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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Sep 27. 2017

책에 대한 내 생각이 보수적인가

4차 산업혁명은 없다. 이인식


 데이터 정치 연구소 최광웅 소장이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한 대가로 김치찌개 점심과 이 책을 선물했다. 저자는 이인식 소장인데 자신의 글이 부록으로 들어가 있어 일종의 공저자라며 사인까지 해주는 바람에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주면서 최 소장은 저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최 소장의 소개를 요약하자면 정말 탁월한 과학기술계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왔고, 정부의 주요 기관 자문 역할을 했고(하고 있고), 많은 주요 언론에 정기적으로 기고를 했고(하고 있고), 뛰어난 공학자들의 모임인 한국 공학 한림원에서 주는 상도 받았고, 지금도 새벽 세시에 일어나 세계 주요 미디어에서 정보와 자료를 얻고 있고, 수십 권에 이르는 저서와 또 저자 주변의 대단한 인맥들까지. 계속 듣고 있자니 지금껏 이 사람을 몰랐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해서 시간 나면 읽어보기로 했다. 다 읽고 나니 허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많이 들었다.


 책에 대한 내 생각이 보수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책이라기보다는 리포트에 가깝다. 물론 리포트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 개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판했다면 책은 리포트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 사람만의 생각이 표현되어야 한다.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책의 첫 챕터는 주요 기관에서 발표한 최신 트렌드에 대한 요약 리포트다. 미래학자 박영숙 씨나 박경식 씨가 저서나 강연을 통해 숱하게 발표한 내용들이 지루하게 반복되고 있다. 저자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문장은 다음 정도다.


21세기의 식량위기는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식량위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식량 확보에 만전을 기하는 정책이나 기술을 통틀어 식량안보라고 한다. 식량안보의 핵심기술로는 정밀농업과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손꼽힌다. P 96


 식량위기와 유전자 변형을 단순하게 연결시킨 이 문장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두 번째 챕터는 매경에 연재했던 칼럼의 모음집이다. 저자의 생각이 드러나 있어 첫 챕터보다는 낫다. 그러나 읽는 내내 최 소장이 한 말이 중첩되면서 별다른 지적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칼럼의 속성상 깊은 이야기는 힘들지만 글쓴이의 인문학적 소양은 독해할 수 있다. 다음 문장을 보자.


어쨌든 코언의 예술적 재능을 흉내 낸 아론(컴퓨터 화가)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인정하더라도 인간의 창의성과는 비교될 수 없다. 왜냐하면 역사에 기록된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보여준 창조성은 단순히 기존 방식을 따르지 않고 도리어 그것을 변형시킬 때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P 136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오래 공부하고 연구한 전문가의 말이 듣고 싶었는데 이 정도에서 끝난다. 최 소장의 소개가 아니었으면 이 책을 볼 이유가 별로 없었다. 따라서 독후감 쓸 계기도 없었다. 저자에 대한 그의 소개가 나에게서 하루를 앗아갔다. 삼인행 필유아사라고 깨달은 것도 있다. 그래서 여기 기록해 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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