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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Oct 20. 2017

오래된 질문, 철인정치 vs 민주주의

차이나 모델,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유능한가


오래된 질문, 철인정치 vs 민주주의 


이 책의 우리말 제목은 ‘차이나 모델’이고 부제는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유능한가’이다. 영어 제목은 ‘The China Model’이고 부제는 ‘Political Meritocracy and the Limits of Democracy “ 다. 이 책에서 Meritocracy를 현능 주의로 번역해서 쓰고 있으니 영어 부제를 우리말로 옮기면 ‘정치적 현능 주의와 민주주의의 한계’ 다. 중국식 정치 시스템인 현능 주의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기초로 민주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가능성으로 현능 주의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미국인이고 중국 청와대에서 오랫동안 강의와 연구를 한 정치학자다. 


우선 차이나 모델에 대해 알아보자. 간단히 표현하면 바닥의 민주주의. 중간의 실험. 꼭대기의 현능 주의로 요약된다. 현능 주의는 투표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선발 과정을 통해 뛰어난 능력과 덕성을 갖춘 지도자를 뽑는 방식을 말한다. 지도자 능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준비된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하는데 투표라는 절차는 능력보다 이미지에 의해 좌우된다. 예를 들어 투표가 선출된 박근혜전 대통령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저자는 민주주의 말고 다른 시스템도 본격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저자는 우선 민주주의 기본 속성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한다. 우리 모두 동의하는 것처럼 민주주의는 가장 덜 나쁜 체제다. 나쁜 것들이 여러 개 있다는 이야기다.  1. 다수의 전횡 : 일종의 포퓰리즘 같은 경우다.  2. 소수의 전횡 : 경제력과 미디어를 장악한 소수에 의한 다수의 통치 3. 투표 집단의 전횡 : 투표권이 없는 미래세대나 외국인에 대한 불리한 조치 4. 경쟁적 개인주의자의 전횡. :갈등 조정이 아니라 갈등 심화. 이런 일반적 속성 외에도 기본적으로 유권자의 수준이 무식하다는 것도 큰 문제다.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과학계의 압도적 다수 97 %가 진화론에 찬성하는데 일반 미국인의 21%만이 진화론을 지지한다” 저자는 결국 절차의 공정성이 모든 것에 앞서 주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민주주의는 분명 장점도 있지만 그 폐해도 엄청나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을 보자. 


중국 지도자들은 정책 결정에 장기적 관점을 취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밝힌 2030년까지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봐라. 중국 정부니까 이 정책을 지킬 것을 믿을 수 있지, 미국 정부라면 다르다. 집권당이 바뀌면 전임 정권과의 차별성을 내세우기 위해 일부러라도 정책을 바꾸는 일이 많지 않은가. - 중략 –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유능하고 양심적인 정치가들도 다음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재선에 도움이 될 단기적 효과만을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P 382


트럼프의 최근 언행을 보면 저자 주장에 동조하고 싶은 이유가 강하게 생긴다. 읽다 보 면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고 싶어 진다. 박근혜와 트럼프를 보면 더 그렇다. 중국이 짧은 시간 내에 경제적 성공을 걷은 이유 중 하나가 강력한 리더십에 있다는 주장에 반박하기 어렵다. 저자는 중국 인민의 많은 수가 현 차이나 모델에 우호적이라고 주장한다. 


처음 이 책을 구매한 이유는 부제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유능한가’ 때문이었다. 첫 장을 읽다 보니 철인정치 vs 민주주의에 관한 논쟁적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결국 민주주의가 최선 아니겠는가, 했는데 계속 읽다 보니 저자 주장에 조금씩 설득당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특히 최근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 대표대회를 계기로 시진핑의 권력이 한 층 강화될 것이 예상되면서 차이나 모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나중 다시 읽어 보고 싶다. 논쟁적이며 생산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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