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스토리텔링의 차이

해양실크로드 문명사

Dec 17. 2024

국내 학자가 저술한 책의 서평을 읽다가 저자의 노고가 느껴지면 구매해서 다 읽어보려고 노력한다. 조금이라도 후원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이 책도 그런 마음에서 구매했다. 물론 실크로드는 육지이든 바다이든 흥미 있는 테마다. 그러나 오래전 읽었던 정수일이나 김호동의 책에서 별반 지적 자극을 못 느껴 실크로드는 그저 호기심 상자에 놓아두고만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그 호기심이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읽을수록 지루하기만 했다. 별 재미가 없다.

나 같은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무슨 정보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스토리텔링을 듣고 싶었는데 계속 지루하게 정보와 데이터만 나열한다. 나중, 이 분야로 석박사 논문이나 학술논문을 쓸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1,2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재미없게 읽는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이 책 읽으면서 김정운의 창조적 시선이 계속 생각났다. 김정운은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풀어낸다. 나중 독자는 바우하우스가 아니라 김정운의 이야기만 기억하게 된다.

저자 서문에 이런 말이 있다.

이 책 역시 해양문명을 바라보는 저의 서사입니다. 어느 문명사 서술이나 관건은 시공간 문제입니다. 시간과 공간 맥락은 분리불가이며, 장기와 단기 지속을 교차하며 이어집니다. 독자들은 이 책 곳곳에서 시간과 공간축을 애써 결합하려는 저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행히도 나는 저자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했다. 그러나 더 이상 노력해도 결과는 같을 것 같아 책의 2/3정도 읽다가 그만 끝내기로 했다.

읽다가 언더라인한 몇 문장 기념삼아 옮겨 놓는다.

시기를 달리하면서 메소포타미아 남부에서 등장한 이들 문명(우르크 문명)은 본질적으로 농업에 토대를 두었지만 일관되게 '상업문명'이기도 했다. 27

1799년 나폴레옹이 발견한 로제타석 비문은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민중문자, 그리스 문자가 병렬로 새겨져 있을 정도로 그 지역에서는 다중 언어가 요구됐다. 83

페르시아어는 중국어, 몽골어와 함께 원왕조의 공식 언어 중 하나였다. 183

기록과 스토리텔링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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