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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un 08. 2020

반려동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 동물에게서 인간 사회를 읽다 


반려동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한글 제목은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이지만 영어 제목은 MAMA’S LAST HUG 다. MAMA 가 누구인지 모르는 한글 독자들이 많아 출판사에서 원제를 포기하고 다시 작명을 했는데 한글 제목도 좋은 것 같다. "동물들에게도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정도의 질문이 내포되어 있어 책에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MAMA는 58세 된 동물원에 사는 침팬지 이름이다. 노쇠하여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MAMA에게 친구 얀이 찾아왔다. 생물학 교수인 얀은 MAMA와 40년 넘게 알고 지냈다. 노쇠한 MAMA를 위로하기 위하여 또는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 얀은 처음으로 동물원 철창을 열고 MAMA에게 다가갔다. 얀을 본 “MAMA가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얀의 목을 두드리면서 사람과 너무나도 비숫한 방식으로 얀을 껴안았” 다.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마치 사람처럼, 오랜 친구들 두고 먼 길을 떠나가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는 사람처럼, 침팬지가 우정 어린 작별인사를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린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데도 동물에게 감정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저자는 당연히 동물에게도 인간의 어떤 감정보다 섬세하고 사회적인 감정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사례 하나하나를 읽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동물들을 그리고 다른 생명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어느 순간 추상적 사고가 가능해지면서 다른 종과의 차별을 통해 번성한 호모 사피엔스에게만 있다고 주장되는 감정이라는 것이 결국 모든 생명체에게 내재되어 있는 오랜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것, 살아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는 당연히 이 감정이라는 것이 섬세하게 존재한다는 것, 그 감정이 유기체의 물적 토대와 함께 유기체 안에서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간만이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동물을 그저  단순한 유기체 덩어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풍부한 사례와 저자의 유머 감각이다. 읽으면서 많이 웃었다. 번역도 좋았다. 좋은 내용 몇 개 옮겨 놓는다. 


마마는 동물원장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그가 올 때마다 사육사들이 안절부절못하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걸 보고서 그들의 관계를 파악한 게 분명하다. P 51 


이번에는 내 손이 배에 닿지도 않고 그저 배를 가리키기만 해도 유인원은 또다시 웃음이 터진다. P 77 


우리 뇌는 다른 포유류와 기본 구조가 동일하다. 우리 뇌는 새로운 부분이 없으며 다른 포유류와 동일하게 오래된 신경 물질을 사용한다. 81 


나는 보노보가 상상에 빠져 아무 의미도 없는 찡그린 표정을 지으면서 혼자서 즐기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85


마침내 오랜 기다림 끝에 메이(암컷 침팬지 이름)의 새끼가 나왔고 전체 무리가 동요했다. 한 침팬지가 비명을 질렸고 나머지 침팬지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는데, 그들이 모두 얼마나 그 순간에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보여주었다. P 144 


자유로운 쥐는 갇힌 쥐의 고통에 반응해 동료를 해방시키려고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P 184 


생물학에 대한 개방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인간에 대한 궁극적 이해 또한 가능해진다. 오랜 독서와 사색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


프롤로그: 동물도 감정이 있을까?



제1장 마마의 마지막 포옹: 어느 침팬지 가모장의 작별 인사


두 호미니드의 감동적인 재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다

마마의 중심적 역할

알파 암컷

죽음의 불가피성과 애도


제2장 정신을 들여다보는 창: 영장류의 웃음과 미소


의인화 논쟁과 인간의 예외주의

얼굴 표정을 통해 드러나는 감정

이빨을 드러내고 씩 웃는 표정

그것 참 재미있군!

혼합 감정


제3장 몸에서 몸으로: 공감과 동정


사람의 성별을 구별하는 영장류

세월의 지혜

모방 행동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사용되는 공감

쥐의 동정


제4장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감정들: 혐오감, 수치심, 죄책감, 그 밖의 불편한 감정들


동물도 혐오감을 느낄까?

갈증을 느끼는 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자부심과 편견

수치심과 죄책감

혐오감

감정은 기관과 같다


제5장 권력 의지: 정치, 살해, 전쟁


인간의 정치와 영장류 정치

알파 수컷처럼

정치적 짜증과 권력욕

살해

전쟁의 북소리

암컷의 힘


제6장 감정 지능: 공정성과 자유 의지에 관해


사자와 얼룩말

뇌와 이성을 찬미하는 경향

오이 원숭이와 포도 원숭이

최후통첩 게임

자유 의지와 개소리

내 곁에 있어 줘


제7장 감각성: 동물은 무엇을 어떻게 느낄까?


뇌가 큰 동물은 의식이 있을까?

고기와 감각성

크리시포스의 개

기적이 필요 없는 진화

소리를 지르지 않는 물고기는 통증을 못 느낄까?

동물 보호를 위한 투명성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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