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최근 일본에서 AI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 두 개가 보도됐다. 하나는 술자리에서 고객에게 말동무가 되는 'AI 비서'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직원들의 인사, 표정, 어조, 인사 톤 등을 분석하여 고객서비스 태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기업에서 도입했다는 보도 내용이다. 둘 다 아직 국내에서는 시도 안 된 서비스라서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궁금한 것은, 처음 선보인 이런 서비스들이 확산되어 많은 주점과 기업에서 채택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고, 그다음에는 이 두 서비스가 국내에도 도입될 수 있을까 또는 도입되어 많은 주점과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AI 비서' 서비스는 일본 게이트박스(Gatebox)와 다루마 재팬(Daruma Japan)이 공동 개발했다. 다루마 재팬에 따르면 'AI 비서'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수용될 수 있는 기술적 물리적 환경은 이미 구축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요인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첫째, 멀티모달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GPT-4o의 출현으로 테이블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챗봇 기술 발달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며 셋째,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테이블오더 등이 일상화되면서 테이블에 추가 태블릿을 두는 것에 대한 저항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술자리 AI 비서 (이미지 출처=유튜브 채널 Gatebox)
'미스터 스마일(Mr Smile)'로 명명된 미소 평가 AI 시스템은 일본 회사 인스타VR(InstaVR)이 개발한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직원들의 태도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450개 이상의 얼굴 특징을 파악해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일본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이온(Aeon)은 지난 1일 일본 전역의 240개 매장에 '미스터 스마일'을 도입했다. 이온은 시스템 본격 도입 이전에 8개 매장 약 3,400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AI 시스템을 시범 운영했고, 3개월 테스트 동안 직원들의 서비스 태도가 1.6배까지 향상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테스트 결과에 만족했고 이런 결과가 모든 매장으로 확산되어 고객서비스 품질이 향상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두 시스템의 공통점은 우선 기업 대표의 과감한 결단으로 추진되었다는 것이고 그 배경에는 둘 다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한 솔루션이라는 사실이다. AI 비서의 경우 코로나와 관계없이 혼술 혼밥이 일상화된 일본 사회에서는 도입해 볼 만한 솔루션이다. 식당 같은 곳에서는 도입하기 쉽지 않겠지만, 술집과 같이 어느 정도 높은 매출이 예상되는 곳에서는 혼술 하는 고객에게 취향에 맞는 AI 비서를 배정해 준다면 매출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미스터 스마일 경우도 일본식 친절 문화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외부에서 볼 때는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일본식 친절 문화는 일본 내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다시 질문을 해보자. 우선 이 두 시스템이 일본에서 확산될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부 매장 또는 기업에서는 채택될 수 있겠지만 많은 기업이 채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두 솔루션은 주문형 키오스크나 테이블오더처럼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 차원에서 선택됐기 때문에 매출 결과 또는 고객서비스 향상 정도에 따라 변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성공한다고 해서 다른 기업들이 이 솔루션을 채택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선택지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한번 설치되어 운영되기 시작한 주문형 키오스크나 테이블오더의 경우는 다르다. 이미 대부분의 매장에서 인건비 절감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에 취소하고 다시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소 평가 AI 시스템 (사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갈무리)
두 번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 솔루션들이 국내에 도입될 가능성이 있을까. 일단 부정적으로 보인다. 술자리 AI 비서의 경우 한국과 일본의 음주문화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에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혼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술자리는 사교활동의 한 부분이다. 대화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강화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문화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들어설 입지가 매우 좁다. 미스터 스마일의 경우도 유사하다. 일본식 친절 문화와는 다른 한국적 상황에서 AI가 직원들 표정을 분석하는 것에 동의하는 직원, 직원단체 그리고 노동조합들은 없다고 봐야 한다.
위 두 사례는 기술의 결과물들이 사회적으로 수용되어 보편적 도구로 활용되느냐를 판단할 때 주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기술의 결과물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필요한 보편 문제들을 – 예를 들어, 교통 체증 문제를 해결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복잡한 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빅데이터 기술 등 - 해결할 수 있거나,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 등 경제적 이점을 모두에게 제공할 때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사회적 신뢰와 윤리적 고려가 동반되어야 한다. AI비서와 미스터 스마일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기술의 결과물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보편적 효용성이 확인될 때 가능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