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답게 산다는 것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학교 끝나면 자연스레 보습학원으로 가는 아이들이 많았다. 개 중에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집에 가서 가방만 바꾼 채로 학원 가는 버스에 매일 같이 올랐다.
그 때 우리들은 어리고 호기심도 많았지만, 대학생이 될 준비를 하느라 현재를 즐길 틈이 없었다. 학원에서 배우는 수업 진도는 적게는 반년, 길게는 1년을 앞섰고 오늘보다 내일 더 높은 점수를,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던 때였다. 우리들에게 허락된 유흥이라면 용돈 모아서 겨우 샀던 유행가 CD 혹은 매달 발간되는 만화 잡지 정도였다. 그것마저도 느긋하게 즐겼던 적은 별로 없었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겨우 신문과 뉴스를 챙겨 보게 되었다. 허나 그것도 세상살이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성인이 되었으니 이 정도는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아르바이트 비를 모아 처음 샀던 가짜 레자 자켓처럼 내가 세상에 가졌던 관심도 딱 남보기 좋을 정도였지 않나 싶다.
때문에 유관순 열사가 순국한 나이가 16세라던가 윤봉길 의사가 도시락 폭탄을 던진 나이가 24세라는 말은 나에게 까마득하다. 나는 학원과 아르바이트를 오고가느라 뉴스는커녕 부모님 얼굴도 보기 힘들었을 나이였다 때문에 나라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행동은 '애국심'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을 것 같았다.
지난해,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나라를 뒤흔드는 스캔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광화문으로 모인다. 광화문에 생긴 자유 연사대에서 주목받는 이들은 유명한 정치인이나 연예인도 아니고 이제 막 여드름이 없어질 나이의 젊은이들이다. 교복을 입고 광장에 선 아이들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나는 세계'를 부르며 행진하는 모습을 보여 저것이야말로 '지금을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다.
그분들도 그랬을 것이다. 나라를 살려야 한다는 거창한 생각 이전에 징용당해서 돌아오지 않는 옆집 오빠를 먼저 궁금해했을 것이다. 그러다 조국의 현실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고, 이 관심에서부터 행동이 나왔을 것이다.
지금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나 혼자 잘 사는 것에서 벗어나 내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이 시대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사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ZylSbb7GT1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