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시아의 미래 2040. 이나야툴라 저. 윤기영 역. 박영사
메인 저자 Sohail Inayatullah를 위키에서 조회하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Sohail Inayatullah is a Pakistani-born Australian academic, futures studies researcher and a professor at the Graduate Institute of Futures Studies at Tamkang University in Taipei, Taiwan.
https://en.wikipedia.org/wiki/Sohail_Inayatullah 2021.7.17 display
이슬람 문화권에서 태어나서 호주 국적을 취득했고 현재 대만에서 미래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캐리어 자체가 흥미롭다. 이슬람, 기독교, 유교 세 문화권에서 살고 공부하고 가리키는 미래학자. 이런 이력이 그의 미래관을 남들과 다르게 만든 것 같다.
이 책의 원 제목은 'ASIA 2038 : Ten disruptions that changes everything'이다. Ten disruptions 또는 이머징 이슈(EMERGING ISSUES) 10은 다음과 같다.
제1장 새는 한쪽 날개로 날 수 없다 39
제2장 우리는 로봇과 결혼할 수 있을까? 57
제3장 일터에서의 권위주의 종식 75
제4장 공장식 교육의 종언 93
제5장 경제성장 지향에서 문화 지향으로 107
제6장 기후위기를 넘어 공생으로 121
제7장 아시아로, 아시아로! 143
제8장 아시아 연맹 161
제9장 포스트 자본주의(Spiritual Post Capitalism)의 등장 179
제10장 거대한 도약 199
1장부터 6장까지는 비교적 일반적인 내용들이다. 미래학 또는 미래사회 관련 책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다만 5장에서 경제의 대응어로 '문화'를 선택한 것과 6장 제목에 나타난 '공생'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이 단어들을 선택했다. '문화'와 '공생'을 선택한 이유는 7장과 8장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7장과 8장의 제목은 각각 '제7장 아시아로, 아시아로! ', '제8장 아시아 연맹'이다. '문화'와 '공생'이 가능한 지역이 아시아다. 저자에게는 아시아가 중요한 것이다. 구체적 솔루션은 아시아 연맹이다.
아시아 연맹 (Asian Confederation)은 아시아 국가 간 국제적 협력과 실행력을 지닌 국제적 조직으로, 세계 정부 World government를 구성하는 6개 연맹 중 하나다. 2024년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결성된 아시아 연맹은 그해 6월 21일 스위스 베른에서 워킹 그룹의 승인을 받았다. p 163
아시아가 아시아 문제 해결을 넘어서 세계의 미래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또는 제공할 가능성이 제일 크다. '문화'와 '공생'이 가능한 곳, 그곳이 아시아다. 아시아 연맹을 만들어서 아시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저자는 2024년 아시아 연맹이 결성됐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아시아 중심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독자성은 이런 저자의 주장에서 나온다. 일반적으로 미래는 네트워크 사회로 정의되고 있다. 탈지역적이며 실질적인 글로벌 시대다. 솔루션 역시 글로벌 차원에서 제시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아시아 연맹을 이야기한다. 물론 아시아 연맹은 폐쇄적 지역주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열려 있되 주도적이라는 의미다. 저자의 캐리어를 고려하면 아시아 연맹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마누엘 카스텔이 '정체성의 정치'를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카스텔의 경우 지역블록화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체성은 어느 정도 지역에 구속되어 있고 국민국가가 존속하는 한 정체성과 지역은 상호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면에서 저자 주장의 일면은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챕터는 9장이다. 9장의 제목이 '포스트 자본주의(Spiritual Post
Capitalism)의 등장'이다. 자본주의 이후 Post Capitalism에 대한 논의도 여전히 논쟁적인데
자본주의 이후 Post Capitalism 앞에 정말 논쟁적인 단어 Spiritual 가 있다. 이 단어가 어떻게 번역되었을까. 역자는 Spiritual Post Capitalism를 단순하게 '포스트 자본주의'로 옮겼다. Spiritual Post Capitalism에 대한 적절한 역어를 찾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역자는 챕터 하단 각주에 Spiritual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글에서 영적, 영성은 종교적인 용어가 아니다. 비물질적인 가치의 추구, 내적 성찰을 의미한다.
p 184
'비물질적인 가치의 추구, 내적 성찰을 의미', 그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 비물질적인 가치의 추구'가 가능할까.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본주의 체계에서 국가 자본주의로 이행하고, 이후 노든 사물과 사람이 시장이 되는 공유 경제로 이행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시장이 곧 사회가 되고, 사회가 곧 시장이 되는 체제이다. p 186
보다 연성의 서구적 관점과 아시아적 세계관의 융합은 영적인 포스트 자본주의의 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p194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의 통합은 지속 가능하며 전환된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이 새로운 영적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전이 존재한다. 아시아는 포스트 자본주의로 인류를 인도할 풍부한 영감을 제공한다. p 197
저자의 설명을 들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이 것이다.
"아시아는 포스트 자본주의로 인류를 인도할 풍부한 영감을 제공한다"
이 문장이 이 책의 주제다. 서구화된 아시아인들에게는 동의하기 힘든 주장이지만 저자의 캐리어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그 희망과 믿음에 동의할 수 있다. 다만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충분한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다른 책에서 충분히 이야기했는지 또는 다음에 나올 책에서 제시할지는 잘 모르겠다. 좀 더 세련된 연구와 자료들이 백업되지 않으면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P. 헌팅턴이 쓴 '문명의 충돌'과 같은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 주장이나 희망에서 끝나기 않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