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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Dec 30. 2021

일곱 개의 키워드로 본 2021년 디지털 세상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평창 스페이스 이노라이프.  올 마지막 칼럼을 쓴 아름다운 펜션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는 와중에 발생한 코로나19로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상의 대부분이 비대면 환경을 요구되면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었고 우리의 삶은 가상세계에 더 친화적으로 되었다. 나중 역사가들은 코로나19 시대를 디지털 전환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진 시대라고 서술할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코로나19는 재앙이면서 동시에 축복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올 한 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이 무엇이었는지, 내년에도 이어질 중요한 트렌드가 무엇인지 정리하는 것은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일곱 개의 키워드를 뽑아 한 해를 정리해보기로 한다. 


1. 코로나19 팬데믹 


기술 자체가 사회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하자면 기술이 사회 변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변화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분출할 때 그리고 마침 적절한 기술이 준비되어 있을 때 욕구는 기술을 수단으로 삼아 개선, 개혁 심지어 혁명까지 완수한다. 코로나는 그동안 조금씩 축적되어온 사회적 욕구를 일시에 노출시킨 거대한 계기였다.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가 코로나19로 인해 급속도로 완성되어갔다. 비대면 환경이 일상이 되었고 ICT 기업은 물론 제조업들도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 현실공간은 점점 축소되고 가상공간의 영토가 급속도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2. 메타버스가 만든 세상 


메타버스는 올 한 해 가장 관심을 끈 단어였고 트렌드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환경이 일상이 되면서 기존 가상공간과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공간을 요구하게 되었고 메타버스는 이 요구를 충족시켜줄 대안으로 떠올랐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Microsoft와 같은 대기업들은 물론 엔비디아 스냅 로블록스 에픽게임즈 같은 실리콘밸리의 중소기업들까지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가 향후 디지털 시대의 주요 사업 영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먼저 선점을 하는 기업, 메타버스를 먼저 장악한 기업이 모든 것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3. NTF


세계적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에서 JPG 파일인 디지털 아트 콜라주 '매일: 처음의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6934만 달러(한화 약 783억)에 낙찰되면서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가 새로운 디지털 상품으로 떠올랐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만든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는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해 작품의 원본을 확인시켜 준다. 복사는 가능하지만 따로 원본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입증한다. 이제 디지털에서도 아날로그와 같이 원본이 존재한다. 이후 NTF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영상, 음원 등 디지털 코드로 환원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적용되면서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4. AI 


연초 AI 이루다에서 다시 시작된 AI 윤리문제는 역설적으로 AI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AI가 하드웨어 안에 숨어있던 소프트웨어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AI는 로봇 안에서 로봇을 조종하면서 인간의 지능과 유사한 수준으로 직립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초현실적 로봇 예술가 (the world’s first ultra-realistic robot artist)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AI 미술 로봇 아이다(Ai-Da)는 자화상을 그렸고 그 자화상 세 작품이 런던 디자인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AI의 예술 참여는 이제 AI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영역, 과학기술은 물론 의학과 경제 영역 등에서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 가상화폐 


비트코인에서 시작된 가상화폐의 열풍은 이제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해외에서는 가상화폐가 법적 자산으로 인정된 지 오래되었지만 한국에서는 금년 11월 대법원에서 비트코인을 가상 자산의 일종으로 인정하면서 법적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물론 대법원 결정 이전에 이미 한국사회는 가상화폐 거래가 주식거래만큼 일반화되었다. 거래소가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투자하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사회적 불평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 부동산 폭등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큰 젊은 세대가 가상화폐 시장에 몰려들었다. 이런 사회적 광풍이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날지 또는 기존의 법정화폐를 대체하거나 또는 유의미한 보완재로 작용할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디지털 전환의 주요 요소로 작용될 가능성은 커 보인다. 


6. 가상인간


가상인간 로지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수익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가상인간의 탄생이 이어지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증강현실, 네트워크, 렌더링 기술의 발달로 만들어진 가상인간은 실제 인물과 별 차이가 없다. 사전 정보가 없다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SM 엔터테인먼트가 만든 걸그룹 에스파는 4인의 실제 아이돌과 4인의 가상 아이돌로 구성되어 있다. LG 전자가 만든 가상인간 김래아는 2021년 CES 콘퍼런스에서 온라인 PT를 했다. 루시는 롯데홈쇼핑의 가상호스트로 활동하고 있고 가상 아이돌 다인의 데뷔곡 노필터(No filter) 뮤직비디어는 공개 5일 만에 조회수 90만이 넘었다. 호모사피엔스가 호모비르투알리스(Homo Virtualis)와 공존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7. 혁신과 규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수용되면 기존 제도와 법은 당연히 반발하게 된다. 경제적 이익이 축소되고 결국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기존 아날로그 기술이 구축해 놓은 만리장성을 붕괴시키면서 혁신과 규제 사이에 전쟁이 본격화된 한 해였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진료 확대와 의료계의 반발, 변리사협회가 선행기술 조사업체 윕스를 변리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직방과 공인중개사협회 사이의 갈등, 세무 회계 플랫폼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이 한국세무사고시회로부터 고소당한 일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런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고 필요하다.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 갈등을 최소화해서 미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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