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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Feb 04. 2022

세무사협회에 고발당한 AI의 미래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펜션 스페이스 이노라이프 강원도 펑창. 


 변호사, 변리사. 의사, 부동산 중개사, 감정평가사 등 전문가들이 속해 있는 조직과 오랜 싸움을 벌이고 있는 AI가 이번에는 세무사 조직으로부터 고발당했다. 한국세무사회와 한국세무사고시회는 AI 기술 기반의 세무 플랫폼 ‘삼 쩜 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자비스 앤빌 런즈’를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삼 쩜 삼은 AI를 이용해 일반인이 하기 어려운 세무 신고 업무를 처리해주는 서비스다. 세금 환급까지 받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개인사업자들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솔루션이다. 마침 배달과 택배 등 개인사업자가 늘면서 세무 관련 수요가 늘기 시작했고 삼 쩜 삼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세무사 관련 두 기관이 고발을 한 것이다. 


 고발의 주요 요지는 AI가 세무사만 할 수 있는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세무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환급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 등은 일종의 대리업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세무사법에 의하면 세무사 자격이 없으면서 세무대리를 한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처 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자비스 앤빌 런즈의 입장은 삼 쩜 삼 하는 일이 대리업무가 아니라 일종의 지원업무라는 것이다. 세무사들도 잘 알기 어려운 세금 관련 법령이나 실제 사례들을 AI가 분석해서 알려주는 것은 대리업무가 아니라 일반적 세무 서비스라는 것이다. 


 둘 사이의 갈등은 사법의 영역으로 넘어갔지만 어떤 결정이 나오든 둘 다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법 체제와 새로운 질서 사이의 갈등이기 때문이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법령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전문직들과 스타트업의 갈등은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진행 중에 있다. 물론 직종별 차이는 존재한다. 변호사와 변리사, 세무사와 같이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전문직의 경우와 의사와 같이 인간의 생명이라는 특수 분야를 다루는 직종의 경우에는 비교적 기존 법체제가 어느 정도 보호막이 되고 있다. 반면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법적 보호막이 없는 직종의 경우에는 이미 AI가 점령한 지 오래되었다. 


 대출상담이나 주식투자와 같은 업무도 한 때는 전문직이 수행하는 전문 업무였다.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국가 면허나 자격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해당 기관에서 실시하는 소정의 교육을 받고 일정한 자격이 되어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개인들도 이런 과정을 인정했다. 복잡한 전문 용어를 알기 어려웠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주식 시장의 경우에는 전문가의 조언 없이는 손해 볼 가능성이 더 컸기 때문에 전문가에 대한 신뢰는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에 이런 업무들은 모두 AI에게 넘어갔다. 전문직보다 더 전문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사람 대신 AI를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갈등은 아직도 법적 보호막이 있는 전문직종에서 계속 일어난다. 그러나 세무사법 같이 전문직종 관련 법령의 주요 목적은 특정 직종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무자격자의 남발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세무사법 제1조 2항에는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게 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을 세무사의 사명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납세자 즉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세무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즉 세무사법 제정 당시에는 세무사라는 전문직을 통해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솔루션이었던 것이다. 


 만약 세무사를 통하지 않고도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법이 아니라 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제정된 법령은 쉽게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전문직종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조직을 만들어 현행법의 유지와 조직의 발전을 동일한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필요하다면 고소와 고발뿐 아니라 물리적 시위, 우호적 여론 조성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다한다. 갈등은 점점 커지고 사회적 비용 역시 증가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불가피할 뿐 아니라 생산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어느 솔루션이 납세자들에게 또는 국민 모두에게 더 이익이 되느냐 하는 논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AI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AI 가 더 이익이 된다고 미리 예측하고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AI기업들은 고소나 고발당했을 때 일차적 방어 논리로 AI 설루션이 현행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법과 기술 중 기술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더 많이 봉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신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은 이런 논리를 실질적인 데이터와 예측 가능한 경제적 효과 등으로 입증하고 있다. 역사적 맥락에서 봤을 때 이런 싸움의 최종 승자는 언제나 신기술이었다.


사진.  강원도 평창에 있는 펜션. 스페이스 이노라이프.  위 글을 쓴 곳.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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