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홍열 Dec 29. 2020

가끔 운이 나쁠 때도 있지, 뭐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메리 보이스 저/공원국 역 |  민음사| 



한겨레 신문 아래 기사를 보고 구매했다. 


영국의 조로아스터교 연구 권위자 메리 보이스(1920~2006)가 쓴 <조로아스터교의 역사>는 이 특별한 종교의 탄생 과정을 상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보이스는 방대한 초기 이란-인도 문헌을 샅샅이 뒤져 시간의 더께 속에 잠든 조로아스터교의 역사를 되살려냈다. 전체 3권 가운데 첫 권을 옮긴 한국어본 <조로아스터교의 역사>는 조로아스터교의 토대가 된 고대 인도-이란의 공통 신앙, 예언자 조로아스터의 활동, 조로아스터교의 초기 형태를 추적한다.


특히 '역사'라는 단어에 많이 끌렸다. 조로아스터교가 어떤 환경에서 탄생했는지, 당시 사회경제적 배경이 어땠는지, 조로아스터는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싶었다. 교리가 아나라 역사적 관점에서 설명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 같았다. 결론은 재미없었다. 책 처음부터 끝까지 역사적/사회과학적 서술은 없고 고대 문서에 나와있는 신들의 이름과 그 역할, 관계에 대해서 지루하게 나열되어 있다. 인내심을 갖고 계속 책장을 넘겼지만 끝내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었다. 


책 앞부분에 있는 역자의 글에 다음 문장이 나온다.  


조로아스터의 이원론은 고도로 윤리적이고 내면적인 이원론, 즉 내 안의 선과 악, 그리고 선을 선택하는 의지의 문제다. 그래서 최후의 심판의 시기에 눈금이 '털 한 오리'만큼 가는 저울로 피심판자의 선과 악을 잴 뿐, 신의 가호로 사면받는 것은 아니다. p 13 


어떤 계기로 (계급적 종교에서) 윤리적인 종교가 되었는지, 그 혁명적 동인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니체가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왜 조로아스터를 언급했는지 니체의 초인 사상 맥락에서 이해하고도 싶었다. 결론은 꽝이다. 책 중간중간에 단편적으로 서술되어 있는 몇 개의 문장을 통해서는 도저히 정리되지 못한다. 


전승에 따르면 조로아스터가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집을 떠나 방황하며 삶에 대해 묻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다섯 해 뒤 스무 살 때였다. p 240


부처도 예수도 모두 출가부터 시작한다. 이런 문장 뒤에는 그에 어울리는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도덕적으로 선한 이 모드에게 이렇게 구원의 희망을 전함으로써 조로아스터는 귀족적이고 사제 중심인 옛 전통과 결별했던 것이 분명하다. p 326     


그 결별의 과정과 사상투쟁, 새로운 노선에 대한 사회경제적 설명이 듣고 싶은데 그런 이야기가 없다. 


조로아스터는 출가 후 계시를 받고 후원자를 만났고 포교를 했으며 그 와중에 반대자들을 만나 고난을 겪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자객에 의해 암살당했다. 그리고 끝이다. 나머지는 다 만신전에 관한 이야기다. 


책 값이 비싸다. 참고문헌과 색인이 150쪽이 넘는다. 

++


목차


이 책을 읽기 전에
옮긴이의 말
서문
약어표

1부 다신교적 배경
1장 개괄
2장 다신교 시절 이란의 신들
3장 악마와 악행, 전설적 동물들, 최초의 인간들과 영웅들
4장 죽음, 내세 그리고 장례 의식
5장 세계의 성격과 그 기원
6장 다신교 숭배 의식

2부 조로아스터와 그의 가르침
7장 조로아스터
8장 아후라 마즈다, 앙그라 마이뉴 그리고 자비로운 불사자들
9장 두 가지 상태와 세 개의 시간

3부 역사 이전 시기의 신앙
10장 기록되지 않은 세기들
11장 조로아스터와 그 아들들에 관한 전설들
12장 순결법

부록 조로아스터교의 장례 의식

자주 인용한 참고도서 선별 목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