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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Feb 26. 2018

 바다로 가야 하는 이유

환동해 문명사 - 잃어버린 문명의 회랑 주강현


오래전 읽었던 이삼성의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가 생각났다.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대강 이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동아시아를 중국 중심으로 해석하지 말고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와 일본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자. 이 다섯 나라의 역동적 관계가 당대 동아시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를 중국의 변방으로 인식하고 있다. 고대사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다 읽고 참 좋은 시각이다,라고 생각했다. 중국이라는 고정된 실체를 전제로 조선 역사를 해석한다는 자체가 식민주의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 책 역시 기본적으로 같은 맥락에서 서술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중심과 변방을 육지와 바다로 치환해서 설명하고 있다. 신영복을 인용한 다음 글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요 내용이다.   


중심부가 쇠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변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변방이 새로운 중심이 되는 것은 그곳이 변화의 공간이고, 창조의 공간이고, 생명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P 629  


변화, 창조, 생명의 공간인 환동해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바다에는 국경이 없다. 흐르면서 연결하고 소통한다. 공간인데 규정된 공간이 아니다. 지중해의 역동성이 유럽 문명의 시원이 된 것처럼 환동해 역시 역동적이며 시원적이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우리의 바다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한반도 반쪽 좁은 땅덩어리에 구속된 정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동해에 얼마나 많은 스토리가 있고 사람이 있고 미래가 있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이런 안타까움이 페이지 페이지마다 문장 문장마다 짙게 베여있다.  


본문만 700페이지가 넘는다. 정독하기 위해서는 기본 지식과 인내가 필요하다. 물론 다 읽고 나면 그 이상 얻는다. 그러나 사정이 있어 못 읽게 되면 p 555에 있는 [환일본해지도]는 꼭 보시라. 이 한 장의 지도가 저자의 웅변을 대신하고 있다.  


책 555 쪽에 있는 [환일본해지도]

이런 지도는 처음 본다. 이 지도를 보는 순간 육지 중심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편협한지 해탈 같은 깨달음이 왔다. 조선과 만주, 시베리아, 러시아, 연해주, 간도, 홋카이도, 사할린, 캄차카, 베링해, 알류샨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낯선 이방이 아니라 잠시 잊었던 고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근대 식민지 이후 우리가 바다를 떠나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왔는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  


저자의 박식함에 기초한 환동해 백과사전은 덤이다. 만약 내가 강의 개설 권한이 있다면 인문학 교양 필수로 지정하고 싶다. 나중을 위해 읽다가 언더라인 친 몇 문장 기록해 둔다.  


해양중심 사관으로 본다면, 국민국가의 경계보다는 동일 해역권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총합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좀 더 원칙적이고 합리적입니다. P 6 


저자의 문제의식. 


오호츠크 해양 세계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한국 학계 P 7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주체적 학문이 사실상 거의 없다. 


근대의 디아스포라로 동해를 재발견하기 훨씬 이전에, 즉 고대적 세계관에서 북방 동해는 절대적 공간이었고 문명의 회랑이었다는 점을 인식함이 중요하다. P43  


마치 고대 지중해가 그랬던 것처럼.  


일본도 옛날부터 東夷  라 불리며 중화의 주변을 구성하는 민족의 하나로 취급되어왔다. 57 

타이에서 이스터섬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중국인의 사촌 57 


몰랐던 이야기들이다.  


시베리아에서 古 아시아계  황인들의 스러져간 족적을 밟아나감은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궤멸사 추적과 다를 바 없다. 71 


슬픈 역사다. 


레닌의 민족 문제 해결은 오직 이론상으로만 그랬다. 82 

스탈린은 샤먼을 총살하거나 헬리콥터에서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 82 


누구라도 자기 프레임을 벗어 날 수는 없다. 늘 비판적 개인이 되어야 한다.  


박람회의 시대에 러시아는 파리 만국박람회에 시베리아 횡단철도 기획안을 전시하였다. 155  


그리고 투자를 잘 받았다. 


한국인 집단이 주로 북방 계통의 유전 자풀과 남방 계통의 유전자 풀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다기원적인 집단임을 보여준다. 197  


중국이 아니라 북방이다. 북방과 남방의 혼합이다.  


