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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Mar 27. 2020

중독인가 일시적인가, 핸드폰 노예의 삶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애덤 알터 지음 

서평 보고 구매한 책이다.  한겨레 신문에 나온 다음의 기사다.  2019. 8.9 자 기사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무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 스마트폰 등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따른 강박적 사로잡힘을 ‘행위 중독’이라고 한다. 행위 중독이 등장한 배경과 오늘날 어떤 대상, 체험, 행위에 중독돼 있는지를 살피고 바람직한 소통과 인간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위 기사 중 "회복할 수 있는 방법", 이 문장이 맘에 들었다. 그러잖아도 늘 궁금했다. 나를 포함해서 언제쯤 사람들이 핸드폰에서 해방될까?  


대충 20~ 30년 전과 지금의 지하철 풍경은 너무 다르다. 아니 너무 유사하다. 하나만 빼고는. 전에는 대부분 신문을 보거나 졸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은 거의 다 핸드폰을 보면서 시간을 즐기고 있다. 노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적어도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로 향할 정도의 의식과 건강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손에는 핸드폰이 있다. 이게 참 궁금했다. 오래전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는 사람들을 봤을 때, 이 풍경이 언젠가는 바뀔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안 했다. 아니 못했는지 모른다. 핸드폰을 몰랐다. 신문과 책, 조는 게 아니라면 둘 외에는 선택이 없었고 나 역시 전철 안에서 많은 책을 읽었다. 


지금은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책은 그래도 아주 아주 드물게 보이지만 신문은 멸종된 지 오래다.  한 칸 7자리에 앉는 사람들  모두 핸드폰을 보고 있다. 궁금하다. 이 풍경이 어떻게 바뀔까. 바뀌기는 할까. 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있을까. 이런 궁금중이 늘 머리 한 구석에 있었다. 나름의 솔루션은 웨어러블 PC 였다. 그러나 그것도 결국 PC 이긴 마찬가지다. 


이 책이 나름 솔루션을 제공할 것 같았다. 내가 순진했다. 이 나이에 이런 순진함은 바보이거나 치매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치매는 아닌 것 같으니 바보임에 틀림없다. 결론은 이렇다. 단순하다. 진리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리는 테크놀로지를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된다. 어떤 기술발전은 행위 중독을 부추기지만 어떤 기술 발전은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기적 같은 일을 해낸다. 신중하게 고안해 만들면 중독성을 띠지 않을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중독성 없는 제품이나 체험을 만드는 일은 가능하다. 예컨대 직장을 오후 6시에 폐쇄하면서 직장 이메일 계정 역시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폐쇄하면 된다. -중략 - 아이들은 어른의 적절한 관리 아래 천천히 기기를 접하게 함으로써 - 중략 - 우리 문화가 일과 게임과 기기 화면에서 자유로운 시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시간을 누리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우리와 우리 자녀들도 행위 중독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P 384-385     


결론은 알아서 잘 조절하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문화적으로 의학적으로 노력하라는 것이다. 기술 없는 삶은 불가능하니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즐기라는 것이다. 돈(자본) 없이는 살 수 없으니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활용하고 잘 적응해서 성공적인 삶을 살라는 잠언과 동일하다. 이 결론을 위해서 저자는 여러 사례를 아카데믹하게 분석했다. 


다 읽고 나니 이 책은 핸드폰의 중독성에 관한 보고서가 아니라 중독 그 자체에 대한 일반 교양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어 제목은 IRRESISTIBLE"이고 따로 부제는 없는데 한글 제목 밑에 있는 부제 "무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 " 때문에 핸드폰 중독에 관한 책으로 오해를 했다. 물론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관한 내용이 많아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다. 


당연히 중독은 양면적이다. 최종 목표를 향해 에너지를 최대한도로 고양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때로는 지루한 삶을  커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중독이 목적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이야기다. 삶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필요한 정도로만 활용하라는 이야기다. 좋은 이야기다. 감동도 재미도 없는 ...   


재미난 몇 구절 옮긴다. 


컴퓨터 화면 저편에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사용자들의 자제력을 허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P 17 


이 실험을 수행한 연구자들은 휴대폰을 아예 치워 버리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P 31 


고대 로마에서 중독됐다는 것은 노예가 되었음을 뜻한다. P 44 


주의 산만한 부모가 주의 산만한 자녀를 길러낸다. P 57 


중독은 충족되지 못한 심리적 요구와 단기적으로 그 요구를 달래주는 일련의 행위 사이에 결합. P 104 

중독이 물질남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행위 역시 중독된다) 


최초의 디지털 마약, "좋아요" P157  


“예전부터 마약이 뇌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행위도 그런 줄은 몰랐죠. 지난 15여 년에 걸쳐 우리는 행위 역시 뇌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똑같은 뇌 기제가 작동하는 과정인 거죠.” 마약처럼 행위 신호도 도파민 생성을 촉발한다. 게임 중독자가 노트북을 켜거나 운동 중독자가 운동화 끈을 묶으면 도파민 수치가 치솟는다. 이 시점부터 행위 중독자는 마약 중독자와 똑같아진다. 중독은 물질이나 행위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학습해 온 생각, 중독자를 심리적 스트레스에서 보호해 준다는 생각이 일으킨다

