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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an 21. 2022

이제 가상공간에서 땅부자 되세요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이미지 출처 :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 트윈코리아 홈페이지 


실제 서울을 메타버스 안에서 그대로 재현하여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부동산 플랫폼 ‘세컨서울’의 베타서비스가 론칭한 지 하루 만에 종료됐다. 처음 예상과 달리 이용자가 폭주하여 서버가 감당하지 못해 일어난 현상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서울은 서울을 수만 개의 타일로 나누어 사람들이 쉽게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세컨서울은 베타서비스를 종료하고 바로 정식 서비스 론칭을 위해 개발팀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전국 단위 메타버스 기반 부동산 플랫폼 '트윈코리아'도 폭발적 인기 속에 서울지역 사전청약 개시 9시간 만에 완판에 성공했다. 특히 핵심 도심지역은 청약 개시 1분도 안 되어 마감됐다. 신사-가로수길은 11초 만에, 강남역은 17초 만에 청약이 마감됐다. 


이런 현상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 메타버스 플랫폼 샌드박스 안에 위치한 가상 부동산이 430만 달러(약 51억 원)에 거래됐다. 지금까지 거래된 가상부동산 거래액 중 최고 기록이다. 캐나다의 가상 자산 투자회사 토큰스닷컴의 자회사인 메타버스그룹은 가상 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디센트럴랜드의 디지털 상가를 약 28억 원에 사들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토큰스닷컴의 앤드루 키구엘 CEO가 메타버스 부동산 투자는 250년 전 맨해튼 개발 초기에 땅이나 건물을 사들였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도했다. 메타버스 속 가상부동산 거래는 계속되고 있고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상부동산 거래는 이제 현실세계와 가상공간 사이에 남아 있는 마지막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부동산은 Real estate, 즉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집, 토지, 건물 등을 의미했고 특정한 지역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유일성을 전제로 거래됐다. 현실 공간에서의 부동산은 화폐와 달리 계속 찍어낼 수 없어 한번 소유한 사람은 부동산으로 인한 혜택을 계속 독점적으로 향유하게 된다. 실제로 존재하는 부동산의 이런 속성 때문에 그동안 가상공간의 부동산이라는 개념은 허구적으로만 존재해왔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은 결국 가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디지털 네트워크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이 현실 세계로 깊숙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부동산을 선점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사람들이 법정 화폐를 지불하면서 실제 부동산이 아닌 가상공간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건물이나 가상의 토지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죽어 하늘나라에 살기 위해 교회에 돈을 바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수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는 동경과 위도가 만나는 곳, GPS로 좌표를 찍을 수 있는 것, 행정처리를 위해 법적 주소가 있는 곳이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공간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공간은 물리적 위치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그곳이 바로 공간이 된다. 그 공간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물론 이런 공간은 메타버스 이전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SNS는 그 한 사례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만든 가상공간에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를 누른다. 가상공간에서 만나 교제를 하고 논쟁을 하고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이 공간은 평면적 가상공간이다. 아이디로만 자신을 드러내고 등장과 사라짐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사람들이 모이긴 하지만 파편화된 개인들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다.


메타버스는 SNS가 만든 평면적 가상공간과 달리 입체적 가상공간을 의미한다. 입체적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은 아이디가 아닌 아바타로 또는 실물과 유사한 형태로 존재한다. 실제 환경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든 가상공간이지만 사람들은 또 다른 자신을 그 공간에 보내 그 공간에서 구체적으로 활동하게 한다. 쇼핑을 하고, 수업을 듣고, 공연을 보고, 땅을 사고팔고, 미래의 비즈니스를 구상한다.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기도 한다. 또는 사람들이 많이 올 수 있게 자신의 사무실을, 카페를 만들기도 한다. 교제와 비즈니스를 위해 자신의 공간을 구한다. 건물을 구하고 땅을 산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공간이라면 그리고 그곳에서 비즈니스가 이루어진다면 굳이 물리적 공간일 필요는 없다. 메타버스가 만든 입체적 가상공간은 이런 사실을 새삼 우리에게 각인시켜주고 있다. 메타버스 안 가상부동산을 선점하려는 이유와 현실 세계의 좋은 아파트를 소유하려는 이유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즐겨 찾는 곳, 선호하는 곳이라면 그곳을 소유하기 위한 투자는 당연하다. 이런 가상부동산 시장이 이제 열리고 있다. 그 시장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유도할 것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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