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홍열 Dec 28. 2019

정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정의란 무엇인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오늘은 아빠가 최근에 읽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저자에 의하면 , 정의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장이 있어 첫째 주장은, 정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 두 번째 주장은,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 셋째 주장은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야. 이제 예를 들어 볼까. 첫째 주장을 흔히 공리주의라고 해. 영어로는 Utilitarianism라고 하고. 많은 사람이 좋다고/행복하다고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좋다는 거야. 책에 이런 예가 있어. 배가 바다 위에서 표류되었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기 직전이야. 다 죽을 수밖에 없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공리주의자들의 논리에 따르면 한 사람을 죽여서 그 사람의 인육을 다른 사람들이 먹고 살아남는 것이 더 정의롭다는 거지. 즉, (한 사람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길이 사회적으로 더 좋다는 거야. 물론, 이 비유는 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공리주의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어. 이런 예를 들어 볼까. 길거리 노숙자들이 보기 싫으니까, 그 사람들을 강제로 어느 수용소에 가두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좋다는 거야. 노숙자는 소수고 비노숙자는 다수니까. 비노숙자의 행복을 위해서는 노숙자의 격리 수용이 사회적으로 정의라는 거야. 이해되지. 공리주의가 무엇인지. 이 공리주의를 주장한 사람들은,  18세기 말과 19세기의 영국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인데 굳이 사람 이름까지는 외울 필요가 없어.


 이제 정의의 두 번째로 돌아가 보자. 흔히 이 두 번째 견해, 즉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을 자유지상주의라고 해. 영어로는 libertarianism 이야. 국가와 사회는 개인에게 간섭하지 말라는 거야. 빌 게이츠가 많은 돈을 번 것은 그 사람의 노력에 의해서 번 것이고 노숙자가 힘들게 사는 것은 그 사람이 게을러서 그런 것이니까, 빌 게이츠에게서 세금을 많이 거둬가지고 노숙자들에게 주면 안 된다는 거야, 왜 빌 게이츠를 국가가 간섭하느냐 하는 거지. 그렇게 간섭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돈을 벌 마음이 없어지고, 창의로운 생각을 안 한다는 거야. 사회적으로도 손해라는 거지. 


 책에는 아주 극단적인 사례가 있어. 2001년 독일 어느 도시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야. A라는 사람이 광고를 냈어. “나는 사람의 인육을 먹고 싶다. 먹히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연락해라” 그 광고를 보고 B라는 사람이 A를 만났고, A와 B는 서로 합의하에 A가 B를 죽여서 B의 인육을 먹었어. 이럴 경우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이 식인 행위가 ‘정의’롭다고 주장하는 거지. 개인들 간의 합리적으로 선택한 일이니까 누구의 간섭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거야. 독일 재판부는 처음에는 8년 형을 선고했다가, 나중에는 종신형을 선고했어. 사례가 유쾌하지 않지만, 자유지상주의를 이해할 수는 있지. 위에서 공리주의를 설명하면서, 표류하는 배를 사례로 들었지. 그런 경우, 자유지상주의자라면 누가 누구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거야. 개인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것이 정의라는 거야.


 이 책에서는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미국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나오고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소개되고 논의되지만, 요약하자면 저자가 분류한 세 가지 안에 다 포함되어 있어. 근데, 네가 생각해도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는 문제가 많아 보이지. 저자도 마찬가지야. 두 개 다 문제가 많아. 개인도 공동체도 다 중요할 수밖에 없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야. 저자가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거야. 이 단순한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여러 사례를 들고, 많은 철학자, 사회학자들의 이론을 인용한 거야.


 다 읽고 나서 광고에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어. 별 내용도 없는 책을 ‘귀한 시간’ 내서 다 읽었다는 것이. 한 번 책을 잡으면 다 읽는 습성이 있어서 중간에 그만 두기가 힘들었어. 이 책은 대학교 3-4 학년 학생들의 교재로는 적당해. 여러 이론들을 비교하는 차원에서 읽을 만해. 그러나 딱 거기까지야. 그 이상 고려할만한 가치는 별로 없어. 요즘 한국에서 이 책이 너무 과도하게 인기를 얻고 있어. 우리나라의 지성 수준이 아직은 낮다는 거야.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하도 책들을 읽지 않으니까, 이런 책들이라도 인기를 끌어서 사람들의 독서욕을 부추겼으면 좋겠어. 


++


ps. 2010년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 하나. 아들 고등학교 다닐 때 매주 편지 하나씩 보냈는데 , 당시 이 책이 유행이라 이 책 소재로 편지를 써서 보냈다. 네이버 블로그에도 올려놓았는데 서서히 네이버 블로그 글들을 이 브런치로 옮기고 있는 중. 네이버 포스팅 날자  2010. 9. 5. 17:54.  

매거진의 이전글 언어의 기원에 대한 명쾌한 정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