P 114 


예측 불가능한 실험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실험 대상자들은 팟캐스트 〈시리얼〉 청취자와 마찬가지로 실험에 꽂혔다. 보상을 언제 받을지, 어떤 보상을 받을지 예측할 수 없자 훨씬 더 강한 쾌락을 느꼈으며 쾌락의 강도는 실험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었다. 새로운 보상이 제공될 때마다 실험 대상자들은 클리프행어 상황에 놓였고 기대에 따른 흥분감 탓에 더 강한 쾌락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P 250 

++


목차


프롤로그 스티브 잡스는 왜 자녀에게 아이패드를 금지시켰나

PART 01 테크놀로지 시대의 새로운 재앙

Chapter 01 행위 중독 전성시대
행위 중독의 원흉들 | 해로워야 중독이다 | 노모포비아 합중국 | 선사 시대와 고대의 중독자들 | 코카인을 사랑한 프로이트 | 만병통치약 코카콜라의 탄생 | 실종된 부모와 10대들만의 디지털 세상 | 자지도 먹지도 않고

Chapter 02 우리 모두가 중독자다
헤로인에 폭격당한 전쟁터 | 10만 명의 중독자가 밀려올 때 | 역사상 가장 위대한 중독 실험 | 중독은 기억에 각인된다 | 중독에 빠지기 쉬운 성향이란 없다

Chapter 03 행위 중독의 과학
현대인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는? | 마약 중독자와 행위 중독자의 뇌 반응 | 사랑은 코카인과 같다 | 중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 이상한 행위인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 | 가장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행위를 할 뿐 | 그냥 좋아하는 것과 절실히 원하는 것의 차이

PART 02 왜 행위에 중독되는가

Chapter 04 목표 중독
파킨슨병 환자를 걷게 만든 작은 장애물 | 세계 신기록의 순간이 달갑지 않은 까닭 | 어느 목표 중독자의 말로 | 아무리 죽여도 계속 밀려오는 좀비, 이메일 | 웨어러블 기기가 오히려 건강을 위협한다 | 끝없는 실패 상태에 놓이는 삶 | 목표 대신 체계를 세우고 살아라

Chapter 05 피드백 중독
버튼을 보면 누르고 싶어 진다 | 최초의 디지털 마약, ‘좋아요’ | 슬롯머신은 전자 모르핀이다 | 게임 성공을 결정하는 피드백 강화 ‘주스’ | 가상현실이 삶이 되는 순간 | “거의 당첨될 뻔했어!”

Chapter 06 향상 중독
입찰가 단돈 1센트의 유혹 | 마냥 기다리든가 돈을 내든가 | 초반 운의 쾌락은 중독성이 강하다 | 모든 세대를 낚는 ‘단순함의 힘’

Chapter 07 난이도 중독
역경은 중독의 필수 요소 | 역사상 가장 중독성 있는 게임, 〈테트리스〉 | ‘몰입’과 ‘끝없이 놀기’의 위력 | 안타깝게 실패하도록 만들어라 | 한번 낚이면 멈출 수 없다

Chapter 08 미결 중독
마무리 못 한 체험이 정신을 지배한다 | 논픽션 살인 미스터리의 인기 비결 | “누구 놀리냐? 그게 결말이라고?” | 쇼핑 중독의 메커니즘 | 넷플릭스 몰아 보기의 비밀

Chapter 09 관계 중독
힙스터 매틱과 인스타그램의 엇갈린 운명 | 인스타그램의 관계 중독 메커니즘 | ‘핫 오어 낫’의 절묘한 사회적 피드백 | 게임 세상의 친구 사귀기 구조 | 온라인 관계가 뇌를 죽인다

PART 03 어떻게 해독할 것인가

Chapter 10 중독의 싹 자르기
감정 읽기 능력 테스트의 결과는? | 디지털 기억상실증과 문자 메시지의 유독성 | 두 살 전에는 화면에 노출시키지 마라 | 화면을 건강하게 이용하는 세 가지 방법 | 인터넷 중독은 병인가 | 어떤 치료법이 효과적일까 | 내적 동기 부여와 자기 주도성이 핵심이다

Chapter 11 새로운 습관과 환경 만들기
억누를수록 더 빠져든다 | 나쁜 습관과 중독에서 벗어나는 몇 가지 방법 | 새 습관 들일 때 효과적인 말 | 유혹이 늘 따라다니지 못하게 환경 설계하기 | 나쁜 행위와 싫은 것 짝짓기 | 바람직한 행위 강화하기 | 숫자에서 벗어나기 | 넷플릭스 몰아 보기 끊는 법

Chapter 12 중독의 힘 이용하기
재미있으면 개선된다 | 게임화하면 싫고 힘든 줄 모른다 | 공부를 게임처럼 만든 학교 | 직장을 게임처럼 만든 회사 | 게임으로 통증과 트라우마 치료하기 | 모든 게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에필로그 행위 중독 시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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