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에 관한 감정사회학적 분석

도둑맞은 자부심, 새로운 우파의 탄생

by 김홍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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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미국 켄터키 주 파이크빌 이야기다. 미국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이크 카운티의 유권자들은 루스벨트와 케네디, 빌 클린턴에게 표를 던진 민주당 지지자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카운티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공화당 지지로 기울고 있는 다섯 개 카운티 중 하나가 됐다. 18


먹고 살만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평화로운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단일 산업에 의존해 온 이 카운티에서 석탄의 수요는 1990년대까지 꾸준히 늘다가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석탄이 미국 전력 생산의 52%를 담당했지만 2024년 초 그 비율은 16%로 떨어졌다. 아울러 석탄 산업에도 자동화 바람이 불어닥쳤다. 71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노동자들을 민주당과 연결해 주던 노동조합들도 거의 사라졌다. 먹고 살기가 팍팍해졌다.


백인 중산층의 이상, 아메리칸드림이 붕괴되면서 자부심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상실감과 수치심이 찾아왔다. 일부는 약물중독이 되었고, 일부는 외부에다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때 찾아온 것이 트럼프였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트럼프는 존재감이 큰 사람이에요. 자기가 중요하다고 느끼려면 목소리를 내야 하죠. 그런데 그게 좋은 점이에요. 우리에겐 큰 마이크가 필요하니까요. 많은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를 자기중심적 나르시시스트라고 보는데, 맞아요. 하지만 그가 우리를 대변해 출마한다면 그건 우리에게 유리한 일이잖아요” 306


자부심을 도둑맞은 카운티 주민들에게 메시아가 필요했다. 메시아는 주류 언론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단 트럼프였다.


주류 미디어에서는 여성, 훅인, 성소수자의 자부심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떤 사람에게는 반가운 변화였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상실감을 넘어 지워지고 대체된다는 느낌을 더해줄 뿐이었다. 256


게다가 보수주의자들은 진보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더 ‘인간적’ 이다.


흥미롭게도 진보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가 보수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보다 정치적 견해 차이를 처음 감지했을 때 관계를 단절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개인적 관계가 정치적 견해 차이에 대한 관용에 미치는 영향이 진보주의자들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368


이상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저자는 '감정 노동(Emotional Labor)'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다. 수많은 사람과 ‘친밀한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정치적 갈등의 출발점이 자부심과 수치심이라는 도덕 감정에서 나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부심과 수치심은 빼앗긴 아메리칸드림에서 촉발됐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경제로 환원되는 것인가. 자부심이 도둑맞고 수치심만 남은 사람끼리 가상 공간에서 만나 공동의 적을 만들어 연대하는 것이 극우 탄생의 시작이고 끝인가. 미국 상황에서는 저자의 분석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최근 한국의 이념 스펙트럼에 관심이 생겨 읽은 책이다. 독서의 즐거움은 별로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전부 인터뷰 내용들이라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다.


++


목차


1부. 우파들의 행진


1장. 정중한 목소리

2장. 완벽한 폭풍

3장. 자부심의 역설

4장. 백인 민족주의자

5장. 문을 잠근 사람들


2부. 군중 속의 얼굴들


6장. 자수성가를 향한 길

7장. 나쁜 놈이라는 자부심

8장. 나는 가짜 인종주의자

9장. 밑바닥을 딛고 서다

10장. 중독에서 벗어나기


3부. 격동하는 정치


11장. 자부심과 수치심의 대결

12장. 전향한 극우 지도자

13장. 정치를 움직인 감정

14장. 국회의사당에 울린 총성

15장. 공감의 다리

16장. 밀려난 사람들


나가는 글: 파이크빌을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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