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도회사, 제국이 된 기업
영어 제목은 The Anarchy 다. Anarchy는 '무정부 상태, 난장판' 으로 번역된다. 다 읽어보니 원제가 더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인도회사가 인도에 진출했을 당시 인도는 혼란 그 자체였다. 아니, 회사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럭저럭 잘 살고 있던 인도의 여러 나라들을 조금씩 조금씩 무너뜨리고 결국 그 큰 대륙을 혼란에 빠뜨렸고 점령했다. 자본과 무기, 그리고 근대적 경영방식으로, 이 책은 그 과정을 서술한 책이다.
처음 이 책의 한글 제목을 봤을 때, 동인도회사라는 주식회사가 영국 자본주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는 역사사회적 내용일 것으로 생각했다. 대항해시대, 중상주의, 제국주의, 식민지 수탈 그리고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글로벌 기업에 관한 내용일 것 같아 구매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동인도회사의 인도 수탈사, 침략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개 기업이 어떻게 인도를 점령했는가를 역사적 사건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다. 처음 앞부분은 그럭저럭 읽을만했지만, 계속 유사한 장면 묘사가 많아 이내 지루해졌고, 끝부분에 가서는 대충대충 읽었다.
당시 인도에는 여러 나라가 있었고 외국 기업은 네덜란드,프랑스와 영국 회사가 있었다. 세 회사는 전략적으로 인도 내 특정 국가들과 합종 연합을 맺으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했고, 이 과정에서 인도의 여러 국가는 하나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영국 기업이 모든 것을 다 얻었다. 자국 영토, 많은 병력, 충성스러운 신민이 있었지만, 근대 무기와 과학적 전술로 무장된, 기업이 월급을 주는 기업 소속 군대를 이길 수 없었다.
다 읽고 나니, 기업의 힘이 새삼 대단하고 위력적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저자의 관점은 동인도회사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이다.
동인도회사의 인도 정복은 거의 확실하게 세계사에서 최고의 기업 폭력 행위로 남아 있다. 570
2007~2009년 세계적인 서브프라임 거품과 금융 붕괴가 최근에 보여주었듯이, 기업들은 국가들의 운명을 윤택하게 하고, 형성하고, 확실히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처럼, 국가 경제를 끌어내릴 수도 있다, 572
오늘날 가장 강력한 거대 주식회사들은 (동인도회사와 같은) 자체 군대가 필요하지 않다. 정부에 의존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고 긴급 구제를 받을 수 있으니까 573
동인도회사는 오늘날 기업 권력의 오남용 가능성, 그리고 주주들의 이익이 국익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음험한 수단에 관한 역사상 가장 섬뜩한 경고로 남아 있다, 574
읽다 언더라인 한 몇 문장들
18세기 중반에 인도의 커다란 땅덩어리를 집어삼키기 시작한 장본인은 영국 정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런던에서 창문 다섯 개 너비의 자그마한 사무실에 본사를 둔 민간 회사였다, 28
1599년경) 이웃 나라들과 단절된 잉글랜드는 새로운 시장과 상업적 출구를 찾아 먼 곳까지 지구상을 샅샅이 뒤질 수밖에 없었다, 46
주식회사라는 관념은 튜더 왕조 시대 잉글랜드의 가장 빛나고 혁명적인 혁신 가운데 하나다. 52
1613년에 1차 주식 공모는 41만 8,000파운드를 조달했다. 4년 뒤인 1617년 2차 주식 공모는 회사에 무려 160만 파운드를 가져와 회사를 잉글랜드 기준에서는 처음으로 금융 대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72
무굴 제국의 확고한 지배가 사라지자, 이제 회사는 한 세대 전에는 불가능했을 방식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92
150년에 걸쳐 건설된 무굴 제국은 2층 창문에서 내던진 거울처럼 단 몇 달 만에 산산이 부서져서 107
프로이센이 발전시키고 프랑스와 플랑드로 전장에서 검증된 18세기 유럽의 전법이 인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다. 무굴의 병기 어느 것도 유럽의 무력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곧장 분명해졌다, 116
무굴 군대는 하루에 5킬로미터 이상은 이동하지 않을 만큼 느리기로 유명했다. 177
1월 3일 클라이브는 회사의 이름으로 시라지 우드라울라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 동인도회사가 인도 군주에게 공식적으로 선전포고를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194
(인도 주민들은) 영국군 장교들이 얼마나 규율에 엄격했는지, 그리고 행군 시에 풀 하나 건드리지 않을 만큼 병사들을 얼마나 엄격하게 단속했는지 매일같이 목격했다. 251
동성 간 관계는 당시에(인도에서) 윗사람과 아랫사람 간에 충분히 용인되었고 그 자체로는 이상하다거나 외설적인 농담거리로 여겨지지 않았다. 407
몇 시간 만에 도시는 회사의 수중에 들어왔다. 513
목차
지도
등장인물
프롤로그
1장. 1599년
2장. 거절할 수 없는 제의
3장. 약탈의 빗자루질
4장. 별 볼 일 없는 군주
5장. 유혈과 혼란
6장. 기근에 시달리다
7장. 황폐한 델리
8장. 워런 헤이스팅스 탄핵
9장. 인도라는 시체
에필로그
용어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