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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Apr 14. 2022

변호사협회와 디지털 로펌의 대결, 소비자의 선택은?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출처 : pixabay.com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나의 변호사'라는 온라인 법률 서비스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발표했다. 변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나의 변호사'의 개설 목적이 "공신력 있는 변호사 정보와 업무사례를 국민에게 제공하여 자신의 사건에 적합한 법률대리인을 선정할 수 있도록 조력" 하는 것과 “변호사 회원들에게는 자신을 널리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 올바른 수임 질서와 법조 문화를 확립·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보도자료에서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은 이런 일반적 내용이 아니라 다음 표현이다. ‘나의 변호사’로 인해 “플랫폼 자본주의로 인한 각종 폐단이 법률시장에 침투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플랫폼 자본주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추가 설명이나 해석은 없지만 위 내용을 기사화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동안 변협과 갈등을 빚어온 민간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lawtalk.co.kr)을 빗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종의 디지털 로펌이라고 할 수 있는 로톡은 서비스 개시 이후 지금까지 계속 변협과 갈등을 빚고 있다. 변협은 로톡이 변호사법 34조와 109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법 34조는 변호사가 아닌 자와는 사실상 모든 종류의 법률 서비스 동업을 금지하고 있어 변호사가 아닌 로톡과 동업하고 있는 모든 변호사는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법 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 금품 등을 받고 법률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변협은 로톡이 운영하고 있는 ‘형량 예측 서비스’가 일종의 법률상담이라서 109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런 변협의 주장에 대해 로톡은 반발하고 있다. 변협과 로톡의 갈등은 경찰로 넘어갔고 경찰은 일단 로톡의 손을 들어줬다. 경찰은 로톡이 받는 광고비가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중개·알선료인지, 로톡이 특정 변호사를 소개하고 있는지, 형량 예측 서비스가 변호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업무인지를 수사했고 모두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경찰의 무혐의 판정은 지난해 8월 법무부가 서울경찰청에 보낸 유권해석에 영향을 받았다. 당시 법무부는 ‘로톡 운영방식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서울경찰청 · 공정거래위원회 · 헌법재판소 등 관계 기관들에 전달했다. 또 법무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에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이 불법이 아니라는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여기에서 나아가 로톡과 같은 리걸테크 서비스의 부드러운 정착을 위해 “변호사 검색 플랫폼이 변호사 제도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고, 국민의 사법적 접근성을 재고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라는 입장도 인수위에 전달했다. 



 변협의  ‘나의 변호사’ 온라인 법률 서비스는 이런 상황에서 등장했다. ‘나의 변호사’는 리걸테크 로톡과의 법적 논쟁에서 패배한 변협이 선택할 수 있는 솔루션 중 하나다. 그러나 실제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 ‘나의 변호사’가 로톡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변협은 글자 그대로 소속 변호사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이익 단체다. 대외적으로는 대국민 법률서비스 향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속 변호사들의 현실적 이익이 먼저다. 만약 둘의 이익이 충돌한다면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경우는 모든 이익 단체에 해당되는 것이라서 특별히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서비스의 품질이다. 서비스가 좋다면 누가 만들어 운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의 변호사’와 로톡의 내용을 살펴보면 둘의 서비스는 분명 차이가 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나의 변호사’는 일종의 게이트웨이(Gateway)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를 특정 네트워크에서 다른 네트워크로 옮기기 위해서는 프로토콜 변환 등이 필요하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게이트웨이다. 반면 로톡은 플랫폼(Platform)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개방적이다. 누구라도 플랫폼에 들어올 수 있고 어떤 콘텐츠라도 올려놓을 수 있다. 플랫폼은 누가 어떤 콘텐츠를 갖고 왔는지 물어보지 않고 전부 수용한다. 



 시장에서 어떤 솔루션이 더 많은 관심을 받을지 분명해 보인다. 변협의 ‘나의 변호사’라는 게이트웨이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6월  ‘변호사 중개센터’라는 법률 서비스 사이트를 개설했다가 이용률 저조로 운영을 중단했던 경험이 있다. 비단 변협의 ‘나의 변호사’뿐만이 아니다. 공인중개사협회가 만든 ‘한방’과 대한숙박업중앙회가 만든 ‘원픽’ 등도 취지와 달리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다들 플랫폼을 표방하고 시작했지만 결국 게이트웨이가 되고 말았다. 플랫폼은 게이트웨이와 달리 단순 중계가 아니다. 플랫폼은 특정 집단이 아닌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참가자 전원에게 가치를 제공한다.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다. 



김홍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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