 메시지다” | 비폭력운동을 향한 폭력 | 운동의 성과 | 세상의 소금 

제7장 / 네트워크 된 사회운동: 글로벌 트렌드인가 
개요 | 터키의 신구 세력 간 충돌: 2013년 6월 게지 공원 | 개발 모델에 대한 도전과 정치 부패를 향한 규탄: 2013~2014년 브라질 |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2011~2013년 칠레 학생운동 | 미디어-국가 복합체의 실패: 멕시코의 ‘나는 132번째다’ 운동 | 네트워크 된 사회운동과 사회 저항 

제8장 / 네트워크 사회 속에서 변모하는 세상 
네트워크 된 사회운동: 새로운 형태인가 | 인터넷과 자율 문화 | 네트워크 된 사회운동과 정치 개혁: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제9장 / 네트워크 된 사회운동과 정치 변화 
개요 | 정통성과 정치 변화의 위기: 글로벌 관점 | 이탈리아 의회민주주의의 실패에 대한 내부로부터의 도전: 베페 그릴로와 5 성운동 | 정치체제에 관한 네트워크 된 사회운동의 영향 | 정치 변화의 지렛대? 

제10장 / 분노와 희망을 넘어서: 네트워크 된 사회운동의 생성과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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