17세기에 여진족은 청 황제의 명에 따라 만주족으로 불리게 되었다. 254 

19세기 말에 이르면 두만강이 천지에서 발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 중, 일 3국이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269 


이번에 알게 됐다. 


유목민은 초원의 땅을 뒤집어 파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373  


국경이 확정되면서 유목 목축인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주요 행위자의 지위를 영원히 박탈당햿다 377  


유목민의 속성과 비극


동래의 별칭은 본디 경해 즉 고래의 바다이다 542 


고래가 참 많았다. 


독일 힐데스하임의 뢰메르 박물관은 사할린의 아이누 남편과 부인을 실제로 전시했다. 586 


19세기 중반 유럽 만국박람회 당시 아프리카인들을 전시한 적이 있었다. 아이누도 그랬구나...  


19세기 초) 니브흐족은 천연두가 창궐하면서 혹독하게 사라졌다 605 


이런 사례가 역사적으로 참 많다. 


캄차카 북단의 바닷가 축치족은 자기 집을 방문한 손님에게 아내를 같이 잠자리에 들게끔 하는 것 또한 호의를 표시하는 정상적 관습이었다. 637 


전에 들었던 이야기. 긴가민가 했는데 사실이네. 


차카 반도의) 이텔멘은 70-80세까지 살았고 60세까지 검은 머리 유지. 60세까지 숨차지 않고 뛸 수 있는 우월한 체력. 건강은 다이어트의 결과 641  


다이어트는 항상 필요하다. 


이텔멘은 죽어갈 때 개에게 먹히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 643  


개 토템!! 


캄차카) 계곡에서 연어를 기다리는 노련한 사냥꾼인 곰을 찍은 사진은 이곳의 익숙한 ‘이발관 사진’이다. 686  


가서 보고 싶네. 

++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환동해, 문명의 회랑
 동해와 일본해를 넘어 
 장기 지속적인 동해의 서사
 오랑캐의 바다를 둘러싼 액체의 역사
 중심과 변방, 문명과 야만의 변증
 
 ■러시아의 동진: 야쿠츠크, 하바롭스크, 아무르
 1장. 유라시아 대항해
 1 유라시아 최대 사건, 동해와 태평양에 출현한 러시아
 러시아가 동쪽으로 간 이유
 부인된 역사, 지워진 역사
 문명과 교화라는 이름의 시베리아 식민지
 
 2 검은담비의 길
 유라시아 동해안까지의 동력
 레나강의 모피 집결지 야쿠츠크와 시베리아의 유대인 사하족
 동해 출구 아무르강 하구의 인종의 용광로
 
 3 동해 출구를 둘러싼 중ㆍ러 쟁투의 장기 지속
 아이훈과 베이징에서의 중ㆍ러
 황화 공포증과 북방 공포증
 모스크바와 프리모리에의 간극
 
 ■극동의 심장: 블라디보스토크, 프리모리에, 시호테알린
 2장.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동해 출구
 4 유라시아 종착역의 끝나지 않은 항해
 시베리아 초원로의 개척
 러시아 역사에서 새로운 세기의 시작
 러시아 유라시아 정책의 끝판은 해양
 미완의 횡단철도와 신실크로드 경제 벨트
 
 5 우수리 강변과 시호테알린의 민족지학
 아르세니에프와 데르수 우잘라의 이중주
 문명인과 야생의 사고
 
 6 조선인의 북방 DNA
 연해주를 바라보는 시각
 나선정벌과 러시아와의 첫 조우
 조?러 접경의 결과는 녹둔도의 증발
 
 ■만주의 바닷길: 발해와 두만강 하구
 3장. 발해의 동해 출구와 차항출해
 7 환동해 루트로서의 일본로
 해륙국가의 운명과 선택
 발해의 일본로를 통한 환동해 루트
 발해의 또 다른 일본로는 식해의 길
 
