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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May 01. 2020

X, 앎과 모름의 변증법 또는 존재의 이유  

세상의 모든 X, 문환구 저, 나무나무출판사 


근대적 의미의 지식은 르네상스 이후 합리주의의 결과물이다. 물리학과 수학, 화학과 생물학, 공학과 의학 등 모든 분야의 자연과학이 근대적 지식에 기초하여 새롭게 태어났다. 가내 수공업적 지혜로 근근이 맥을 이어온 중세의 연금술이 근대의 화학으로 변신한 것은 과학적 시스템에 기초한 근대적 지식에 의해 가능했다. 기독교의 창조신화가 근대적 지식에 의해 진화의 생물학으로 대체되고 신비의 아프리카 오지가 동경과 북위 좌표로 표시되는 지리학 덕분에 제국주의 수탈의 식민지가 되었다.  


자연과학이 자본주의의 물질세계를 만들어가면서 그 탄탄한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자 사회과학 분야의 학문들도 과학적 분석 및 연구 체계를 수용하기 시작했고 둘이 결합해 중세 이후의 세계를 이성과 지식의 근대 세계로 변모시켰다. 사회학, 역사학, 경제학이 과학적 방법론을 차용해 사회과학 범주 안에 들어와 근대 자본주의 세계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지식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대적 솔루션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순간에 지식의 한계 또는 지식 뒤 편에 있는 또 다른 미지의 세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의 세계가 아니면서도 지식으로 해결 안 되는 미지의 세계, 저자가 말하는 X 세계다. 그 세계는 근대 지식의 한계로부터 불가피하게 나온 세계일 수도 있다. 또는 삶의 부조리성에서 나온 공간일 수도 있다.  이런 물음과 공간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천동설의 허구를 밝힌 천문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주 천체의 극히 일부분밖에 보지 못하고 이해 못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는 별도로 종교와 영성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X는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자위하는 바로 그 순간에 나타나 모름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모름을 없애기 위해서 앎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것이 근대적 사유체계라면 모름 역시 앎의 한 부분 또는 앎이 모름과 변증법적 상호 작용을 거쳐 지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것이 탈근대적 사유 체계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X는 탈시공간적 위상을 내재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시공간과 교류하는 초월적 의미를 갖는다.  


앎에서 모름으로 또는 모름에서 다시 앎으로 가기 위해서는 교류하고 교차하여야 한다. 알파벳 X는 이런 의미에서 상징적이다. 두 개의 직선이 한 점에서 교차한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다. 직선들은 각각 다른 개별의 세계를 상징한다. 두 세계는 하나의 점에서 만나지만 자신의 아이덴티티는 보존한다. 앎의 세계가 모름의 세계와 만난다고 해서 모름의 세계가 축소되지 않는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호모 사피엔스의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오랜 시간 계속 X 이거나 영원히 X 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이런 철학적 담론을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한 책이다. 친절한 고등학교 선생님 같다.  저자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역사와 철학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게다가 글도 잘 쓴다. 한번 읽으면 계속 읽게 된다. 읽다 보면 문제의식과 역사적 사례들이 조용히 교차되고 내재화되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내적 성숙을 유도하게 된다. 인문학적 사유란 이런 것이다.   


++


목차 


 1장 무지와 미지


1. 호기심과 두려움, X파일
2. 주체적 무지의 선택, 맬컴 X
3. 럼스펠드의 X
4. 조하리의 창, X 분석도구
5. 미지와 무지

2장 미지가 X 되기까지

1. 방정식과 미지수
2. 미지수 표시의 규칙을 제시한 비에트
3. 데카르트의 기하학과 X
4. 기표와 기의, X

3장 과학의 X

1. 음극선관과 전자
2. 미지 그 자체, X-선
3. X-선을 이용한 새로운 미지 탐구
4. 미지의 행성 X
5. 우리 은하의 거대 X구조
6. 미지의 염색체 X
7. 알려진 미지
8. 질병

4장 안드레아의 십자가 X

1. 암스테르담의 XXX
2. 러시아의 X
3. 스코틀랜드의 X
4. 부르고뉴와 스페인의 X
5. 암스테르담과 데카르트

5장 변형된 부호 X

1. 로마 숫자 X
2. 곱셈 부호 X
3. 부정의 기호 X
4. 예고 표시 X
5X를 닮은 갈고리 십자가(Hakenkreuz)

6장 내 안의 X

1. 물질
2. 의식
3. 팔짱 낀 사람

마치며 | X는 건너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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