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김잔디 지음
지난 2년 사이에 우리 사회를 둘로 갈라놓았던 두 개의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조국사태고 다른 하나는 박원순 사건이다. 조국사태는 정경심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로 일단락된 듯싶었는데 검찰과 법원을 불신하고 검찰개혁, 사법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박원순 사건은 본인의 자살로 정리되는가 싶었는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그 후 일어난 일련의 후속 사태에 의해 계속 지속되었다가 지금은 사실상 거의 잊힌 사건이 되었다.
조국 사태의 경우 진보와 보수 사이의 극렬한 갈등 관계 속에서 진행되었고 그런 까닭에 각기 두 진영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어느 한 진영에 속해 있다면 조금도 외롭거나 불행하지 않았다. 서초동에 가거나 광화문에 가면 자기편 동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가상공간도 마찬가지다. 반대편만큼 자기 진영 사람들이 많은 SNS 내 공간이 많아 편하게 글을 쓰거나 좋아요를 누를 수 있었다. 때문에 조국 사태는 지금까지 진영 간 투쟁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적절한 세력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고 사태의 본질과 관련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박원순 사건의 경우 조국 사태와 다른 의미에서 우리 사회를 둘로 분열시켰지만 진영 간의 싸움이 아니라 가해자 진영과 피해자 간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조국사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가해자 진영에서 봤을 때는 피해자를 도와주는 변호사들과 일부 여성 단체, 일부 진보 인사들을 하나로 묶어 피해자 진영이라고 규정하겠지만 이 쪽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그리고 본성적으로 진영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라 가해자 진영과는 근본적으로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박원순 사건의 피해자가 최근까지 사건의 경과와 그 시간 동안 겪었던 일들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솔직하게 기록한 육성 증언이다. 읽으면서 계속 피해자에 대한 연민, 피해자가 겪은 고통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떠나지 않았지만 그런 감정 외에 소위 진보 진영이 보여준 그 몰염치에 대한 참담함이 더욱 가슴을 짓눌렀다. 인간 누구에게나 있는 그 나약함 때문에 실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정말 어렵겠지만 그래도 사실이 확인되는 과정에서 과오를 인정할 수는 없었을까. 그 사람이 결코 그럴 리가 없어, 에서부터 여기서 지면 진보진영이 몰락할 수밖에 없어, 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인간에 대한,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안중에도 없고 남은 것은 진영의 이해관계뿐이 없는 것 같다. 이건 이념의 진영이 아니라 천박한 이익 공동체일 뿐이다.
그만 쓰자. 답답하다.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