 8 빈번했던 환동해 교류
 험난한 바닷길, 고난의 항로
 유라시아 담비길의 환동해 갈래
 
 9 동해 출구의 장기 지속
 간도로 가는 길
 백두산에서 두만강 하구 동해까지
 새로운 동해 출구, 훈춘?투먼?나진
 
 ■ 만주의 서쪽 바닷길: 요동 반도와 압록강 하구
 4장. 아시아의 발칸, 만주
 10 랴오닝 반도와 황해 출구
 만주에 이르는 초원 실크로드
 고구려사, 요동사, 만주사
 만들어진 만주
 
 11 제국의 통로, 제국의 동맥
 대륙 루트 남만철도와 동청철도
 한반도 철도와 해륙국가의 운명
 철로변 근대 도시의 탄생
 
 ■몽골의 동해 바닷길: 울란바토르, 울란우데, 초이발산, 만저우리
 5장. 초원의 노마드, 바다의 노마드
 12 대륙과 해양의 네트워크를 통한 세계 경영
 맹지국가 몽골의 선택
 하나로 이어졌던 몽골과 만주
 대도는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터미널
 세계 해양 경영으로 나아간 몽골
 
 13 중국의 서진과 러시아의 남진
 서쪽으로 간 중화제국주의
 만들어진 내몽골과 초원의 분단
 
 14 몽골 초원에서 바다로 가는 길
 남쪽 루트: 고비사막에서 자민우드로
 동쪽 루트: 도르노드 초원에서 만저우리로
 북쪽 루트: 캬흐타에서 이르쿠츠크와 울란우데로
 
 ■일본의 환동해 바닷길: 호쿠리쿠 지방
 6장. 기타마에부네 시대와 태평양 시대
 15 동북아시아의 십자로인 실크로드 북회경로
 잊힌 산단무역로
 대륙과의 문명 교섭 창구, 노토 반도
 환동해 해삼의 길
 
 16 일본 열도의 환동해 황금시대
 기타마에부네와 바다의 네트워크
 우라니혼의 황혼
 
 17 페리 제독 이후
 환동해의 잊힌 항구들
 일본의 5대 도시였던 가나자와
 북선 루트를 책임진 니가타
 
 ■일본의 환동해 바닷길: 산인 지방
 7장. 문명의 가교이자 침략의 가교
 18 문명의 교섭 통로
 바다를 건너는 신들
 표류하는 인간들
 
 19 침략의 해양 루트
 메이지 유신의 본류 조슈파의 하기
 북방 마쓰마에와 남방 사쓰난의 중간 기착지 오키 제도
 사카이미나토와 시마네현과 울릉도
 
 20 동해의 해양생물 잔혹사
 동해로의 어장 침탈
 강치 씨 말리기
 고래 씨 말리기
 
 ■북방 바다의 문명 교섭: 홋카이도, 사할린, 쿠릴
 8장. 환동해 북부와 오호츠크해 교역망
 21 환동해 문명 교섭의 네트워크
 동해를 포괄하는 오호츠크 문화권
 유라시아 문명의 바다 쪽 징검다리
 홋카이도, 사할린, 아무르강의 결합
 
 22 환동해와 오호츠크해의 교섭자 아이누
 작고 국가 없는 사회의 기록 없는 역사
 만들어진 아이누
 세인트루이스 박람회장의 아이누 전시
 
 23 북진하는 일본, 남진하는 러시아
 북방 바다의 러시아 출현
 일본과 러시아의 사할린에서의 문명 교섭과 충돌
 일본과 러시아의 쿠릴 열도에서의 문명 교섭과 충돌
 러시아, 일본, 북한, 남한에서 부인된 카레이스키 유랑민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바닷길: 캄차카, 베링해, 알류샨
 9장. 거대한 문명의 육교, 베링해
 24 캄차카 연대기
 대륙을 넘어
 남북으로 갈린 캄차카 반도
 영민하고 신체 우월했던 석기시대인 이텔멘의 멸종
 극동 경영의 중심,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
 비투스 베링이 남긴 것들
 약한 고리였던 극동에서의 혁명과 반혁명
 자궁과도 같은 오호츠크해 북방 수산
 
 25 알류샨 연대기
 바다의 사냥꾼 알류트
 미합중국의 지배
 북극해 메가 프로젝트는 행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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