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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Apr 27. 2022

문송합니다... 문과생들의 한숨소리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최근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카카오가 더 이상 문과생 인턴을 뽑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의 기사다. 카카오는 지난 2년 동안 문과생 인턴을 선발했는데 이제 문과생 인턴 모집은 중단하고 테크 분야 인턴만 뽑기로 발표했다. 최근 개발자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개발이 가능한 인력 위주로 재편성하겠다는 것이다. 2년 전 카카오는 문과생 인턴을 뽑기로 하면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인문학적 사고방식을 갖춘 인재,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끈질기게 매달려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을 뽑고 싶은 기대가 있다”라고 했는데 그 기대가 불과 2년 만에 사라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갈 곳이 적은 문과생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힘들게 대학을 졸업하고도 이력서 낼 만한 곳이 제대로 없는 문과생들의 처지를 비관적으로 표현한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조소적 문장이 일상화된지도 오래되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제 문과 졸업생을 더 이상 뽑지 않거나 예정 채용 인원을 최소화하고 있다. 십수 년 전부터 계속된 이런 현상이 최근 들어와 더 심해지고 있다. 당연히 대학들도 문과생들의 취업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취업을 위해 문과생들에게 별도의 교과과정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코딩 교육 등 컴퓨터 관련 기본 교육을 개설하는 대학이 계속 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전공 상관없이 코딩 교육 등을 졸업을 위한 필수 교양 과목으로 배정한 대학도 생겨나고 있다. 세종대의 경우 예체능 계열 포함 전공과 상관없이 파이썬 등 코딩 교육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최소 6학점을 이수해야 졸업 요건을 갖출 수 있다. 전교생에게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는 대학은 세종대가 국내 처음이다. 성균관대는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2021 입학생부터 컴퓨팅 사고와 소프트웨어(SW) 코딩, 문제 해결과 알고리즘, 인공지능(AI) 기초와 활용, 데이터 분석 기초 등 SW·AI 관련 과목 4개를 수강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전공을 따지지 않고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는 대학이 50곳이 넘는다. 



 대학의 이런 변신은 일차적으로 문과생들의 취업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취업이 용이한 공대생들의 경우 학부 과정에서 컴퓨터 관련 과목을 수강하기 때문에 취업에 유리하지만 문과생들의 경우 컴퓨터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 기업에서 필요한 요건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 또한 대학 존립 근거의 하나라서 대학은 문과생들의 사회 진출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러나 대학 변신의 더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대학 자체의 변신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는 것을 대학이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기존의 대학 전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고 있다. 특히 문과의 경우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전공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문과 전공 대부분이 취업 시장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학, 역사, 철학 등 전통적 인문학의 경우 사회적 수요가 소멸된 지 오래되었고 인기 있던 전공들도 이제 서서히 그 유효기간이 끝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권에서는 더 이상 경제학, 경영학, 법학 등의 전공자를 뽑지 않는다. 은행은 한때 문과 취업의 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디지털 전환에 맞춰 IT 인력 채용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 업무의 대부분을 AI가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문과생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더 필요하다. 



 이제 대학은 이런 시대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인문학을 배워야만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가능하고 그 바탕 위에서 실질적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대학의 인문학 교과과정 역시 하나의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근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서구의 과학기술과 근대 자본주의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소양을 갖춘 교양인이 필요했고 교양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서구에 대한 독해 능력이었다. 모국어와 외국어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서구를 이해하면서 근대적 학문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현재 대학 문과생 전공과목들이다. 



 이과에 대한 문과의 상대적 우월의식은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서구에 대한 종합적 이해는 언어에 더 자유로운 문과생들이 잘할 것이라는 의식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 글로벌화된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는 외국어에 대한 이해 대신 컴퓨터 랭귀지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 문과생들이 배웠던 교과과정은 이제 보편적 지식이 되었다. 평생 공부를 할 사람들에게는 필요하겠지만 졸업 후 취업을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미 적절하지 않게 되었다. 글로벌화된 디지털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컴퓨터 랭귀지다. 이 언어를 배워야만 세상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이해를 해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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