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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Feb 18. 2018

남편이 있어요.

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남편이 있어요.

하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남편은 커녕 애인도 없는 주제에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금방 들통날 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딱히 결혼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남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그래서 이건 거짓말이라고 하기보다는 자기 방어기제에 가깝다이게 무슨소리인가하시기 전에 이런 말을 내가  때를 설명해 드린다면 이해가 쉬우시리라.

 

어느 회식자리에 가도 여자는  밖에 없다.

 수가 5명이든 20명이든 이 명제는 거의 바뀐 적이 없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하든, 거래서 사람들과 함께 하든 나의 주변에 앉아있는 것은 40대의 남자들. 술잔을 돌린다. 다들 하나 둘 씩 술이 취한다. 말이 많아진다. 목소리가 커진다. 묻지도 않은 자기 자랑을 시작하고 서로에 대한 충성과 우애를 확인한다. 줄담배를 피우고 형님과 동생이 속출하는 그 순간에.

 

'남편이 데리러 와서 저는 이만 집에 가 보겠습니다.'

 

하고 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보호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때에그런 존재로 떠오르는 사람이 '남편'이다. 그렇다고 해도 남편이 나를 이 지루한 곳에서 데리고 나가준다니. 이것이야말로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닌가.

이런 뻔하고 동화 같은 상상을 하는 동안에 술자리는 끝나고몇몇은 2차를 가고 몇몇은 택시를 타고 또 이렇게 두둑한 배와 얇은 친목을 남기고 이 날의 저녁은 끝이 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싫다 생각하면서도 누군가 나를 보호  주기를 바라는 것은 죄가 아니지 않나. 계속해서 죄가 아닌 소망을 바라면서 내일도 나는 출근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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