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시대 : 20세기 역사 -상 에릭 홉스봄
오래전, 박사 준비 하던 20년 전쯤, 한길사에서 나온 홉스봄 3부작 -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을 잘 읽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내용이 생각 안 나지만 당시 완독 후, 정말 근사한 책이구나 했다. 누구 말대로 사고가 한층 더 깊어진 것 같았다. 이후로 홉스봄의 다른 책들도 몇 권 읽었다. 그중 기억나는 책이 '만들어진 전통'이다. 이 책은 일부 내용은 지금도 기억나고 가끔 술자리에서 써먹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신문인지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 서평이 게재된 것을 보고 오래전 좋은 기억이 떠올라 사서 보기로 했다. 사서 바로 읽으면 좋은데 이런저런 일이 생겨 보다말다를 거듭하다가 최근 다시 읽기로 하고 한 장 한 장 넘기려는데 도통 진도가 안 나간다. 재미도 없고 왜 읽어야 하는지 동기 부여도 되지 않는다.
홉스봄은 그 때나 지금이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읽는 내가 변했다. 식성이 바뀐 것이다. 이제는 홉스봄이나 월러스틴 같은 저자들의 책이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다 보니 읽히지가 않는다. 아, 뭐든 때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대학생 때 도스토옙스키를 경이롭게 읽었는데 40대 때 읽은 도스토옙스키는 그때 나에게 감명을 준 그 작가가 아니었다. 홉스봄이 그랬다.
억지로 다 읽으려다가 포기하고 반 정도 읽은 상태에서 대충 읽고 마감했다. 그냥 끝내기에는 좀 아쉬어서 읽다가 언더라인 한 몇 문장 적어둔다.
나치 독일 역시 핵물리학의 성과를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없었다면, 원자폭탄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 확실하며. 74
자유주의가 후퇴한 20년 동안에, 자유민주주의라고 불러도 무리 없을 체제는 단 하나도 좌파에 의해서 전복되지 않았다. 위협은 우파로부터만 나왔다. 160
반유태주의는 1938년 이전의 무솔리니 운동에는 전혀 없었던 것이고 사실상 통일 이래 이탈리아 역사에 전혀 없었던 것이었다. 166
파시스트 운동들이 호소한 과거는 인공물이었고, 그들의 전통은 발명된 것이었다. 히틀러의 인종주의조차, 끊기지 않고 섞이지 않는 혈통에 대한 자부심이 아니라 - 중략- 19세기말의 후기 다윈주의적 잡동사니였다. 169
민족주의라는 말 자체가 바로 1890년대에, 새로 부상한 이들 반동의 대변인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173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급진적 우파가 부상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일반적으로는, 위험물이자 사실상 현실이었던 사회혁명과 노동계급의 힘에 대한 대응이었고, 특수하게는 10월 혁명과 레닌주의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러한 것들이 없었다면 파시즘도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19세기말 이래 수많은 유럽 국가들에서 선동적인 극우파는 정치적으로 시끄럽고 공격적인 존재였지만, 1914년 이전에는 거의 예외 없이 통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만큼, 레닌이 무솔리니와 히틀러를 낳았다는 파시즘 변호자들의 주장은 아마 옳을 것이다. 178
대공황이 없었더라면 파시즘이 세계사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이 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렇게 될 수 없었을 것이다. 186
그러나 유럽 파시즘이 제국적인 민족적 사명을 가진 동양적 봉건제가 될 수는 없었다. 파시즘이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와 보통사람의 시대에 속했던 번면, 새로운 목표, 사실상 혁명적이라고 했던 목표를 위해서, 스스로에 의해 선택된 지도자 밑으로 대중을 동원하는 '운동'이라는 개념자체가 히로히토의 일본에서는 전혀 뜻이 통하지 않았다. 히틀러보다는 프로이센의 군대와 전통이 일본인들의 세계관에 더 잘 합치되었다. 요컨대 일본은 독일의 국가사회주의와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파시스트 체제가 아니었다. 190
미국인들은 소련과 독일 사이에 전쟁이 터진다면 누가 이기기를 원하느냐는 1939년 1월의 질문에 83%가 소련의 승리를 택했다. 204
몇 문장 옮기다 보니 문득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ㅎㅎ
홉스봄뿐 아니라, 이데올로기는 이제 주 된 관심사가 아닌 것 같다. 그런 시대도 아닌 것 같고, 그럴 나이도 아닌 것 같다. 굿바이 홉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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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20세기 - 개관
제1부 파국의 시대
1. 총력전의 시대
2. 세계혁명
3. 경제적 심연 속으로
4. 자유주의의 몰락
5. 공동의 적에 대항하여
6. 1914-45년의 예술
7. 제국들의 종식
제2부 황금시대
1. 냉전
2. 황금시대
하권
3. 사회혁명―1945-90년
4. 문화혁명
5. 제3세계
6. '현실사회주의'
제3부 산사태
7. 위기의 몇십 년
8. 제3세계와 혁명
9. 사회주의의 종식
10. 전위예술의 사멸―1950년 이후의 예술
11. 마법사와 도제―자연과학
12. 새로운 천년기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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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극단의 시대] 소개 글이다.
《극단의 시대: 단기 20세기, 1914-1991》는 에릭 홉스봄의 1994년 책이다. 홉스봄은 이 책에서 국가사회주의, 자본주의와 민족주의의 실패를 살펴보며, 예술의 진보와 사회의 변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으로 본 20세기 역사를 개괄한다.
홉스봄은 《극단의 시대》에서 제1차 세계 대전이 시작되고 소비에트 블록(Soviet bloc)이 몰락하기까지의 기간을 "단기 20세기(the short twentieth century)"라고 호칭한다. 이는 그의 다른 저작에서 프랑스혁명과 산업 혁명의 시기부터 제1차 세계 대전까지의 기간을 "장기 19세기(the long 19th century)"라고 부른 것과 대비를 이룬다.
미국에서 이 책은 A History of the World, 1914–1991 (ISBN 978-0-679-73005-7)이라는 부제로 출간되었다. 책은 영국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으며, 30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