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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Mar 15. 2018

또 다른 상상의 공동체, 중국

‘오랑캐’-주변국 지식인이 쓴 反중국 역사 양하이잉 저/우상규 역

  

얼마 전에 읽었던 주강현의 환동해 문명사가 계속 생각났다. 기본적으로 같은 맥락이다. 달리 보자는 것이다. 환동해 문명사는 육지 중심의 시각/사관에서 벗어나 해양의 관점에서 지리와 역사, 우리 삶을 다시 성찰해 보자는 내용이고 이 책은 아시아를 중국 중심이 아니라 유라시아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해 보자는 이야기다. 요즘 중국에서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는 중국 중심의 아시아 해석은 사실 대부분이 허구에 가득 찬 소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인(漢人)이 중국 역사에서 주인공이었던 왕조는 짧은 기간에 국한되고 나머지 대 부분의 통치는 한인이 오랑캐라고 경멸하고 있는 이민족에 의해 통치됐다. 저자는 내몽골 태생이고 현재는 귀화한 일본인이다. 그의 이러한 아이덴티티에 학문적 성실함이 버무려져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서 객관적으로 서술, 분석했다.  


저자에 의하면 한인은 한자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문자가 없던 시절, 한자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던 사람들을 지금 중국은 전부 한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인은 한족이나 한민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인을 한족으로 둔갑시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예를 들어  


“ 고고학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한 결과, 황허 문명과 현재의 중국인과는 문화적으로도, 인종적으로도 단절됐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P 20  


이럼에도 불구하고 현 중국 땅에서 일어난 모든 왕조를 한족의 역사로 기록하고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4000년 역사의 시작인 청동기 문화는 유목민들의 작품이다. 청동기 문화가 유라시아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것도 유목인의 이동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당나라는 한족의 국가가 아니었고 선비인이 만든 나라고 원나라와 청나라는 당연히 몽고족과 만주족이 만든 나라다.  중국이 이처럼 중화중심의 역사관에 집착하는 이유는 1912년 중국의 성립 이후 폐쇄적 민족주의에 근거하고 있다. 피해 의식을 포장하기 위해  상상의 공동체가 필요했다.   


“ 내 생각에는 중국이 이 콤플렉스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근대와 제대로 마주 보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없다고 본다. P 41


유목민 가문에서 태어난 저자는 중국의 국수주의를 비판하면서 농경민족의 폐쇄성과 유목민족의 개방성을 비교 분석하고 아시아를 중국 중심에서 유라시아 관점에서 보는 것에 대한 장점을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자세하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책 읽다가 언더라인 친 몇 문장 기록해 둔다.  


유목민은 자신들보다 긴 거리를 이동하는 수렵/채집민을 그만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 P94  


전투에서 형세가 불리하게 됐다고 판단되면 전쟁터에서 즉시 철수한다. 유목민에게 철수는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니다. P125  


유목인 사회는 평등한 사회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 토지는 개인이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부동산이란 재산이 없다. 따라서 부동산 소유 여부로 발생하는 극단적인 빈부격차도 없다. P 160  


현재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항공사 캐세이 퍼시픽에서 캐세이는 거란을 의미한다. P 217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는 계속해서 한자를 쓰다가 지나에 동화될까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P 266  ++


들어가며
 중국의 역사를 뒤집어 보다
 1. 상상 속 ‘중국 4,000년 사’
 2. 문명 사관과 유목 사관
 3. 해양 문명에서 멀어지려는 중국
 제1장 ‘한족’이란 무엇인가
 1. ‘한자’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들
 2. 동아시아 대륙의 인적 이동
 3. 마르크스의 발전 단계설 이식
 제2장 초원에서 문명이 태어나다
 1. 문명의 유목 사관
 2. 청동기 문명
 3. 고대 유목민이 남긴 유적
 제3장 ‘서쪽의 스키타이, 동쪽의 흉노’ 그리고 지나 도교
 1. 유목민은 누구인가
 2. 스키타이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했다
 3. 흉노시대의 지나
 제4장 당나라는 '한족'의 국가가 아니었다
 1. 중앙유라시아의 투르크와
 2. 중앙유라시아의 이슬람화
 제5장 ‘삼국정립三國鼎立’의 시대
 1. 세 제국의 병존
 2. ‘탑’을 사랑한 키타이
 3. 너그러운 대하 탕구트와 원나라
 4. 다양한 문명이 풍부했던 몽골제국
 제6장 마지막 유라시아 제국, 청
 1. 주센(여진)인이 세운 금왕 조와 후금
 2. 만주인의 뿌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3. 만주는 언제부터 지명地名이 되었나
 제7장 중국은 역사에게 보복당할 것이다
 1. ‘종교는 아편’인 마르크스주의와 전제주의적 사상
 2. 지금도 계속되는 종교와의 충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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