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나라를 원하십니까

심문실의 한국전쟁. 모니카 김

by 김홍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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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호평한 어느 페친의 포스팅을 봤다. 신문사 서평도 봤다. 꽤 읽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오래전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과 박명림의 한국 전쟁의 발발과 기원 ‘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모르고 있던, 한국전쟁에 관한 무엇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없었다. 처음 한두 챕터는 열심히 읽었다. 계속 읽을수록 “이 책을 다 읽어야 하나?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아니다. 내 관심이 이런 분야에서 완전히 멀어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는 이야기다. 한겨레 서평을 보자.


지은이는 이런 심문 구조를 한국전쟁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신성 제국의 전 지구적 통치 전략으로 해석한다. 미국은 ‘반공 포로’의 선택을 ‘자유의사’로 포장하면서 새로운 주권 담론을 구축하려 했다. 포로 심문은 미군 정보장교들이 주도했지만, 심문 대상은 북한군과 중국군뿐 아니라 적인지 아닌지 애매한 민간인들까지 포함됐다. 심문실은 인권을 정치적으로 구성하고 배분하는 권력의 현장이었다.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근대 자유주의적 주체 모델은 그렇게 심문실에서 강압적으로 복제됐다.


미국(미군)은 포로로 잡힌 북한군과 중국군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원적지 송환 원칙이라는 제네바 협약을 ‘무시’하고 ‘자원 송환’을 주장하면서 포로 개개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심문실을 일종의 제국 프로파간다의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저자는 오랜 기간 공개되지 못한 자료를 찾아 분석해,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그러나, 제네바 협약은 유럽 안에서 벌어진 국가 간 전쟁 후에 채택된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한반도에서 벌어진 극심한 이데올로기 전쟁은 제네바 협약 체결 당시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나의 협약을 전혀 다른 전쟁에 적용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미국(미군)이 자원 송환을 주장하면서 포로 개개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행위에 특별히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결론 부분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종류의 정치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 세계 정치를 형성하고 있는 오늘날의 전쟁 패러다임에 도전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미국이라는 제국이 스스로를 목적론적 종착지로 간주한다면, 미 제국의 전쟁은 불가피하게 폭력적인 형태를 띨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 416


결론이 너무 거창하다. 미국만 그럴까. 전쟁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어느 나라든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심문실에서 미 제국으로 연결시킨 것은 지나쳐 보인다.


읽다가 언더라인한 문장 몇 개 옮겨놓는다.


트루먼 정부는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종류의 심문실 – 즉, 송환 여부를 심사하는 심문실- 을 발명했다. – 중략 – 미군이 발명한 심문실은 전체주의적 [억압적] 힘이 아니라 개인의 욕망이 발현되는 “자유 의지”의 공간이 될 것이었다. 131


미국은 ‘개인’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북한이 주장하는 [자국민에 대한] 주권을 본질적으로 ‘부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245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350명의 사회주의자들이 봉기를 일으켰다. 272


사회주의자, 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전쟁포로 오세희가 수용되어 있던 수용동은 연극 공연이 유명했다. 피로 얼룩진 칼, 서울에서의 하루, 박 씨의 서울 방문, 친애하는 자유의 땅 등 329


거제도 수용소에서도 연극 공연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미군 조사위원회가 보기에, 수용소에서 비공식적인 KKK를 조직한 남성들은 그들의 주체성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366


KKK는 어디에서든 존재하는구나.


++


목차


서문 전쟁과 인간성 11


1부. 전쟁의 요소들

1장. 심문 45

2장. 전쟁 포로 99

3장. 심문관 149


2부. 인간성을 심문하다

4장. 거제도: 반란 또는 혁명 205

5장. 38선 남쪽에서: 철조망과 혈서 사이 251

6장. 38선에서: 제3의 선택 305

7장. 38선 북쪽에서: 미국 시민-전쟁 포로 351


결론 전쟁의 디아스포라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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