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세계사 모토무라 료지 TRIVIA BOOK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어떤 책을 읽던 중에 이 책 "말의 세계사"의 문장 하나가 인용된 것을 알고 사서 읽고 싶었다. 아마 이런 문장이었던 것 같다.
말이 없었다면 21세기는 여전히 고대 사회였을 것이다. P 7
만약 전차가 없었다면 대제국이 성립할 수 있었을까? P 9
저자는 그만큼 인간 역사에서 말이 중요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그 내면에는 말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배어 있다. 이 책을 기획하기 이전에 저자는 이미 경마애호가였다. 말에 대한 관심이 결국 말을 세계사의 주인으로 이끌고 있다.
말을 중심으로 역사를 재구성한 이 책을 읽다 보면 말에 대한 저자의 과도한 애정이 중간중간 드러난다. 가끔은 지나치기도 한다. 역사의 어느 순간에 말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한 것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말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건 또는 시대적 흐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무리한 분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런 무리함이 불편하지는 않다. 누구를 폄하하는 것도 아니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아니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속도'다. 호모 사피엔스는 말위에서 처음으로 속도를 경험하게 된다. 말을 타고 달리면 걸을 때와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더 빠르고 더 멀리 본다. 순간적 판단력이 더 중요해진다. 공간이 확장되면서 세계관이 넓어진다. 말과 함께 그 공간의 주인이 되고 싶은 욕망이 강렬해진다. 고대국가의 형성은 말의 속도가 있어 가능해졌다. 말을 전쟁에서 잘 이용하는 국가, 민족이 대제국을 형성했다. 대표적 사례는 당연히 칭기즈 칸의 몽골 제국이다. 아시리아 제국과 페르시아 제국의 번창도 좋은 사례다. 훈족의 위협으로 촉발된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도 말의 속도와 관련이 있다. 증기기관차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의 속도를 지배하는 자가 역사의 주인이었다. 증기기관차가 나오기 전까지만.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다음은 중간중간 언더라인 한 문장들이다.
지금부터 약 1만 년 전,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말과 동물이 멸종되었다. p 18
아메리카 고대 문명은 고도로 발달된 석조 기술과 그림문자 결승 문자도 사용했다. 그러나 철기와 차량이 없고 무엇보다 말과 같은 대형 가축을 이용한 흔적이 없었다. 129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한 사례로는 좀 과한 측면이 있지만 어느 정도는 동의할 수 있다. 저자는 고대 지중해 문화와 아메리카 고대 문명의 수준을 바다의 활용과 말의 이용 차이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포세이돈이라는 신이 있다. 이 신은 '바다의 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더 오랜 옛날에는 '말의 신'이었다고 한다. p 105
그리스 인들은 광대한 바다를 보고 이내 바다 위를 떠가는 배를 고안했다. 초원을 질주하는 말의 모습이 바다 위를 달리는 배의 모습과 겹쳐졌다.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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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1장 인류의 벗
인간에게 길들여진 동물의 조건
말은 인간에게 길들여지도록 진화했다?
야생마가 쇠퇴한 이유
얼룩말을 기른 남자
가축화의 시작
제2장 말과 문명 세계 ―전차의 탄생
최초로 말을 탄 인간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레를 끄는 말
‘산 당나귀’와 ‘사막 당나귀’
전차의 탄생
전차 무인의 등장
‘속도’라는 관념
동아시아의 전차
제3장 유라시아의 기마 유목민과 세계 제국
Ⅰ 서방 유라시아
기마의 보급
고대인은 어떻게 말을 탔을까
가장 오래된 기마 유목민
헤로도토스가 그린 스키타이 인
스키타이계 문화는 어디에서 왔을까
아시리아 제국과 기마 군단
아시리아의 말과 이집트의 말
페르시아 제국
스키타이 북벌 작전 실패
‘왕의 길’
Ⅱ 동방 유라시아
동방의 기마 유목민
은과 주의 대결
전차에서 기병으로
진나라의 유래
사마천이 그린 기마 유목민
기마 유목민과 세계 제국의 역동성
한혈마의 전설
제4장 포세이돈의 변신 ―고대 지중해 세계의 근대성
그리스에서도 전차를 이용했을까
올림픽의 꽃, 전차 경주
‘말의 신’은 어떻게 ‘바다의 신’이 되었을까
그리스 인과 기마
알렉산드로스의 애마
로마 군과 기병대
‘빵과 서커스’의 세계
경주마의 육성
고대 지중해 세계의 근대성
말과 바다와 ‘해역 세계’
〈부록〉 말의 존재를 몰랐던 아메리카 고대 문명
제5장 말 달리는 중앙 유라시아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과 훈족의 위협
로마 제국의 해체
훈 족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네 가지 자연 구분
‘오아시스 길’ 실크로드
기마 유목민의 말
이적은 야만족이었을까?
돌궐의 유목 제국
제6장 아랍마와 이슬람 세계
아랍 종의 기원
베두인이 가져온 말
말은 ‘최고의 축복’
아라비아 반도는 어떻게 명마를 탄생시켰을까
십자군의 말
튀르크의 경무장 기병
제7장 중세 유럽 세계와 말
비잔틴 제국의 전차 경주
이슬람 침공과 기사단의 출현
이상적인 기사의 말
영웅 엘 시드의 말 바비에카
십자군이 가져온 오리엔트의 말
군마의 육성
농마의 등장
제8장 몽골 제국과 유라시아의 동요
유목 국가 위구르
유목 국가 시스템의 확대
칭기즈 칸과 몽골 제국
고도로 조직화된 편대
‘타타르의 평화’
마르코 폴로가 본 몽골의 말
몽골이 탄생시킨 ‘세계사’
몽골 제국의 붕괴 이후
‘남선북마’
한반도와 일본의 말
제9장 화포와 바다의 시대 ―근대 세계의 말
르네상스와 수의학에 대한 관심
말을 다루는 기술과 말의 생산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말
말이 준 충격
유럽의 군사 혁명
마차의 시대
소설 속 마차 여행
제10장 말과 스포츠
여우 사냥에서 장애물 경주까지
말 생산에 대한 열정
서러브레드의 탄생
근대 경마의 성립
세계 최강마를 향한 일념
에필로그
맺음말
참고 문헌
인용 문헌
그림 출전 ? 소장 기관 일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