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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감자를 심으면서 코로나를 묻었습니다

삼애 나눔 농장 이야기 2020 _ 02 (2020.04.011)

by 김홍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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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시장에 가서 씨감자를 샀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2주 정도 늦었습니다. 수확도 늦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생업 농부가 아니라서 설렁설렁합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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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가뭄이 너무 심해 밭에 물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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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다듬기 전에 물 좀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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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랑과 고랑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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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을 파면 아내가 씨 감자 조각 하나씩 집어넣습니다. 코로나도 함께 묻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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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감자조각이 땅 속에 묻혀 있다가 지상에서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우고 감자를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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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넣은 후에 물을 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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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흙을 덮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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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올봄 감자 농사는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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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밭 옆에 호박 좀 심으려고요. 구덩이를 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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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를 뿌리고 흙과 함께 버무리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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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옆에 있는 왕벚꽃입니다. 일반 벚꽃보다 조금 늦게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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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농사도 끝났습니다.


감자를 심으면 감자가 나옵니다. 코로나를 땅에 묻으면 무엇이 나올까요. 일상의 소중함, 뭐 이런 꽃말의 꽃이라도 필까요. 20대 때 카뮈의 페스트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다시 읽어봤습니다. 소설 속 사람들이 겪은 고통에 비하면 우리 아직 잘 있는 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에는 여러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중 어떤 사람은 페스트 도시를 탈출하려고 시도합니다. 페스트가 신의 뜻이라는 신부도 나옵니다. 그리고 몇 사람은 끝 모를 공포와 기나긴 싸움을 합니다. 그 싸움, 그게 바로 부조리한 세상에서의 일상적인 삶이라는 겁니다.


감자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사람 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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